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
그렇게 익혔고 그렇게 행하고 있다.
이는 약속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가 아닐 수 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도 아닐 수 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없기도 하다.
그저 그렇다는 거다. 오랜만에 앉아서 타이핑을 치는 지금, 어색함을 달래보려 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오전은 어제와 같이 PC 앞에 앉아 뭐를 한다.
그리고 1시간 간격으로 도축장 안으로 향한다.
오후는 어제와 달리 조금 더 조급한 마음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그리고 견디지 못했다.
생각은 때론 잡스럽고 때론 우아하면서 때론 비겁하고 때론 사납다.
무엇으로 잡으려 해도 쉬이 변한다.
쓰다가도 변하고 마음 편히 있다가도 불연듯 그런거 아닌가 하다가 또 변한다.
그런 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내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 지에 상관없이 말이다.
돼지 엉덩이, 척추, 그리고 전체적인 모습을 보다보면 이 놈은 딱 이네 하는 감이 온다.
그렇다. 마치 잘 짜여진 액자 속에 들어가는 걸 고르기라도 하듯이 이리 재고 저리 잰다.
다만, 10초 정도의 시간이 주어져 있을 뿐.
재밌기도 하고 무료하기도 하다.
등지방 두께의 변화무쌍함은 이분할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을 만났을 때 절정을 이룬다.
하아. 한숨을 쉬면서 이쪽 저쪽 그리고 안쪽을 살핀다.
아깝다. 아까워. 하다가도 이런 걸 어찌 파누. 어쩔 수 없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도장을 찍는다.
헐거운 옷처럼 덜렁거리는 육질이 있는가 하면,
탄탄한 조직감이 마치 하나의 조각품을 보는 듯한 육질이 있다.
보다보면 돼지 지육만의 매력에 빠져들고, 혹시라도 어설픈 놈을 만나면 기분조차 상한다.
오늘은 102kg이나 나가는데 창백하고 딱딱하면서 뭔가 쫌 의심스런 그런 놈을 만났다.
편히 죽지는 못했으리라.
돼지 몸 쪽으로 코를 가까이 대고 숨을 들이킨다. 쉰 내가 나는지.
다행스럽게도 냄새는 고기 냄새 였다. 조직감에 체크하고 결함에 미흡을 메겨 표시한 후 통과시킨다.
하루 중의 대부분은 돼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1시간에 220여 마리와 마주하다보면 쉬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들은 내게 죽음으로써 보여준다.
죽기 직전의 모습, 도축장에 오기까지의 모습, 그리고 죽은 모습을 한껏 표현한다.
당당한 풍채를 풍기는 놈을 만나면 반갑다가도,
어설픈 쭈그렁을 만나면 .. . 앗! 전화왔다. 아내로부터.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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