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수출물량 제한 뚫고 수입 물꼬… 호주 등 주요 수출국에 “똑똑히 봐둬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바이러스 확산 책임론에 시달리는 중국이 이번에도 ‘러시아 카드’로 맞불을 놨다. 소고기 수입의 물꼬를 터 양국 결속을 과시하는 한편,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중국 때리기’에 가세한 호주 등 소고기 수출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5일 중국 세관에 따르면, 러시아산 소고기 21톤이 3일 상하이에 도착했다. 러시아의 첫 중국 수출 물량으로 당초 계약한 200톤 가운데 1차 선적 분이다. 러시아는 올해 총 1만톤의 소고기를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징적 의미는 남다르다.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자국 수요부족에 대비해 6월까지 700만톤으로 제한한 농산물 수출쿼터를 이미 채운 상태다. 하지만 러시아는 중국의 요청에 따라 예외적으로 수출을 허용했다. 신화통신은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는 한중일 3국정상회의 주최에 앞서 18년 만에 일본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하며 돈독한 관계를 뽐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국경을 걸어 닫는 상황에서 중러간 밀착은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중러 교역액은 253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러시아의 대중 수출 역시 17.3%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과 미국간 교역량이 18.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극동지역 러시아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헤이허를 잇는 다리를 이달 안에 개통하는 등 공동 인프라 사업도 한창이다.

이처럼 소고기 수입선을 러시아로 넓히자 중국과 얼굴을 붉혀온 서방국가들이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중국은 지난해 수입한 소고기 165만9,000톤 가운데 90% 이상을 브라질, 우루과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국에서 들여왔다. 이중 브라질과 우루과이를 제외한 나머지 3개국은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증거를 은폐했다며 줄곧 중국을 비판해왔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이들 국가를 싸잡아 비난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대중 소고기 수출을 등한시하기도 어렵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수입량은 59.7%, 수입액은 71%나 증가해 중국의 수입 소고기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수준 향상과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불안감에 중국인들의 소고기 선호는 갈수록 뚜렷해지는 추세다.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중국 매체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러시아산 소고기를 수입한 의도가 무엇인지 서구 국가들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소고기를 매개로 러시아에 손을 내민 건 미국을 향한 견제 의미도 담겨있다. 중국은 지난해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따라 올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국을 향한 시장이 막 열리려는 시점에 중국과 인접한 러시아로부터 양질의 소고기가 수입돼 먼저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는다면 미국의 속은 쓰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