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가 이야기 하는 축산물 유통"이 출간되면 첫 날 사보신다는 분이 책에 바란다는 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책은 책으로 찾아뵙기로 하고, 그분이 고민하는 사항과 처한 현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나아가려는 의지에 대한 답이 되길 바라면서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 양돈농가의 고민 >
양돈농가의 고민에 대한 답변형태의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좋은 말씀이십니다.
돼지의 경우 생산자 입장에서 출하하는 경로로는 크게 식육포장처리업체와 장기계약하는 경우와 경매시장 출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결코, 복잡한 구조가 아니며 이것부터 정확히 인지한 다음 풀어봐야 합니다.
식육포장처리업체와 장기계약하는 경우, 이때 등급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통상 69~72% 박피 또는 탕박 경락가격에 생체중량을 곱해 거래를 하고 있으며, 특히 인센티브 두당 2천원에서 8천원 정도에 페널티 2만원에서 4만원 정도 하고 있답니다. 물론 제각기 다르겠지만 그 범주안에 있다고 보여지네요.
두번째는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것인데 출하경향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매년 경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돼지의 양이 줄고 있으며 현재 약 1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가격결정력에 문제다 라고 하지만 제가 볼 때 경매시장을 통한 시장수요와 공급 간의 관계에서 중도매인이 매입하여 판매하는 물량이 경매시장에 의존한 구조라면 가격결정력 자체에도 문제를 삼아야 하겠지만 중도매인이 식육포장처리업과 마장축산물시장 처럼 중첩된 경우에는 가격결정력 보다는 공급과 수요 간의 적정성과 그 속을 들여다 본 규격출하율를 따져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입니다.
< 돼지 경매모습 >
경매시장에 출하되는 약 50%에 이르는 돼지가 비규격돈이면서 경매시장에 가감없이 출하됨에 따라 시장의 품질수요에 따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당장 제값 받기도 힘든 판국에 가격까지 아리송한 상황입니다. 어려운데 덮친 격이지요. 그렇지만, 오늘 어제의 일이 아니라 몇 십년 된 관행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바꿀 여지가 없다는데 큰 문제입니다.
우리가 대기 좋아하는 외국산과의 품질경쟁력 제고, 맛, 국내산 돼지가 최고라는 등의 수식어를 내려면 시장구조의 가장 근본적인 병패부터 바꿀 필요가 있는데, 온통 사료값 지원이네 뭐네 '지원' 속에 일시적 처방으로 연장시킨 효과 외에 자생력에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시설, 환경, 사양, 경영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특히나, 공급량에 따른 갑을의 관계가 유통쪽으로 이동한 현재 계약출하든 경매출하든 어느것 하나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의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것인데, 다른 어떤 사항보다도 출하되는 돼지의 품질수준, 즉 규격돈 출하를 유도해야 합니다. 어느 공산품의 불량률이 50%를 넘나들면 그 공산품이 팔릴 수가 있을지..? 물론, 생축과 공산품을 대등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생산품의 품질 측면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죠.
소의 경우처럼 15만 농가의 입장에서 좋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 경매시장에 출하하는 것과는 달리, 돼지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경우에 처해있습니다. 소의 경매출하율이 매년 꾸준히 상승하여 50%를 넘보는 상황에서 돼지의 경매출하율은 30%대에서 10%대로 훅 주저앉았지요. 더구나 계속 그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규격출하를 원하는 즉, 식육포장처리업체의 안정적 공급량 확보차원에서 5천여 농가 중 전업농과 규모가 큰 농가들은 대부분 업체와 직접 장기계약출하를 하고 있다고 파악되는 반면, 물론 이때의 가격기준도 비규격돈 50%가 산입된 평균경락가격이라는 것! 헐~.
나머지 농가들 특히나 등급출하 성적이 들쑥날쑥한 농가들은 다소 불리한 처지에 있다보니 업체와의 장기계약이 어려워 경매시장에 출하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출하는 어느 시점 반드시 해야하며 늦추는 것도 1~2주임을 볼 때 거래상대가 없거나 부족해지면 당연히 출하시점은 놓치기 일쑤고, 출하된 가격은 낮을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그것을 중개인 중도매인이나 사가서 판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가격 주기가 어려운, 조금 그런 시장구조에 처해 있습니다.
< 개정 등급제의 첫 달 경매시장 출하성적 – “2등급 출하율이 49.3%에 달하고 있다.” >
한돈시장을 살리려면 어느 한 개인의 움직임 만으로는 타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경락가격을 결정짓는 돼지부터 규격화 유도가 시급합니다. 그것을 위해 시장수요에 맞게 규격돈 출하가 가능한 농가들이 단지 자신의 농가 성적과 경영안정을 위해 업체와 장기계약으로만 출하하지 말고, 다소 귀찮거나 조절하기 어렵겠지만 시장수요에 적정한 수준에서 경매시장으로 출하하는 것이 필요하며, 성적이 안 좋은 농가들은 틈새시장의 누군가(업체)가 대량 매입하여 유통시키는 방식, 즉 경매시장에 출하되지 않아도 그 수준에 맞는 가격에 정산이 되는 시스템으로 장외운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것도 싫다면, 지원책 없이 시장 자체에 맡겨놓고 지켜보는 방법이 가장 좋을 수 있습니다.
농가 입장에서 축산물을 공급사슬(Supply Chain) 관점에서 출하하는 것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일부 언론이나 남들이 간혹 얘기하듯이 돼지고기 유통이 5단계 내지 8단계니 하는 것에 쏠리지 마시고, 돼지의 경우 주로 3단계. 즉, 생산자로부터 식육포장처리업체 또는 경매시장을 거쳐 정육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르는 경로가 주된 유통임을 볼 때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지 않는 형태일 경우 출하처를 선택한다면 식육포장처리업, 식육판매업, 일부 마트(유통업) 외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재.
지금 답변하는 내용은 모두 제가 쓴 글이나 블로그에서 자주 말씀드렸던 사항을 다시 정리해본 것으로,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다소 실천적이기 보다는 방향성에 치우쳐 있지만 방향성 없이 방치된 사태 보다는 나아보이며 조만간 가까운 미래에 방향을 정해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안해 봅니다.
< 육류자급률 대비 국민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 변화>
앞서 말씀드린 경매시장과 가격결정에 대한 것 외에 정작 생산자가 고민할 사항은 특히 양돈시장에서, 계열화에 따른 대응책이랄까요. 계열화를 막아야 한다거나 필요악이라던가 그런 시각이 아니라 계열화의 추세가 꼭 필요한 당면과제라고 보거나 업계에서 이미 움직이는 형편을 볼 때 농가입장에서는 계약출하방식에서 충분히 생산분야에 전담하는 형태로 전문화가 될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전환할 것인지 그런저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매입을 했네, 몇 % 매입을 했네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매입이든 계약이든 거래방식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에 입각해서 농가의 거래결정력을 높이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죠.
계열화시장 속에서 농가들의 흩어진 의견은 힘을 내기가 어려우니 합쳐진 의견을 내는 창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가령, 결사반대 처럼 정치적 성향의 운동은 글쎄요, 제가 볼 때 농가입장에서 도움이 되기 보다는 따로움직이는 또는 계열화를 음성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영향을 끼쳐 계열화 진척대비 시장에 노출되는 정도를 낮춤으로써 오히려 긴장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등 좋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계열화를 장려하든 막든 성공할 그 무엇이라면 상생구조가 탄생할 것이며 그 속에서 5천 농가의 입장 정리는 필요합니다. 그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주체로서의 집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품의 품질을 높이고 높인 품질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기 위해 정해야 할 계약사항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20% 이상 계열화 된 상황, 실제 더 높다고 보고 있으며 다들 아시듯이 하림, 이지바이오, CJ 등 풍부한 자금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이 때, 가네마네 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유통 융복합과 구조단순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켜보면서 농가는 생산자 입장에서 그 체제 아래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돼지 5천농가 대 소 15만 농가, 돼지 10개월 출하 대 소 40개월(임신 포함) 출하, 조합 포지션, 응집력, 유통경로 상 관계형성 등을 볼 때 한육우 시장 보다는 당연히 한돈시장이 발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큰데요, 자 멀지 않은 미래, 지속되는 가격결정문제의 원인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농가의 전업화를 위한다거나, 유전력/사료 등 비교경쟁우위가 약한 상황을, 기본적으로 규격돈 출하조차 잘 하지도 못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아마도 멀지않은 미래 누군가 총때를 매야 할 책임있는 주체의 출연에 대해 과연 시장에서는 반길까요? 거부할까요? 특히나, 어려운 돈육 수급상황 속에서. 감사합니다. 김성호.
p.s. 책에서는 갈증, 고민, 갈망을 한 눈에 보시기 편하리라 기대하면서 바라시는 답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축산발전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장직영 축산물판매장, 축산물 유통의 핵인가! (0) | 2013.08.19 |
---|---|
우리가 먹는 돼지고기는 몇 등급일까? (0) | 2013.08.13 |
2013.08/ 농식품부 블로그/ 신선육 위주의 소비습관을 바꿀 때다 (0) | 2013.08.06 |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 및 보완과제(홍문표 의원실) (0) | 2013.08.06 |
(축산물 유통) 미래연구 5. 축산 유통마케팅 경쟁력 강화 (0) | 2013.08.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