미국 축산농장 위생상태 충격
英 ‘가디언’지, 공장식 축산의 폐해 지적
sciencetimes 2018.3.10.
미국의 공장식 축산농장들의 환경이 충격적일 만큼 비위생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축한 돼지 사체를 그대로 바닥에 쌓아놓아 거기서 흘러나온 피와 오물에 모든 고기가 오염되는가 하면 식용 고기 곳곳에서 대변과 고름이 가득한 종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더러운 상태의 닭고기를 염소 희석 용액으로 세척한 뒤 가공식품 재료로 사용하거나 부적격 판정을 받은 병에 걸린 닭고기가 식품 저장고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다.
이런 사실은 영국 유력 매체 ‘가디언’지가 미국 전역의 대형 축산농장 47곳의 위생상태를 조사한 미국 정부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그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2년여의 기간 동안 총 13개 육류가공 공장에서 적발된 위반 건수가 1만5000여 건에 달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닭고기 브랜드 ‘필그림스 프라이드’가 운영하는 가공 공장 24곳을 조사한 비공개 보고서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2014년부터 약 25개월 동안 기준을 위반한 사례가 총 3만6000여 건에 달했던 것. 평균적으로 매달 1460여 건씩 위생 기준을 어긴 셈이다.
해당 업체 측에서는 모든 위반사항은 즉시 시정됐으며 소비자들이 위생상 위험에 처할 일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고 넘어간 위반 사례가 훨씬 더 많으리라는 점에서 그 같은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가축들은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끔찍한 삶을 사는 종이 됐다. ⓒ Public Domain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가축들은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끔찍한 삶을 사는 종이 됐다. ⓒ Public Domain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 가축
‘가디언’지는 식중독 등 식품 위생으로 인한 병에 걸리는 미국인들의 비율이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인 중 식중독이나 음식을 잘못 먹어 아픈 이들은 매년 4800만명으로서 전체 인구의 14.7%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병에 걸리는 영국인은 전체 인구의 1.5% 수준인 매년 100만 명에 불과하다. 즉, 미국인들은 영국인들보다 식품 위생 관련 질병의 발생 비율이 10배나 더 많은 셈이다.
살모넬라균에 감염되는 사례도 영국의 경우 매년 1만 명도 채 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100만 명에 이른다. 티푸스성 질환을 일으키고 식중독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살모넬라균은 도축장이나 가축의 분변 또는 내장 등을 통해 주로 전염된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축산물 유통법상 살모넬라균이 포함된 육류를 유통해도 생산자나 유통업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을 고쳐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아직 법은 바뀌지 않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사자 약 4만 마리, 코끼리 약 50만 마리, 펭귄 약 5000만 마리가 서식한다. 그에 비해 가축으로 기르는 돼지는 약 10억 마리, 소는 약 15억 마리, 닭은 무려 200억 마리에 이른다. 인간의 무게를 모두 더하면 약 3억톤, 야생에 사는 대형동물은 1억톤도 채 되지 않지만, 가축의 무게는 약 7억톤이다.
개체수와 분포도를 보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 종이 바로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가축들인 셈이다. 하지만 가축들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동물 중 가장 끔찍한 삶을 사는 종이기도 하다.
고대의 야생 들소만 해도 어릴 때 놀이를 통해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사회성을 기르는 사회적 동물이었다. 하지만 가축으로 전락한 소들은 그 같은 사회적 본능을 펼칠 수 없다. 그럼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것들을 인간들이 다 챙겨주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은 수천 세대에 걸쳐 유전된 동물들의 본능과 특성을 억제시키고서도 인간이 원하는 고기를 얻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유기화학이나 유전학, 동물학 등이 발전하지 않은 옛날만 해도 가축의 삶에 인간이 개입하는 정도는 지금보다 훨씬 덜했다.
생산성 위주에서 동물복지형 축산으로
하지만 지금은 백신과 호르몬, 살충제, 중앙통제장치를 통한 온도 관리 등으로 마치 공산품을 찍어내듯 닭고기와 계란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집 뒷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던 가축들이 이제는 공장식 축산 농장에 갇혀 최적의 생산물만 공급하는 자본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더구나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마저 공장식 축산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이 커져서 수요가 급증하자 모견들을 가둬놓고 새끼를 마구잡이로 증식시키기 위해 강제교배를 시키는 강아지 공장까지 등장한 것이다.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강아지들이 이 같은 불행한 시설에서 생산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에 따라 일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평등과 권리를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보장하는 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의 살충제 계란 파동과 매년 되풀이되는 조류 독감(AI) 등으로 큰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올해 시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7월부터 신규 산란계 농장에 사육밀도를 낮춘 기준을 적용하고, 향후 기타 축종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암모니아 농도, 축사 조명, 강제 털갈이 금지 등 동물복지 기준을 강화하며, 가금 밀집사육 지역은 농장 간 거리가 500m 이상이 되게끔 재배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장식 밀집 사육을 개선하고 생산성 위주의 축산업을 동물복지형 축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그밖에 살충제 관리 강화 및 대규모 산란계 농장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적용 의무화, 항생제 사용 제한을 실시하는 한편 악취 없는 축산업을 위해 분뇨처리 매뉴얼 보급 및 악취 측정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농장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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