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잘 하길 바란다. 부모는.
아이는 잘 하길 바란다. 부모 혹은 본인을 위해.
막상 현실은 졸립고 따분하다.
반복하다보니 의미가 혹은 의지가 색이 바란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딴 청을 피우고, 부모는 딴 청을 보아 넘기기 어려워 말한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니?"
그냥 놀 듯이 하면 되는 것을. 집중하면 되는 것을.
그래서 바통을 이어받아 물어본다.
"왜? 어떤 상황인데?"
힘들단다. "뭐가 힘든데?"
물어본다. "힘들어요."
다시 묻는다. "아니 그게 힘든 일이니?"라는 끼어듦에 대해 믿고 맡겨 달라고 청한다.
그리고 둘이 묻고 답하기를 한다.
10개가 있다. 아니 외울 100개가 있다. 하나씩 100개를 외우려고 반복하다보면 머리가 멈춘다. 당연히 의미 없는 행위의 반복은 머리를 멈추게 하고, 왜 쓸데없는 일에 힘을 쓰냐고 속삭인다.
이미 많은 사람이 겪은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꾀를 냈다. 아니 외운다는 말이 아니라 외우는데 규칙을 찾거나 규칙을 만들었다. 보다 더 잘 저장할 수 있고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머리에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규칙'.
100개를 하나씩 외운다?
1부터 9까지 익히고 규칙을 덧댄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 라고. 표시를 달리해서 0을 포함해서 10개의 표시를 만든 다음, 10개 표시 간에 서열과 반복할 때의 서열을 정한 규칙을 넣는다. 십진법이 탄생했다.
단어 또한 그러하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다.
define은 de와 fine의 결합체. fine을 de하다. 분명히 하다를 더욱 견고히 하다. 그러니 정의하다. 풀이과정에 있다.
knowledge. 날리쥐는 데이터가 쌓여 의미를 갖게 된 인포메이션이 된 다음, 축적되어 탄생한 것을 말해. 지식이 쌓이면 뭐가 될까?
지혜요. (잘 알 면서)
incredible. 믿을 수 없는. 난 넌 믿을 수 없어에 쓰이는게 아니라 감탄할 때 쓰는 말이지. 정말 믿을 수 없게 탄성을 지를 때. unbelievable. 워더풀 등등. 이때다 하고 함께 상기하면 좋겠지?
결국 단어를 '안다'는 건 테스트를 패스하는 단기 목표가 아니라 긴 긴 반복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데 있다. 규칙을 규칙으로 '익힌다'는 게 생긴 이유지.
익힌다.
외우는 게 아니다.
어근과 어미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날리쥐에 계보를 붙이거나, 오염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라고 할 때의 시간 개념에는 no longer를 쓴다거나 이렇게 이해의 범주로 분해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익히는 게 재미다.
반복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기꺼이 즐길 수는 있다. 그 방법이 재미를 붙이는 것이고, 재미는 나름의 이야기를 붙이면서 노는 것에서 생긴다.
외우려고 하면 도망간다.
그런데 익히려고 규칙을 찾아 부여하다보면 어느 새 빼곡히 스토리가 생겼다. 나만의.
이걸 다시 부모에게 알리고 나누는 순간 날리쥐가 단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의 계보 안에 차상위에 있구나 그런 의미가 있는 단어 였구나 하고 뭔가 개념이 생겨난다.
개념.
하다보면 생긴다. 근데 그 하다보면이 10개를 그냥 반복해서 외우는 때 생기는 게 아니라, 생각이란 걸 하면서 의미를 붙이고 아하 니가 그런 의미가 있겠구나 하고 찾다보면 어느 새 모두 익혔다. 익힐 수록 외울 건 줄고 줄어든 만큼 시간이 덜 들고 좀 더 차원을 달리한 삶에 도전할 자격을 얻는다.
반복.
출근 길에 잠든 아내에게 못한 말을 녹음한다. 등을 쓰다듬으며 잘 자랐어 라는 응원의 말 또한 말로 녹음해본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어.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해.
치형아, 너는 틀리지 않았어. 엄마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면 좋겠다.
씨야 뚜기뚜기 뚜 이야~
완벽할 수는 없지. 완벽하다는 말의 모순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하다라는 말이 생긴 것에 있다. 일부터 100이라는 숫자를 알기 위해서는 일과 영 하나씩 늘어난 숫자와 구까지만 알고 반복, 이를 앞에다 쓴다거나 다시 일을 앞에 숫자로 늘려나가면서 숫자를 키운다라는 그 원리, 혹은 그렇게 하자라는 약속. 그로 인한 사고의 확장. 그래서 재밌다는 거지.
일에서 백까지 무진장 반복을 해서 100개를 알아야 된다고 하는 것과 일에서 백까지 10개를 플러스하여 어떤 규칙을 알아낸다 라고 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넌 어떤 걸 고를래?
앞에다가 일보다 많으면 이라고 하고, 이보다 많으면 삼으로 한다라는 개념의 규칙을 붙여서 두 개로 하는 것. 100개를 알 순 없어. 보통 사람들이 그러니까 100개를 알 수 없으니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서로 익히기 쉬운 방법을 찾는단 말이지. 자연에서 따왔든 사람들끼리 만들어냈든 그게 바로 원리. 깊숙이 들어가 있는 기본 개념. 사실 이것만 이해해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보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 말하는 방법, 모든 게 통하겠지. 나라고 뭐 지금 다 알겠어?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고 말할 기회가 생기면서 훑어보니 이미 알고 있다라는 걸 안거지.
있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된 거지. 귀에 듣다 보면 다시 익숙해지는 것처럼 반복하다 보면, 사실을 깨우치지. 아하 방정식이 이렇게 쓰이는 거구나! 그래서 비례와 반비례의 개념이 필요하구나! 나아가면 거꾸로 나갈 수도 있고 휘어나갈 수도 있고, 수많은 점을 찍었을 때 점들이 그래서 수많은 점들을 말하고자 할 때 선을 쫙 그어 가운데다 그은 게 평균인 거고. 수많은 점들을 말하고자 할 때 도입된 게 그래서 보는 방법, 볼 줄 알아야 또 그거에 대해서 전달하고 말을 하게 되니까.
모든 것이 그렇게 발견되었다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보는 방법을 알려면 생각하는 방법이 연결돼 있고, 생각하는 법은 바로 그런 일종의 테크닉. 규칙을 아는 것. 규칙은 나름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보니 통용 가능한 우리가 이게 더 편하잖아 라는 부분. 훨씬 편하지. 이것만 익히면 다른 걸 굳이 안 따져도 되고 그런 게 언어라고 다를까?
단어만 알면 될 것 같았는데 단어와 단어의 조합이 단어와 단어가 또 합쳐지니까 뜻들이 합쳐지고 쓰이고 또 문장이 되고, 기본적인 문장 구성을 하다 보니 규칙이 생겨서 만든 게 주어, 동사, 목적어 뭐 이런 개념의 체계. "주문 한번 그냥 나는 뭐를 어쩌구"라는 중구나방 쓰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봐. 서로 딴 소리한다는 걸.
혼란스럽잖아. 알아듣기도 어렵잖아.
그러니까 정하는 것들이지. 틀렸다가 아니라 그냥 우리 이렇게 정해서 하자라는 부분의 약속. 부분의 약속들이 긴긴 세월 내려오면서 조금 더 조금 더 다듬어 진 것이 지금의 언어체계. 서로 말하는 소통하는 체계겠지. 딱 고 정도 그 체계를 아는 것이 문법일 거고.
문법만 알았어야 써먹나 써먹으려니 그런 반복적인 패턴 이럴 때 이런게 좋더라 저렇더라 이런 반복이 만들어낸 산물들이 규칙. 이걸 알았으면 좋겠어.
영어는 영어로 의미 있는 게 아니라, 영어는 서로 말하고자 할 때 필요한 기술. 그 기술을 우리는 이렇게 하자 라고 한 약속. 쓰다 보면 편한 걸 좇는다. 규칙은 그래서 누구나 쓰기 편해야 해. 안 쓰는 규칙은 사라진다. 단어는 남았는데 규칙을 전하지 않아. 보통.
그러니 어쩌겠어?
규칙을 찾고 찾는 중에 익히니 그걸로 된거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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