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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유통은 디테일… 온라인 식료품점, 실제 매장처럼 챙겨라

by 큰바위얼굴. 2015. 8. 13.

유통은 디테일… 온라인 식료품점, 실제 매장처럼 챙겨라

 

조선일보 2015.8.13

 

 

온·오프라인 동시 이용하는 소비자, 고소득 맞벌이 부부같은 우량고객군
온라인 식료품점 투자 서둘러야…
英 온라인식품업체들 배송비 줄이려 배달 희망 시간따라 요금 차별화
멤버십 가입자에 무료배송 서비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은 의외의 사건을 계기로 급변하기도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그 좋은 예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은 인터넷과 배송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많은 업체가 온라인 식료품점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온라인 식품 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있었지만 유통업체의 준비가 부족해 소비자의 습관을 바꿀 만큼 매력적이지 못했다. 온라인 식료품점을 둘러싼 해외 사례를 보면 숨 가쁜 환경 변화에 기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투자는 고객별 수익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온라인 채널의 경제성만 본다면 이 부문에 대한 투자는 미친 짓이다.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에 빼앗기는 일종의 자기잠식(carnivalization)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한 명당 경제성 분석으로 본다면 결론이 달라진다. 고객을 송두리째 잃는 것보다 자신의 오프라인 매출 일부를 잠식하는 것이 더 낫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채널 소비자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와 같이 편리성을 중시하고 장바구니 규모가 큰 우량 고객군이다. 이 소비자들을 통째로 경쟁사에 빼앗기기보다는 투자로 수익성이 낮아지더라도 이들을 잡아야 한다. 최근 영국 수퍼마켓 세인즈버리(Sainsbury)의 조사를 보면 다양한 채널을 이용하는 사람의 월 소비 액수가 오프라인만 이용하는 소비자보다 120퍼센트 이상 높았다. 온라인 식료품점에 뛰어드는 것은 당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중에 더 큰 손해가 될 수 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둘째, 기본부터 잡아야 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장을 보려면 식품 종류를 다양하게 하고 질을 올리며 배송비를 낮춰야 한다. 특히 신선식품 분야에서 구매자에게 좋은 경험을 줘야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고 규모의 경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가 있어야 수익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식품 구매를 망설이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배송비다. 상당수 소비자가 구매하는 물건의 양에 비해 배송비가 높다고 느낀다. 하지만 체감 배송비에 대한 민감도를 낮춘다면 경쟁자들로부터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온라인 식품업체인 오케도(Ocado)는 주문 날짜 및 희망 배달 시간에 따라 배송비를 다르게 책정한다. 영국의 일부 수퍼마켓은 고객이 멤버십에 가입해 월별 이용료(약 6파운드)를 내면 최소 금액 이상 구매 시 배송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토록 했다. 그러자 많은 고객이 멤버십에 가입해 이 수입이 추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셋째, 유통은 '디테일'이고, 온라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온라인에서 웹사이트는 오프라인에서의 매장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경영자들이 매장 방문을 위해 쓰는 시간과 노력만큼 온라인 채널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지 묻고 싶다. 온라인 식품점 운영은 웹사이트뿐 아니라 앱의 유저인터페이스(UI), 제품 추천 알고리즘, 재고에 대한 투명성 등 신경 쓸 것이 무척 많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테스트와 고객 구매 패턴 연구가 필요하다. 맥킨지의 연구에 따르면, 두 유통업체가 같은 운영모델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행 방법과 도구에 따라 이윤 폭이 최대 4퍼센트까지 달라질 수 있었다. 언뜻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디테일이 흑자냐 적자냐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만약 온라인 식료품점에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경쟁자에게 고객들을 뺏길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미 공격적인 온라인 회사들은 전통적 유통업체로부터 고객을 빼앗고 있다. 전자 상거래의 거인 아마존은 '아마존 프레시(AmazonFresh)'라는 서비스를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시작했다. 규모, IT 기술, 물류 역량, 손실에 대한 인내심 등을 고려하면 아마존은 이른 시간 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메르스가 우연치 않게 가져온 소비자의 행동 변화는 "수요가 없다"는 변명을 통하지 않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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