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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목소리가 습했다.

by 큰바위얼굴. 2023. 10. 18.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그를 만난다. 다른 걸 다 떠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 미소를 짓기엔 충분했다."
- 필드 위의 로맨티스트 2화


어제 저녁식사는 억대회수산에서 모듬회를 시켰다.
몇 점 먹으면서,

한 방울 주르륵.
닦아내려 휴지를 대었는데도 샜다.
(모두가 알아차렸다. 심정을 표현한다.)

돌아가신 아버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장인을 잘 챙겨주라는 어머니의 따스한 말의 여운,
아내가 장모님께 하고싶은 말이 있다는 말에 발끈한 장모님의 반응에,
그리고 묵묵히 지켜보는 아내의 마음을 느끼기에,
그렇게나 눈물이 무심코 베어나왔나 보다.

마지막 날.
딸 집에 와서 묶은 지도 9일째,
헤어짐이 아쉬웠던 것일까

욕심이었을까?
거친 말투와 표현에 상처는 늘어났고
수습코자 했으나 떠난 버스의 뒷모습인 양 주변을 배회하는 장모님을 보니 애잔하다.

그녀는 장인을 아낀다.
인생의 의의를 거기에 두는데 다른 이유를 찾을 리 만무하다.
하긴 다른 어떤 즐거움이 불안감 만 할까?
(나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을. 아내 또한)




들어오는 길에 부축한 장인의 앙상한 팔과 흔들거니는 걸음걸이에도 밝은 목소리로 묻는다.

"아버님, 아버님은 후회히지 않으세요? 지금처럼 은퇴 후에 30년의 생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면 다른 어떤 걸 했을까요?"

아니란다. 경찰 생활이 힘겨웠을까. 너무 늦은 질문이었을까? 굳이 쓸데없는 관심이었을까?




잠시 쉬는 벤치에서 우린 신호가 바뀌길 기다린다. 한 편 횡단보도 기둥에 기댄 그녀의 모습이 도시적이다. 늦은 밤에 습하게 어울려보였다. 성호.




"“내가 아무리 성공을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 필드 위의 로맨티스트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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