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16년 지났는데… 하나로 안된 농협·축협
조선일보 2016.7.5
[농협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축산계 반발 계속 커져]
축산물 판매·유통 사업을 농협경제지주로 넘기는 과정서 축산 특례 없애려 하자 갈등
정부 "전문경영인 체제로"
축산계 "독립성 보장돼야"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5월 입법 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축산계의 반발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통합된 지 16년이 지나도록 하나가 되지 못한 농협과 축협의 갈등이 농협법 개정안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법 개정안에는 대의원 조합장들이 투표로 뽑는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이사회에서 합의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중앙회의 사업 권한을 농협경제지주로 대거 넘기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계속 추진해온 농협 신·경 분리(信經 分離·신용과 경제 사업 분리) 정책이 내년 2월 완료되는 것에 맞춰 농협의 조직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신·경 분리란 은행·보험 등 '신용 사업'과 농산물 유통 및 판매 등 '경제 사업'을 나누는 것이다.
◇'축산 특례' 폐지가 뜨거운 감자
문제는 이번 농협법 개정을 통해 농협중앙회에 남아 있던 축산물의 판매·유통 사업을 농협경제지주로 넘기면서 터졌다. 축산 부문을 경제지주로 넘기는 과정에서 정부가 농협법의 '축산 특례'를 없애겠다고 하자 축산계는 결사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축산 특례'란 2000년 자본 잠식 상태였던 축협이 농협에 통합되며 도입된 제도인데, 축산 조합장들이 모여 축산경제 대표를 뽑고, 이렇게 뽑힌 축산 대표가 재산과 독자 사업권을 갖는 게 핵심이다. 축산 특례는 축산 부문이 농협 내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정부가 축산 특례를 없애겠다고 하자 축산계는 축산단체협의회, 전국축협조합장 등이 모여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30만명의 서명이 담긴 요구안을 지난달 말 정부에 전달했다. 축산 특례 유지와 축산지주 설립이 골자였다.
그러나 정부는 신·경 분리가 완료되면 농협중앙회에 축산 부문만 남겨놓을 수 없고, 상법상 회사인 농협경제지주회사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정부는 '축산조합장들이 축산 부문 대표를 별도로 뽑게 농협 정관에 넣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축산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정관에 넣어 놓으면 축산 대표는 결국 없어질 것'이라며 거부한 상태다.
◇갈등의 뿌리는 농·축협 간 불신
일각에선 이런 갈등이 터져 나오는 배경에 농협과 축협이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농협 축산 부문 관계자는 "축산 부문의 경우 신입 사원 배치도 잘 안 되고, 예산 신청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 내에서 소수인 축산 부문이 소외된다는 정서가 있다"며 "'축산업 말살'을 얘기하지만 결국 농협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축산계는 축산업은 일반 농업과 달리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농식품 시장 형태가 점차 융합으로 가는 상황에서 일반 농업 부문과 축산 부문을 따로 두는 것은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두 부문을 같이 둘지, 따로 둘지는 회사의 전략적 판단이므로 법에 규정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노재선 서울대 교수는 "신·경 분리 완료를 계기로 정부가 농협법 개정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모양이 됐다"며 "사전 소통도 부족한 측면이 있고, 축산계 반발이 이렇게 강할지 예측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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