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는 내가 없었다.
나는 그저 주변 사람과 사회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던 꼭두각시였다.
일류 대학을 졸업해, 공공기관에 취직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아파트에 살며, 어여쁜 처자식을 두었지만 정작 그 안에 나는 없었다. 내가 텅 비었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슬픔과 연민이 차올랐다.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됐어야 했다.
나는 사회적 지위와 재산이 곧 행복이라 믿었던 멍청이였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냉혈한이었다. 죽기 전에 돌이켜 보니 눈물겹도록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였더라? 뭐가 되고 싶었더라?
불현듯 책이 떠올랐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옛 동네에 있는 헌책방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고 책방 주인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는 책을 버렸다.
자기개발서에 영혼을 팔았다.
촛불처럼 위태로운 의식.
나는 남은 생명을 쥐어짜 허공에 손을 뻗었다. 물에 빠진 사람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듯.
이 손으로 움켜쥐고 싶었다.
진짜 삶을.
진짜 나를.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이번에는 자신 있어요.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볼게요. 그 두려움을 피하지 않을게요.
나는 한 번도 믿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간절히 빌었다.
이 목소리가 부디 닿기를 바라면서.
- 책 보고 가라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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