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니다
세계일보 2015.6.11
올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을 모양이다. 벌써부터 태평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 들어 발생한 태풍이 평년보다 3배나 많은 7개나 되고, 작년 여름 이후 연말까지 발생한 태풍도 5개나 된다. 1997년에 극성을 부렸던 ‘슈퍼 엘니뇨’가 되돌아오고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구촌 전체가 극심한 기상이변에 시달릴 것이고, 메르스와 같은 괴질의 출현도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한다.
여름철 기상이변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농사를 망쳐 버리고, 시설물을 파괴하고, 생명을 앗아가 버리는 끔찍한 재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직접 경험했던 기상이변은 고온 현상 5건, 저온 현상 2건, 태풍과 폭우 11건, 가뭄 2건이나 된다. 2008년과 2009년처럼 태풍이 찾아오지 않았던 해도 있었다.
2002년에는 루사가 870㎜의 물 폭탄을 쏟아부었고, 2003년에는 매미가 초속 60m의 강풍을 몰고 왔다. 1998년 여름에는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기후 변화를 걱정하지 않았던 과거에도 기상이변은 흔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빙하기가 시작된다고 걱정했던 1973년 여름의 폭염은 기록적이었다. 10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1923년과 1936년 태풍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가뭄·폭우·폭염·한파와 같은 기상이변은 사실 지구촌 어디에서나 이변(異變)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흔하게 일어난다. 메르스와 같은 괴질의 출현도 일상적이었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는 기상이변과 전염병의 역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일기예보는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다.
오늘날 일기예보의 과학과 기술은 놀랍게 발전했다. 1960년대부터는 인공위성까지 동원해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대한 기상관측 자료를 확보하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바다와 대기의 에너지 순환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상이변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우리의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기상 현상이 현대 과학으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비평형·복잡계이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일기예보는 주말 나들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상이변에 의한 피해를 줄여보려는 절박한 노력이다. 어차피 100% 정확한 예보는 불가능하다. 기상이변과 괴질의 출현이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을 너무 강조하는 것도 위험하다. 자칫하면 기상청이 양치기 소년으로 추락해버릴 수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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