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줄이고… 유통업계 "작아야 잘 팔린다"
조선비즈 2015.7.9
1·2인 가구 비중 53%… 한 번 쓸 만큼만 사는 소비자 늘어 애플 수박·스낵오이 등 미니 농산물 판매 급증 다양한 채소를 잘라 섞어 1인분씩 포장해 팔기도
요즘 유통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소형화(小形化)'이다. 노령화와 만혼, 출산율 감소 등으로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사회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기존 상품을 자르거나 덜어내 부피를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유통사들은 각종 과일과 채소 품종까지 작은 크기에 맞춤형으로 별도 개발하고 있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국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중이 53%에 달하는 상황에서 상품을 한꺼번에 사지 않고 딱 한 번 쓸 만큼만 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유통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변신하는 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작은 크기 상품 매출 급증
유통 현장에서 작은 품종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오이의 3분의 1 크기 '스낵오이'의 지난달 매출은 작년 6월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일반 오이의 매출 증가율(3.3%) 대비 10배가 훨씬 넘는다. 작년 9월 한 달 동안 시험적으로 판 '미니 사과' 매출 증가율(8%·전년 동월 대비)도 같은 기간 일반 사과 매출 증감률(-28%)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일반 수박보다 작게 품종을 개량한 수박(위), 손질해서 조금씩 담은 야채(가운데), 하나씩 낱개로 파는 쿠키(아래) 등 ‘소형화’ 제품이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롯데슈퍼·오리온 제공
일반 수박보다 작게 품종을 개량한 수박(위), 손질해서 조금씩 담은 야채(가운데), 하나씩 낱개로 파는 쿠키(아래) 등 ‘소형화’ 제품이 1·2인 가구가 급증하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 /롯데슈퍼·오리온 제공
롯데슈퍼는 이달 6일부터 크기가 일반 수박의 6분의 1 정도인 '애플 수박' 판매를 시작했다. 절반 혹은 4분의 1 크기로 자른 수박 매출이 전체 수박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9%에서 올 상반기 15.1%로 늘어난 것이다. 이마트도 한근(600g) 단위로 팔던 한우(韓牛) 고기를 2013년부터 200~300g 단위로 팔고 있다. 이달부터는 150g짜리도 출시했다. 용량이 일반 와인의 절반이거나 3분의 1인 '미니 와인'의 올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2% 정도 늘었다.
오리온은 작년 4월부터 편의점에서는 초코파이를 낱개로 판다. 원래는 12개, 18개짜리 박스로 팔았지만 1인 가구가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에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출시 첫 달, 한 개에 400원짜리 초코파이는 편의점에서 4900만원어치 팔렸으나 올해 4월에는 2.6배 이상인 1억3200만원어치가 팔렸다.
여러 상품을 조금씩 섞어 파는 방식도 등장했다. 홈플러스는 요리에 필요한 다양한 채소를 잘라 섞어 1인분씩 포장한 '간편 채소'를 최근 출시했다. 볶음밥용, 된장찌개용, 계란말이용 등 요리 특성에 맞게 분류한 야채를 1000~2000원에 파는 것이다.
◇1·2인 가구 專用 상품 붐
유통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다변화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자체 브랜드(PB) '한끼'를 2013년부터 만들어 운영 중이다. 계란 한 알, 고등어 3분의 1 조각, 양배추 8분의 1쪽 등 한 명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量)만 파는 방식이다.
1인 가구를 노리는 편의점 전용 상품도 있다. 오리온은 작년 12월 편의점 전용 상품인 마켓오 리얼 쿠키를 선보였다. 이영균 오리온 이사는 "편의점의 주 고객인 싱글족(族)만을 겨냥해 다른 대형마트나 수퍼에서는 안 팔고 편의점에서만 팔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1·2인 가구 소비자의 제품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1인 가구 연구회'를 발족했다. 소속 회원 대부분이 혼자 사는 독신(獨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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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이코노미' 시대
1인가구가 바꾼 유통지도…편의점 매출 20%↑ '나홀로 질주'
한국경제 2015.7.5
근거리 쇼핑 선호하는 '싱글슈머'
1인용 해장국서 와인까지 PB상품 '인기'
GS25 '홍라면' 1주일새 10만개 팔리기도
“11년 전 문을 열 때만 해도 종일 책만 읽을 정도로 장사가 안 됐지만 요새는 하루 평균 800명 이상의 손님이 듭니다. 매출이 꾸준히 늘어 이제 대기업 임원만큼은 버는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오후 8시께 서울 봉천동에 있는 편의점 CU서울대파인점에서 만난 김솔 점주의 말이다. 그의 얘기처럼 점포는 도시락 즉석밥 같은 저녁거리와 맥주 등을 사가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메르스에도 매출 30% 늘어
불황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유통업체의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편의점이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
5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등 ‘빅3’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넘게 늘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실적이 뒷걸음질하거나 정체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소비시장에 대형 악재가 된 메르스도 편의점 성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메르스 공포가 덮친 지난 6월 편의점 3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부터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 영향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편의점업체들의 설명이다.
편의점이 전성시대를 맞은 가장 큰 배경은 인구구조 변화다. 만혼과 독신 등의 영향으로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9%였던 1인가구 비중은 지난해 26%로 높아졌다. 1인가구 비중은 2025년 31.3%, 2035년 34.3% 등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1인가구 소비자를 가리키는 ‘싱글슈머(single+consumer)’의 소비방식은 가족 단위 소비패턴과는 다르다. 이들은 생활필수품을 구매할 때도 대형마트에 가기보다는 출퇴근시 집 근처 편의점을 활용하는 등 ‘근거리 쇼핑’을 선호한다. 편의점의 상품 구색이 대용량보다는 소용량·소포장 중심으로 갖춰진 것도 1인가구의 소비패턴에 잘 들어맞는다.
○편의점, PB상품이 일등공신
편의점업체들이 소비패턴 변화를 읽고,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늘린 것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세븐일레븐의 PB상품 판매 비중은 2011년 27%에서 올 상반기 35%를 넘어섰다. PB 먹거리 상품은 황태해장국밥 규동 맛김치 단무지 와인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색 있는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편의점 GS25가 방송인 홍석천 씨와 손잡고 내놓은 홍라면은 1주일 만에 10만개가 동나며 편의점에서 제일 많이 팔린 라면에 오르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이 강릉 맛집과 제휴해 선보인 ‘교동짬뽕’도 라면 부문 판매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다.
PB상품들은 이익률이 일반 상품에 비해 3~4%포인트 높다. 송영민 BGF리테일 상품기획팀장은 “PB상품은 자체 유통망을 활용하는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며 “수익성도 높은 효자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인가구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편의점이 온라인과 함께 유통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14조원대인 시장 규모가 5년 뒤엔 2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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