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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기자수첩] 대형마트 '할인'이 찜찜한 이유

by 큰바위얼굴. 2015. 3. 17.

[기자수첩] 대형마트 '할인'이 찜찜한 이유

 

파이넨셜뉴스 2015.3.16

 

 

경기 부천에 거주하는 정모씨(62)는 야근을 하는 날 종종 이마트 부천역점에 들른다. 10시간가량 몸을 쓰는 노동에 피곤이 쌓였어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기 전에 가면 조리식품, 육류, 채소 등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서다. 때로는 마트를 돌며 30분~1시간 동안 할인을 기다렸다 사기도 한다. 회사에 있는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도 고민한다는 정씨는 최근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할인 소식이 반갑다.

빠듯한 살림에 대형마트 가격인하 경쟁 소식은 정씨와 같은 소비자에게 희소식이다. 하지만 자체 마진을 희생해 소비자와 사회를 위해 싸게 팔겠다는 마트의 홍보는 미심쩍다. 출혈에 가까운 대형마트 할인 소식에 한 전통시장 상인은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결국 '을'인 대형마트 납품업체의 부담만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인하 정책에 매몰되면 막상 상품의 품질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가격인하 전쟁은 홈플러스로부터 촉발됐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 10일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체 마진 1000억원을 포기하고 주요 신선식품 10~30%를 상시 할인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 1위 이마트가 '최저가 경쟁'에 합류했다. 지난 주말 100g당 7860원이던 한우 가격은 절반인 4290원까지 떨어졌다.

도 사장은 유통업의 본질인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을 통해 고객과 사회를 위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는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척'하는 일시적 상술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다른 대형마트 역시 할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정 할인이라고 홍보하고 1년 내내 같은 가격에 팔거나 명절 특별할인으로 홍보하고 이후에 가격을 더 내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의 경우 신선식품 할인을 위해 2013년 영업이익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0억원의 마진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고객과 회원정보 2400만건을 불법으로 팔아 23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홈플러스의 과감한 베팅이다.



정씨와 같은 일반 소비자는 대형마트가 싸게 판다고 홍보하면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경품을 준다 하고 뒤로는 고객정보를 팔아 부당이득을 취하고, 납품업체를 쥐어짜고, 실제로 싸다고 홍보하면서 별다른 할인 없는 거짓말이 반복되면 소비자도 등을 돌릴 것이다.대형마트가 '양치기 소년'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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