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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여행자

by 큰바위얼굴. 2023. 6. 11.

현관 앞 쓰레기 버리고 산책을 나서니 말레이시아 아침과 다를 바가 없다.


7시경



현관문을 열었다. 꼬리를 살랑거리는 해나와 예티. 쿵킁거리기 바쁘다. 가지런히 정돈된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이들은 분주하다. 냄새를 맡고 핥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코를 대기도 한다.

말레이시아에 갔다 왔던 여운이 남아서일까?

문득 오늘 아침은 여행자의 느낌이 강하다. 한국인지 말레이시아인지 어디인지, 아이들 목줄을 잡고 나선 길 낯설기도 하고, 익숙한 가운데 왠지 동떨어진 기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느낌이 강하다. 머물다 떠나는 것, 누군가 떠나고 누군간 떠나려고 준비하고, 누군가 떠나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그 가운데 있다.

떠난 사람, 떠날 사람, 떠나는 것에 대한 여러 생각들. 몸이 아파지기라도 하면 더욱더 떠남에 대해서 생각이 간절하다. 어디로 갈지는 모른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른다. 생물학적인 결합에 의해 태어났다 손치더라도 이 정신이 머물러 있고 앞으로 갈 상상과 생각의 범주까지 포함한다면, 가히 떠남과 떠남이 모호해진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라는 문제가 아니라 어디든 어디에 있든 인식의 차이. 지금이 내가 내 모습인지 어딘가 떠나 떠났을 때 되돌이켜 볼 때 모습이 내 모습인지, 되돌이켜 본다고손 치더라도 그 수없이 쌓인 인과와 생각과 사고의 깊이는 나의 CPU 용량을 높이지 않는 한 혹은 램 메모리를 높이지 않는 한, 버겁다. 기억을 떠올림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축복이다.

너무 많은 기억들을 가지고 간다면 도서관처럼 우리 머릿속은 정리정돈을 기본으로 해야 할 테다. 하나씩 끄집어 보면서 생각한다는 것, 뭔가를 떠올릴 때 책장의 몇 번째 칸 위에 책을 찾아 해당하는 문구를 본 기억을 되살려야 된다라는 것은 굉장히 버거운 일이다.


3생활권 이웃집에서 술 마시던 중에



살아생전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을 기록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근데 이 불가능조차 데이터로 만들든 그저 찰나에 지나지 않는 삶으로 정의가 되든, 기록의 여부에 상관없이 살고 있고 살아가고 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와 어디로 향할 것이냐, 떠나면 돌아올 것이냐, 떠나면 아쉬워할 것이냐, 안타까워할 것이냐, 이런 문제라기보다는 혹은 초점이라기보다는 살아가고 있고 살고 있는 지금의 온전한 마음이 가장 소중해 보인다.

어디로 갔든 그때의 마음이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 마음일 테고, 과거에 얽매여 혹은 앞날을 너무 기대에 차서 지금을 누리고 있는 이 마음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어쩌면 바보라고 칭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 또한 되돌이표 하는 과정이겠거니 하면서 골프연습장에 도착했다. CU.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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