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불편한 진실, 그래도 먹겠다?
한겨레 2018.4.5.
타르타르스테이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 요리. 익히지 않은 날고기를 접시에 담아 내는 별미죠. 파리에 몇주 있을 때 하루 걸러 한번꼴로 먹은 것 같네요. 물론 번번이 레스토랑에 갈 돈은 없으니, 편의점 ‘식품 코너’에서 자주 사 먹었어요. 프랑스에서는 편의점에서 팔 만큼 흔한 음식. 한국에서 만나기 힘들어 아쉽네요.
타타르족이 먹던 요리라는 설도 있다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뉴욕 타임스> 2005년도 기사) 유목민족이 안장 밑에 날고기를 깔고 하루 종일 말을 탄 뒤 그 고기를 먹는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거예요. 실상은 다르대요. 말 등에 날고기를 얹고 말을 타는 경우는 있지만, 그 고기를 사람이 먹지는 않는대요. 말이 허리 아픈 것 나으라고 붙여주는 고기라는군요. 그들 나름의 ‘동물복지’랄까요.
잘게 다진 날고기에 달걀노른자를 얹는 점은 우리 육회와 닮았어요. 양념을 별로 안 한다는 점은 차이. 1인분의 양이 엄청 많다는 것도 다른 점. 간도 안 밴 날고기로 푸짐하게 배를 채우는 쾌락! 육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입니다.
한국 사람 누구나 즐겨 먹을 음식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고기고기” 해서 먹기 힘들다는 분도 있고, 날고기가 불편하다는 분도 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말년에 육회를 꺼리셨어요. 살아있는 소가 생각나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죠. 새빨간 날고기가 익힌 고기보다는 도축의 순간을 연상시키지요. 책 <고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지은이 마르타 자라스카는 육식이 불편한 세가지 이유를 소개합니다. 첫째, 건강에 좋지 않고, 둘째, 환경을 파괴합니다. 무엇보다도 켕기는 점은 남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도덕적’ 이유.
옛날 중국 동진의 간문제라는 임금님이 궁궐 밖에 나갔다가 못 보던 풀을 보았어요. “저 풀이 무엇이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벼입니다.” 임금님은 돌아와 사흘 동안 방에 틀어박혔대요. “그 끝(쌀알)에 의지하고 있으면서도 근본을 알지 못했구나!” 고전 <세설신어>에 나오는 인상적인 이야기죠. 쌀밥의 근본을 모르는 일은 임금님조차 부끄러워합니다. 그런데 육식의 근본인 도축에 대해 우리는 애써 외면하네요.
도축 과정에서 소나 돼지가 겪을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죽이기 직전에 전기 충격으로 기절을 시키는데요. 돼지의 경우 열마리 가운데 한마리꼴로 도축의 순간에 깨어난대요. 의식이 있는 채로 죽임을 당하는 셈. 그런데 기절시킬 때 이산화탄소를 쓰면 도축 중 깨어날 확률이 줄어들지요. 돈이 더 든다는 점이 문제. “동물복지를 위해서라면 고기 값이 올라도 감당하겠다”는 사람이 과연 많을까요.
육식을 하려면 남의 생명을 빼앗아야 합니다. 이를 알면서도 많은 사람이 육식을 그만두지 못하는 까닭은, 남의 살이 그만큼 큰 쾌락을 주기 때문입니다. 육식은 즐거운데 도축은 불편하다면, 고기 먹는 사람은 도축을 대신 해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마땅하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요.
지난 3월27일, 충남 서산시에서 도축을 기다리던 거대한 소가 사람(도축업자)을 들이받고 달아났어요. 이 사고로 한분이 다치고 한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뉴스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안전한 도시에서 편하게 고기를 먹으며 “소도 가엽고 사람도 안타깝다”고 한마디 던지기에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39203.html#csidxbed329fc017c642bf4c97b692ab3e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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