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덕분이다
한국경제 2015.6.15
식수 부족 터져야 물가치 깨달아
지하수위 높아진 효과도 컸다
이 가뭄…저주꾼들은 말이 없고
총무부는 일을 잘해도 칭찬 듣기 어렵다. 그러나 욕먹기는 쉽다. 경찰이나 군도 비슷하다. 사회안전 업무나 경계근무는 평소에는 매뉴얼조차 우회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물론 그런 속성 때문에 조직은 느슨해진다. 세월호 같은 큰 사건이 아니라면 적절한 부족상태가 오히려 비용합리적으로 인식된다. 지하철 역들의 심장박동기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도, 그리고 작동시킬 수 있는 시민이 적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합리적 무관심은 언론의 호들갑이 사라지면서 금세 평시 수준으로 돌아간다. 메르스도 그럴 것이다.
기록적이라는 지금의 가뭄도 그렇다. 기록상으로는 초대형 가뭄 피해가 속출해야 마땅하지만 소양호 바닥이 드러난 사진 정도일 뿐, 국민들은 그다지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수돗물이 제한 급수되고, 목욕은 사치로 규정되며, 길거리 물 청소가 금지되는 상황이 되고서야 사람들은 가뭄이 턱까지 차올라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고 공장들의 생산 차질이 확산되면 그때 물 관리 부실을 질타하며 돌연 언론과 정치가 저승사자처럼 등장한다. 전국 단위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비가 이렇게 적게 내리기는 올해가 세 번째다. 비는 평소의 60%인 153㎜가 내렸다. 평소 같으면 농업용수 공업용수가 이미 제한 공급되고 생활용수도 절수로 진입했을 것이다. 곧 식수에도 문제가 터질 판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고맙게도 지연되고 있다.
사람들은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잘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방비용도 활동도 보상받기 어렵다.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감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타와 비난, 저주가 온 나라를 진동했다.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오늘도 무언가가 제때에 적절하게 공급되고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누군가의 숨은 노력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것은 제도화되어 있거나 누군가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정부가 매일매일 시민들의 필수품을 실어 나르느라고 온통 소동을 벌이지 않는 것은 크고 작은 시장들이 적재적소에서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4대강 사업은 이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이 농업용수, 공업용수, 목욕물, 식수, 그리고 아름답게 흐르는 한강을 여전히 충분히 마시고 즐길 수 있도록 매일 기적을 만들어낸다.
4대강 갈수기의 수위를 평균 1.77m 높여 놓은 것이 거대한 저수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강이 0.66m, 낙동강 3.14m, 금강 1.14m, 영산강이 2.14m나 높아졌다. 수자원공사는 그렇게 전국적으로 7억2000만의 물을 더 가두어 놓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1차원의 계산이다. 4대강 공사로 높아진 것은 강의 수위만이 아니다. 강 주변의 넓은 들판 아래를 흐르는 지하수위도 그만큼 올려놓은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4대강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서조차 지하수가 마르지 않고 있다. 바로 이것이 가뭄을 견디게 하고 있다.
식수 부족까지 나아가면 그제서야 4대강 둑을 좀 더 높게 쌓고, 보를 좀 더 많이 만들고, 하상을 좀 더 깊이 파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만일 박원순 시장의 말처럼 한강 잠실보를 철거했거나 일부 과격집단의 주장처럼 4대강을 포기했더라면 지금 4대강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국민들은 대재난에 직면해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론들은 극도의 호들갑이었을 것이다. 아니 바로 지금 그런 일이 꼭 4대강의 효과만큼 지연된 상태로 착착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말이 없다. 하기야 그들은 언제나 말이 없었다. 고속도로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4대강까지, 그 어떤 사업에 대해서도 호들갑을 떨며 반대하던 그들은 성공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침묵해 왔다. 지금도 댐건설에서 송전선에서 원전에서 해군기지에서 반대와 저주를 외치고 있다. 그들은 ‘비용 합리적’ 비용을 높이는 정도가 아니라 의도적 훼방만 되풀이해왔다. 문제를 포착하고 그것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사회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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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4대강이 가뭄에 도움된다 했나… 하천 바닥까지 파헤쳐 지하수도 말라”
경향신문 2015.6.17
ㆍ경기 여주에서 논·밭농사 짓는 주경옥씨
“우리 마을은 4대강 사업으로 가뭄에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주경옥씨(60·사진)는 “벼가 마르고 논바닥이 갈라져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있다”며 “천수답 같은 경우는 모가 말라죽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주씨는 남한강 지류인 청미천이 합류하는 경기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에서 논, 밭농사와 함께 과수농사(배)를 하고 있다.
주씨는 “과일(배)은 수분이 없어 자라지도 못하고 병해충도 심하다”며 “농업용수는 소형 관정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강이나 개울 물을 써야 하는데 물이 없으니까 그냥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주씨는 “4대강 공사 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만 가물어도 지하수가 고갈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주씨는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을 준설하면서 하천 바닥을 6m 정도 팠다”면서 “이로 인해 남한강 지천(청미천)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우리 마을의 경우 토사가 다 본류로 쓸려 내려가면서 지하 수위도 그만큼 내려갔다. 이로 인해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심각한 물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이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강천보’ 인근에 있음에도 피해를 입는 이유도 설명했다.
주씨는 “보 인근 최근접 마을만 좀 혜택을 보는 거지, 우리 마을처럼 3~4㎞씩 떨어진 곳은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혜택을 보는 곳은) 여주 지역에서도 광역 용수시설이 돼 있는 능서면과 흥천면 일부 정도로 여주지역 전체 농지 면적의 10분의 1도 안된다”고 말했다.
4대강에 설치된 전국의 16개 보에 저수된 7억2000만t의 물에 대해 주씨는 “누군가는 쓰겠지. 나와는 상관없다”며 냉소했다. 주씨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을 끌어다줄 수 있는 장비”라며 “정부 차원에서 메르스만큼 가뭄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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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용 아닌 녹조용으로 4대강 물을 방류하다니
경향신문 2015.6.17
엊그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강정고령보 등 낙동강 4개 보(洑)의 수문을 일제히 열어 500만㎥의 강물을 방류했다. 최근 가뭄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가뭄 해소를 위한 조치로 넘겨짚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보를 건설하려던 명분이 ‘유량을 확보해서 생태계를 복원하고 홍수나 가뭄에 대비하자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실제 4대강의 보 설치 등으로 확보한 물은 12억t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이날 방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강 전체에 녹색 페인트를 뿌려놓은 듯한 낙동강의 심각한 녹조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 복원은커녕 보 설치로 인해 되레 강 전체에 거대한 녹조띠가 만들어졌고, 그 녹조띠를 없애려 보의 수문을 열어야 했던 것이다. 가뭄으로 논바닥은 쩍쩍 갈라져도 4대강 물은 가뭄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가뭄 해소용으로 쓸모가 없다. 대신 그 물을 녹조 제거용으로 흘려보내고 있으니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인가.
사실 4대강 사업으로 16개의 보가 설치된 이후 강의 녹조현상은 해마다 악화됐다. 예컨대 낙동강 녹조 발생 시기가 2012년에는 8월이었는데 올해는 5월 중순으로 3개월이나 빨라졌다. 특히 사람과 가축에 치명적인 남조류가 상류지역인 상주보에서도 발견되는 등 낙동강 전체가 ‘녹조라떼’로 변한 것이다.
최근의 가뭄과 고온현상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됐겠지만 보 설치 이전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느려진 강의 유속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연속으로 설치된 보 때문에 강이 계속 정체됨에 따라 죽은 물이 되고, 거기에 영양염류가 많이 유입되면서 녹조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초와 모래톱이 없어짐에 따라 토종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와 같은 외래종만 득세하고 있다. 4대강 보는 생태계 보전이 아닌 생태계 파괴 현장이 된 것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오는 9월까지 매주 1차례씩 낙동강 보의 수문을 일시에 여는 이른바 펄스(Pulse)형 방류를 시범운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근본대책은 아니다. 상시적인 수문 개방만이 정체된 강을 흐르는 강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다시 묻게 된다. 물을 고이게 하고 그 때문에 물을 썩게 하는 보는 무엇을 위해 건설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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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지하수 지층 37개 중 13곳 고갈 직전 상황
한국일보 2015.6.17
인류가 사용하는 수자원의 35%를 공급하는 전 세계 주요 대수층(帶水層ㆍ지하수가 고여있는 지층)의 물이 급속도로 고갈되면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미국 우주항공국(나사)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 팀과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대학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각각 ‘수자원 연구’ 저널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나사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중국과 인도에서 미국,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산재한 37개 대규모 대수층 가운데 21곳에서 최근 10년(2003~2013년)간 수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13곳은 고갈되기 직전의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진단됐다. 제이 파밍글리에티 JPL 선임연구원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며, 지속 가능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지하 대수층은 수천년에 걸쳐 매년 눈과 비가 조금씩 유입돼 채워지는 반면, 고갈 위험에 빠진 곳에서는 가뭄이나 인구 증가로 물 공급이 부족하자 균형 상태 이상으로 물을 끌어 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호주 대륙의 서쪽 끝인 ‘캐닝 분지’는 지하수가 거의 고갈된 반면 북동부의 ‘대찬정 분지’는 양호한 편인데, 캐닝 분지의 경우 인근의 금광과 동광에서 채굴 및 제련을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에서도 특히 가뭄이 극심한 캘리포니아 주는 지하 대수층에 의존하는 비율이 60%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밀집 지역이면서도 바다와 멀리 떨어져 다른 수자원 공급원이 없는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북아프리카 등의 대수층도 고갈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더욱 심각한 것은 UC어바인대의 연구 결과, 전 세계의 지하 대수층에 고인 수자원 규모가 그 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작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몇몇 지하 대수층만 수자원 규모가 확인됐을 뿐 상당수 대수층은 저수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미국 중서부의 3개 대수층과 동북아시아의 대수층은 위성으로 관측한 수위가 최근 10년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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