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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임대주택&부동산

아파트 가격이 껑충 뛰는 이유

by 큰바위얼굴. 2021. 7. 29.
9억에 팔리던 집을 17억 주고 사버리네… 왕서방 ‘아파트 쇼핑’
김아사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1.07.29 03:00

베이징에 사는 중국인 A(58)씨는 올해 3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경남마리나’ 전용면적 84㎡를 17억원에 샀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의 직전 거래가는 작년 12월의 7억5600만원, 최고가는 작년 6월의 9억2000만원이었다. 최고가를 단번에 8억원 가까이 올린 A씨 때문에 이 아파트의 최근 호가는 17억5000만원에 달한다.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와 주택들이 보이고 있다. 2021.07.26.뉴시스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와 주택들이 보이고 있다. 2021.07.26.뉴시스
부산 해운대, 서울 강남과 용산·성수 같은 인기 주거 지역에서 고가(高價) 아파트를 사들이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 한국 아파트가 ‘자산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 주택을 사들인 외국인이 급증했는데 매수 건수나 증가세 모두 중국인이 단연 1위다. 외국인도 유학 비자나 단기 비자만 있어도 부동산 매매가 가능하다.

국내 전체 주택 거래에서 중국인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중국 고액 자산가들이 턱없이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국지적으로 시세가 왜곡되는 일이 벌어진다. 여행 가방에 현금을 가득 넣어와 아파트를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중국인은 대출 규제도 안 받는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규제도 피할 수 있다. 온 가족이 각자 한국 아파트 한 채씩을 사더라도 다주택 보유 가구인지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중국인 투기 수요가 계속된다면 정부도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아파트는 인기 있는 투자 상품이다. 중국 최대 지식 플랫폼인 즈후(zhihu)에는 한국에서 아파트를 사는 이유에 대해 “가격이 내릴 위험이 적고, 거리가 가까워서 관리하기 쉽다” “자산 안정성에 대한 걱정이 없다”고 설명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실제로 한국 아파트 투자로 돈을 번 중국인도 많다. 중국인 B(37)씨와 C(28)씨는 2019년 12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84㎡를 29억원에 샀다. 5개월 전 같은 면적 실거래가(23억5000만원)보다 5억5000만원 비싼 가격이었다. 이 거래 후 해당 아파트 시세는 30억원을 돌파했고, 최근 실거래가가 35억원까지 올랐다. 중국인 D(39)씨는 2012년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 전용 84㎡를 8억원에 샀는데 최근 실거래가는 24억원이 넘는다. 그는 올해 4월엔 용산구 한남동의 전용 242㎡ 빌라를 38억원에 추가 매수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인의 국내 주택 매입은 16배가량 증가했다. 28일 대법원 등기국에 따르면, 중국인이 사들인 국내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은 2011년 648건에서 지난해 1만559건으로 폭등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전체 매수 등기 건수는 3238건에서 1만9371건이 돼 6배로 늘었다.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중국인이 아파트를 사들이는 방식은 은행 대출을 끼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차례로 지급하는 상식적인 절차와 거리가 멀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층이나 한강 조망 등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으면 바로 현금을 싸들고 와서 잔금까지 다 치른다”며 “지폐 계수기 3대를 동원해야 할 정도로 거액 현금을 들고 온 사람도 봤다”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우리나라 사람처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대장 아파트’ 같은 부동산 용어를 한국어로 술술 말하고, 가격 흥정도 없이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서 놀랐다”고 했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걸 막기 위해 강력한 대출 규제를 펴고 있지만, 중국인 등 외국인 수요자 앞에선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외국인이 국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는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만, 자국 은행에서 자금을 마련해 국내로 들여온 경우엔 막을 방법이 없다. 외국인은 세금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가령 중국인 부부가 국내에 들어와 각자 명의로 아파트 1채씩을 샀다면, 2주택자가 아닌 각각 1주택자로 볼 수밖에 없어 양도세나 종부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인의 주택 거래가 급증한 것이 서울 아파트값이나 고가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내 전체 주택 거래 중 중국인의 비율은 0.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중국인이 서울에서 사들인 주택(1173건) 대부분은 구로구(251건), 금천구(170건), 영등포구(117건) 등 중국인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에 집중됐다. 지난해 중국인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집을 사들인 경우는 49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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