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복합쇼핑몰 내 대기업 한식뷔페에서 손님들이 점심을 즐기고 있는 모습.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서울 용산구의 한 복합쇼핑몰 내 대기업 한식뷔페에서 손님들이 점심을 즐기고 있는 모습.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랜드·CJ·신세계 등 출점 잇따라
2년전 3곳에서 78곳으로 늘어
인근 식당들 “생존권 위협” 반발
정치권도 진입 규제 움직임 나서
지난 16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 대학로 혜화역 1번 출구 근처의 한 빌딩. 1층에 롯데슈퍼가 성업중이고, 3층엔 씨제이푸드빌이 운영하는 중식당 차이나팩토리가 들어서 있다. 같은 건물 2층에는 신세계푸드의 한식뷔페 ‘올반’이 지난 13일 새로 문을 열어 젊은층, 중장년층 가릴 것 없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날 ‘올반’에 여고 동창 모임을 하러 온 이은경(45)씨는 “이곳에서는 주말에 2만2900원만 내면 1인분에 1만원 이상 하는 바짝 석쇠불고기나 화덕 삼겹살구이처럼 값이 나가는 메뉴를 무한정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올반’ 대학로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식당 ㄷ은 저녁 8시 한창 붐빌 시간인데도 전체 테이블 10개 가운데 2개에서만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식당 주인 박아무개씨는 “‘올반’이 문을 연 뒤 ‘건강한 한식 밥상’을 콘셉트로 하는 우리 식당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엔 세월호 사고로,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손님이 줄었는데, 이번엔 대기업 한식당까지 근처에 생겨 계속 영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외식업체들이 한식뷔페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같은 상권 한식당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동네 식당 주인들은 골목상권에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재벌 일가 빵집을 무분별하게 출점해서 비판을 받던 대기업들이 전형적인 소상공인 업종인 한식 사업에까지 열을 올리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대기업 외식업체 자료를 종합하면, 2013년 3개뿐이던 대기업 한식뷔페 식당은 이랜드가 운영하는 ‘자연별곡’이 43개, 씨제이푸드빌의 ‘계절밥상’이 24개, 신세계푸드의 ‘올반’이 11개에 이른다. 음식점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정했으나 전체면적 2만㎡ 이상의 복합다중시설, 교통시설 출구로부터 반경 100m 이내의 역세권, 대기업 본사와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시설 등에 한해서는 출점을 허용한다.

대기업 한식뷔페들은 어른 기준으로 평일 점심 1만원대, 저녁·휴일 1만원 후반~2만원 초반 가격에 100가지 안팎의 한식 반찬과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외식 주소비층인 젊은이들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처럼 한식뷔페가 인기를 끌자 애초 하반기에도 공격적으로 매장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상공인의 반발이 커지고 대기업 한식뷔페 출점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권의 움직임이 나타나자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랜드 외식사업부는 올해 하반기에는 이달 중 개점할 홈플러스 잠실점만 신규 출점을 확정해 놓았다. 이랜드 홍보실 쪽은 “하반기 2~3개 신규 출점을 계획중이었는데, 경기와 여론 등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씨제이푸드빌과 신세계푸드 쪽도 “하반기에 새 매장을 2곳 정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네 음식점 업주들은 생존 위기감 속에서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부회장은 “대기업 외식업체 한 곳이 문을 열면 근처 개인 음식점 100~150곳의 매출이 줄어든다”며 “9월께 이마트 성남점에 문을 열 ‘올반’ 개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식뷔페가 자칫 기업형 슈퍼처럼 주변 상권을 황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치권과 정부도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에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 자제, 확장 자제, 사업 축소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음식점업에 대한 적합업종 재신청 기간인 9월초~10월초 이후 동네 음식점 업주와 대기업이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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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한식뷔페 무분별 확장 제동…박지원 의원, 상생법 개정안 발의

 

한국농어민신문 2015.8.14

 

적합업종제도 실효성 높여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확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한식뷔페’ 사업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동반성장위 권고에 따라 음식점업에 대한 대기업의 신규 진입과 확장이 자제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근거가 취약해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어 중소 음식점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같은 취지에서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말 대표 발의했다.

음식점업은 지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확장 및 신규 진입 자제’가 권고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한식뷔페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음식점을 영위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3년 단 3곳에 불과했던 대기업 한식뷔페 매장은 2014년 급증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유통 대기업의 신규 진출도 예상되는 등 한식뷔페로 인한 중소 음식점의 피해가 갈수록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적합업종제도 등 현행 규정에선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의 ‘신규 진입 및 확장 자제’ 권고와는 별개로, 복합다중시설이나 역세권 등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대기업의 출점이 가능하다. 특히 대기업의 본사나 계열사 소유 건물·시설에는 연면적에 대한 제한도 없는 등 많은 예외 조항이 있어 대기업이 이 같은 점을 이용해 한식뷔페 사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적합업종 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권고기간 만료 전에 이를 개선하기 어려워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는 △동반성장위가 적합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자제, 확장자제, 사업축소 등의 권고를 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위원회는 적합업종 권고의 이행실태와 문제점 등을 매년 점검하고 개선할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권고 내용을 변경하는 등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아울러 △대기업은 권고의 이행과 관련해 위원회, 중소기업 또는 중소기업단체의 개선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성실하게 협의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대·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나, 민간 부문의 자율적인 합의에 기초해 운영되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대·중소기업 간 합의에 기초하고 있는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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