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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제 이름은 이제 ‘한국 붉은 소나무’입니다”

by 큰바위얼굴. 2015. 8. 11.

“제 이름은 이제 ‘한국 붉은 소나무’입니다”

 

경향신문 2015.8.10

 

 

ㆍ영어명 ‘일본 붉은 소나무’서 바꿔… ‘한국 중심 서식’ 고려
ㆍ국립수목원, 자생식물 검토해 2500종에 새 영어 이름 붙여

“제 영어 이름은 ‘Japanese red pine(일본 붉은 소나무)’이 아닌 ‘Korean red pine(한국 붉은 소나무)’입니다.”

광복절이 며칠 남지 않은 오늘(10일) 저, 소나무는 새 영어 이름을 선물받으며 정체성을 찾았습니다. 한국이 중심 서식지임에도 ‘재패니즈’라는 이름이 붙어 있던 제게 국립수목원이 ‘코리안 레드 파인(Korean red pine)’이라는 영어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소나무라는 친근한 한국 이름과는 달리 영어 이름은 잘못 불리고 있던 제게는 오늘이 사람들의 광복절처럼 여겨지네요.

한국 붉은 소나무 | 국립수목원 제공

 


새 영어 이름이 생겨서 기쁜 한반도 식물은 저만이 아닙니다. 울릉도 특산식물인 섬벚나무는 이번에 생긴 새 영어 이름 ‘Ulleungdo flowering cherry(울릉도 벚나무)’ 덕에 ‘창씨개명으로 빼앗긴 이름을 되찾은 기분이 든다’고 말할 정도예요. 일본인 학자가 1918년 처음 발표한 탓에 섬벚나무의 학명에는 독도의 일본 이름인 다케시마(죽도)가 포함돼 있는 데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영어 이름도 ‘다케시마 벚나무’였거든요. 역시 학명에 다케시마가 들어가 있는 섬초롱꽃은 영어 이름이 없었는데 이번에 ‘Korean belflower(한국초롱꽃)’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국립수목원이 저와 친구들에게 새 영어 이름을 지어준 것은 저처럼 한반도가 중심 서식지이거나 섬벚나무처럼 한국에만 자라는 특산종임에도 엉뚱한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입니다. 국립수목원은 이번에 국가표준식물목록 중 자생식물 4173종의 영어 이름을 검토해 한반도가 식물 분포의 중심지이지만 다른 국가명이 들어간 식물, 한반도에만 사는 식물 등 2500종에 새 영어 이름을 만들어 줬습니다.

울릉도 벚나무 | 국립수목원 제공


미선나무는 한국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인 덕분에 한국어 이름과 같은 발음의 ‘Miseonnamu’라는 영어 이름을 얻게 됐습니다. 흔히 곤드레나물로 알고 있는 고려엉겅퀴는 친숙한 곤드레(Gondre)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고요. 물들메나무는 ‘Jirisan ash(지리산 물푸레나무)’라는 이름을 얻고 무척 기뻐하더군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의 영어 이름도 한국어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쑥은 ‘Ssuck’, 냉이는 ‘Naeng-i’ 이런 식으로요.

전 세계가 동일하게 사용하는 학명은 처음 붙여진 이름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반명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부르고, 널리 알려지게 되면 기존에 쓰이던 이름을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영어로 우리 한반도 식물들의 이름을 쓸 일이 있을 때는 꼭 새 영어 이름을 사용해 주길 부탁드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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