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허구에 기반한 文 정부의 '공정 경제'
오피니언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조선일보 2018.11.14 03:13
대기업이 성장의 과실을 독점하는 '惡의 근원'이란 '공정 경제'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無知의 산물… 경제를 망치는 '官治'와 '규제 확대'를 양산할 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공정 경제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 함께 이룬 결과물이 대기업 집단에 편중됐고,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못했다"고 했다. "공정 경제는 경제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이라고도 했다. 재벌(대기업 집단) 중심 경제가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주범이며, 경제성장까지 약화시키니 '공정 경제'로 그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위험하리만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올 9월 발표된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보고서를 보면 고소득 국가일수록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대기업의 매출 비중이 높다. 룩셈부르크에선 한 철강 대기업(아르셀로미탈)이 GDP 대비 160%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위스·네덜란드·노르웨이·홍콩 등에서도 한 대기업의 매출이 GDP의 20~50%가 된다. 이 국가들 대부분이 빈부 격차가 낮고 복지 수준이 높다는 점을 볼 때 대기업은 악의 근원이 아니라 성장 원천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을 통틀어 GDP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이 낮은 순서로 넷째이다. 기업체 수는 GDP가 우리의 세 배 정도인 일본과 거의 같지만 개별 기업 규모는 일본의 3분의 1, 미국의 7분의 1 수준이다. 똘똘한 대기업은 적고 영세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그 결과 국내 총고용 인원에서 대기업의 비중은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더불어 최하위권에 속한다.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대기업이 다른 기업을 위해 시장을 비워 놓는 경우는 없다. 한국 재벌들이 시작하지 않았던 커피 전문점만 해도 스타벅스라는 글로벌 대기업이 각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기업은 영세 기업이 차곡차곡 성장해 만들어지기보다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탄생부터 큰 규모'라고 밝혔다. 20조원이 넘는 벤처 자금을 투자받아 창업 8년 만에 기업 가치 8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 된 우버와 소프트뱅크 등의 자금 투자를 밑천으로 단기간에 도약한 중국 알리바바가 이를 보여준다.
소비가 고급화하면서 기업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은 '수퍼 스타 경제화(化)'로 불리는 세계적 흐름이다. 한국 기업 간 이익 격차 확대와 양극화는 내부 구조 모순 탓이라기보다 치열한 기업 간 경쟁에서 성공 또는 실패한 데 따른 결과에 더 가깝다. 이를 무시하고 '경제에 민주주의를 적용'하려는 현 정부의 발상은 착각이다.
제조업종 대기업이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무지(無知)의 소산일 뿐이다. 반도체·석유화학 등 대규모 장치산업이 많고, 강성 노조가 득세하는 제조업 현실상 한국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자동화와 해외 이전을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제조업의 고용은 1인당 소득 5000달러 부근에서 정점을 이룬다는 게 경영학계의 정설이다. 우리나라가 고용 문제 해결을 제조업에 기대는 시점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난 셈이다. 서비스업에서 고용 창출이 활발해야 한데 영리 병원, 원격 의료 금지에서 보듯 한국 서비스업은 기업화 자체가 봉쇄돼 있다.
우리나라가 친(親)대기업 정책을 해왔으며 재벌 때문에 불공정 사회가 됐다는 것 역시 진실과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는 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한 규제가 가장 많고,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신용 보증이나 지원금 등이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나라에 꼽힌다. 최근 큰 국내 기업 부정(不正)은 산업은행 관리하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이뤄졌고, 미국 엔론의 분식 회계 등에서 보듯 재벌이 없는 선진국에서도 기업의 일탈은 발생한다. 파업 중 사업장 점령이나 기업 투자가 이뤄지는 산업 현장 방해처럼 노조와 시민단체들의 갑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불공정 행위는 정권의 임의적·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합리적인 법과 엄정한 법치 집행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갑(甲)은 언제나 정부였다. 관치와 정치권의 압력이야말로 기업인들을 감옥에 보내는 최고 갑질의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경제적 자유도나 국제 경쟁력 지수에서 정부의 투명성·정직성이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으며, 진정한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우선 개혁 대상이라는 국제기구의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공정 경제'는 그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편견의 허구에 기초하고 있으며 경제를 망치는 관치와 규제 확대를 부추길 뿐이다
2.
日 언론이 보여준 '추락하는 한국 경제'
정책이경은 기자
조선일보 2018.11.13 06:01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 일간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0일 한국의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교체 소식을 전하며, 추락 중인 한국 경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래픽을 함께 실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이 그래픽을 11일 오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보고 싶지 않지만 보아야 할 현실"이라고 평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해당 기사에서 "한국의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고 경제지표는 전부 악화됐다. 고용도 늘지 않고 경기 감속은 한층 강해졌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분배 정책은 궤도에 올라서지 않았고, 9일 경제정책 사령탑 2명을 경질해 상황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위기감이 높아진 (한국) 경제계는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했고, 문재인 정부도 기업에 다가서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지지 기반인 노동조합 등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어 어려운 균형 잡기를 요구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에 맞물린 그래픽에선 광공업 생산, 설비 투자, 소비지표 등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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