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들인 가락·노량진수산시장 새 건물 석달째 '개점휴업'
이데일리 2016.3.13
소통부재, 행정편의주의가 부른 예고된 갈등
임대료 2~3배 비싸고, 점포 면적은 줄어
가락몰 개장 5월말로 연기·新노량진수산시장 텅텅 비어
가락시장이 생긴 30여년 전부터 이 곳에서 장사를 해 왔다는 구모(61·여)씨는 “주차장 공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고 입구 수가 적어 물건을 떼오는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상인 300명 가량이 모여 ‘수산시장 상인 생계쟁취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상인들은 “현대화 이전 반대”를 외쳤다.
서효성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사무국장은 “수산업협동조합이 노량진 시장을 현대화한다는 취지보다는 현 노량진시장 부지에 컨벤션센터를 지어 돈벌이를 하려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탓에 벌어진 문제”라고 주장했다.
서울 시내 대표적인 도·소매시장인 가락과 노량진수산시장 2곳의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시장 운영 주체 측과 상인들 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화 사업 초기부터 상인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이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한 탓에 발생한 예고된 파행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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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장 모두 새로운 시설의 높은 임대료, 불편한 내부 구조 등을 이유로 상인들이 이전을 거부하고 있어 신축 건물은 ‘개점휴업’ 상태다. 상인들의 입주 지연으로 현 부지 개발을 통한 2단계 현대화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009년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계획이 수립된 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는 작년까지 2806억원을 투입, 1단계 현대화사업으로 가락몰 판매동(지상 3층·지하 3층 규모)을 신축했다. 지난해 말 판매동이 문을 열었지만 지하 1층으로 이전하게 될 청과물직판상인협의회 측 반대가 거세 올해 2월 말로 개장이 늦춰진 데 이어 다시 5월말로 연기됐다.
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수산회센터와 주방용품 부분은 입점이 완료됐고 수·축산, 농산물 등은 개점에 합의해 준비에 들어간 상태”라며 “4월이면 청과물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은 다 입점이 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청과물 상인 측과의 논의는 수개월째 답보 상태여서 5월 개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로 예정된 2단계 현대화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청과물직판상인협의회 관계자는 “가락시장은 지난 30년 간 도·소매 형식으로 운영돼 왔는데 가락몰은 일반 소비자 위주의 마트형 건물이다. 성인한테 아동복을 어떻게든 입어보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가락몰로 이전하라는 것은 전체의 10% 정도인 일반 소비자를 챙기기 위해 나머지 사업자 고객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총 투자비 2241억원이 들어간 노량진수산시장 신축 건물도 상인들의 입점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시장을 운영하는 수산업협동조합은 지난해 10월 완공한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연면적 11만 8346㎡)의 새 건물에서 16일부터 수산물 경매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행정 편의 무리한 현대화 강행, 예고된 갈등
상인들은 그러나 현대화 시설 이전시 판매 공간은 좁아지는 반면 임대료는 2∼3배 가량 오르는 등 불이익이 크다며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서 사무국장은 “새 건물은 점포당 실면적이 1.27평(4.2㎡)밖에 안 되고 폐기물 처리장은 지하 2층에 있는 등 수산시장으로서의 기능성이나 상인의 편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 위주의 설계”라고 말했다.
수협 측 관계자는 “사업이 시작된 2007년부터 상인들 대표들과 만나 임대료나 면적에 대해 협의해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설 현대화가 도매시장 본연의 기능과 잘 맞지 않는 데다 사업 추진 초반부터 충분한 협의 없이 강행한 탓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컨설팅 전문업체 신한경영법인의 하재은 대표는 “행정 편의적인 일방적 판단으로 현대화를 추진한 과정에서 상인과 소비자들의 실제적인 필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전통시장은 여러 지역의 커뮤니티를 이루며 소통을 해오는 문화적 공간인데 편의성만 추구할 게 아니라 특색을 살리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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