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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다리를 꼰다는 건

by 큰바위얼굴. 2015. 3. 22.

바라보고 싶어요~ 바라보고 싶어쇼~

 

노래를 귀가로 흘리며 방방 마다 문을 연다. 세종시에서 맞이하는 11번째 아침, 뿌옇다.

 

벌컥 열고 들어서서 영록이와 자고 있는 치형이의 양말을 벗겨주고 다음 방에서는 영탁이 꼰 다리를 풀어준다.

 

아내는 내 몸에 다리를 걸치기를 좋아한다. 내려놀라 치면 마음이 없다는 둥 예전엔 안 그랬다는 둥 핀잔을 준다. 언젠가 "여보, 다리를 왜 꼬고 자나?" 하고 물었을때 "어릴 때부터" 라는 말을 한다.

 

영탁이 꼰 다리를 풀어주며 둘의 영상이 겹친다.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안방으로 찾아와 안기던 놈이 오늘 아침엔 휴대폰으로 찾아간다. 나는 지금 훅 훅 스트레칭겸 운동 중이다. "엄마~" 하고 한참 일찍 일어나 폰을 만지작 거린 영록이는 넘어가고 치형이를 안방으로 옮기면서 치형이가 하는 말 "영탁이 형아는 게임한다" 는 소리에 "영탁아~ 영탁아~" 엄마가 소리치고 지레놀란 영탁이는 더더욱 움치린다.

 

다리를 풀어주며 무릎에 좋지않아 하고 말해주며 나섰고 아내가 다리를 꼰 이유가 혹시 지금 영탁이가 다리를 꼬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둘은 지금 냉전중이다. 그 이유는 거짓말 http://m.blog.daum.net/meatmarketing/2248 과 관련있다.

 

잠에 들 때 무심코 다리를 꼬는 건 마음 구석 어딘가 허전해서가 아닐까!

나와 영록이, 그리고 치형이는 뒹굴거리며 대자로 잠을 자기 바쁜 반면, 아내와 영탁이는 제 다리에 다리를 올려놓고 잔다. 앞의 셋은 정에 구애됨이 덜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성향을 지닌데 비해, 뒤의 둘은 정에 울고 웃는다. 정을 갈구한다.

 

정에 굶주린 아이가 한창 복부 운동후에 잠시 쉬는 찬라에 내 배 위에 머리를 기대올 때 "어! 땀이 식기 전에 운동해야지" 하고 쫒아버린 꼴. 아차한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다.)

 

마음이 가고오감에 거리는 두지말고, 근래 만나뵌 정재영 교수님의 말씀처럼 아이의 눈높이에서 두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말이 귀가를 스쳐지나간다. 아니면 뒤에서 씨부려. 그러니 부모가 잘 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여보, 아이와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데" 하고 앞뒤 다 빼고 말을 전해줬었는데.. 참으로 제각기 제 모습대로 살아가는 듯 하다. 접점을 찾는 건 치형이가 도둑잡기 하자고 할 때 어떤 상황에서라도 그냥 다가가 주저앉고 "하자" 하는 것.

 

잘 해보자. 난 널 믿고 있단다. 심지어 내게 거짓말을 할지라도 "아이는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을까?" 아이입장에서 보려고 생각에 잠긴다. 이유를 찾고자 한다. 정말 싫은 건 싫은 것인데. 그래도 영탁이에게는,

 

"영탁아, 할 때는 그냥 해. 생각은 하는 중에 필요한거지, 하려고 결정할 때 생각하는 건 핑계를 찾는데 불과해" 라고 말한다. 믿는 것과 속내와는 달리 달라질 것을 주문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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