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가격비교 업체이름 비공개? 대형마트 압력에 굴복한 유통公社
조선일보 2015.5.22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업계 최저가, 인근 점포보다 1원이라도 비싸면 배로 보상'이란 광고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그 문구를 보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물건을 산다. 사실 미덥지 않아도 돌아다니며 일일이 가격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인 대형마트를 믿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를 대신해 가격을 비교해 주는 곳이 있다. 준(準)정부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다. 공사는 매일 대형마트 4사의 농수산물·축산물·과일 값을 조사해 홈페이지(kamis.co.kr)에 올린다. 농가·납품 업체·소비자에게 올바른 가격 정보를 주는 것이다.
본지는 이 정보를 토대로 지난 15일 '장바구니 물가 기상도'란 신선 식품 가격 비교 기사를 조선닷컴에 실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같은 제품인데 가격 차가 3배 이상 나는 것도 있었다. 요즘 마트들은 최저가 전쟁 중이다. 홈플러스는 올 3월 업계 처음으로 신선식품 최저가 행사를 시작했고, 그 덕분에 매출이 전년보다 두 자릿수나 증가했다. 이후 이마트, 롯데마트도 가세했다. 다들 자신이 최저가라고 했다.
하지만 조선닷컴 기사로 이 최저가 마케팅의 실상이 드러났다. 다른 마트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 마트들은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약속대로 상품 가격을 최저가로 내리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마트들은 사과는커녕, 이 정보를 공개한 공사 측에 분을 풀었다. 한 마트는 "어떤 점포에서 가격을 조사했는지 밝혀라. 공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대형마트의 거센 항의에 공사는 즉각 무릎을 꿇었다. 앞으론 홈페이지에 가격을 공시할 때 마트 이름을 완전히 익명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말하자면 A유통, B유통 이런 식이다. 소비자들이 어디서 어떤 품목을 사는 것이 싼지 확인할 길이 없어진 것이다. 공사는 정부가 100% 출자한 조직이다. 설립 목표는 농수산물 유통을 선진화해 불투명한 농수산물 가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마트 판매 가격 공개는 이런 설립 취지를 반영한 활동이다. 공사의 주인이 누구인가. 정부, 나아가 그 위에 있는 국민이다. 마트와 공사만 이를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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