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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길 위에 방치된 급식 안전

by 큰바위얼굴. 2017. 7. 10.

길 위에 방치된 급식 안전


부산일보 2017.7.10





             
"아이들 급식을 책임지는 어른은 도대체 누굽니까?" 
 
올 3월 본보의 기획보도로 탑차에 우유와 돈가스, 두부 등 급식 식자재가 무더기로 밤새 방치되는 급식 유통의 민낯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제대로 된 냉장·냉동시설을 갖추지 않은 유령 급식업체들이 부산 전역으로 급식 식자재를 납품하기 위해선 시동이 꺼진 탑차를 창고처럼 쓰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시스템, 정상화 한계  
검수·보관·공급 과정 관리  
전문인력 갖춘 권역별 센터  
현실적 대안으로 급부상 

■급식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
 

유통업계 종사자라면 유령 급식업체 문제는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만큼 오래된 폐단이지만 급식을 관리·감독해 온 주체들은 이를 뿌리 뽑지 못하고 있었다. 교육청은 단속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뒤로 물러섰고, 지자체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단속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급식 유통 과정 전반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일원화된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 이 때문이다. 기존의 관리·감독 시스템으로는 정상화가 어렵다고 한다면, 현실적인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안심급식지원센터'다. 급식 식자재의 검수, 보관, 공급을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통합센터를 전국 최초로 부산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를 제안한 부산시의회 오은택 의원은 "권역별로 안심급식지원센터를 설립, 제조사로부터 일괄적으로 식자재를 받아 전문인력으로 하여금 이를 검수, 보관토록 하는 개념"이라며 "식자재의 안전성을 도모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입찰부터 따내고 보자'식으로 우후죽순 늘어난 유령 급식업체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또 "학교 급식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각종 공공기관과 병원, 기업 등의 식자재 유통까지 통합센터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단체급식 시장의 판도를 지역업체 위주로 재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심급식지원센터 도입과 관련해 부산의 한 학교 영양사는 "매일 아침 유통업체가 가져온 식품의 신선도 등을 확인하느라 한바탕 전쟁을 벌였는데, 이 같은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B마크로 시너지 효과 기대 

지역 우수 식품 제조사에 지자체가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가칭 'B마크' 역시 급식 유통시장의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B마크가 도입되면 아이들에겐 믿을 수 있는 지역의 안전한 먹거리를, 지역 기업엔 판로를 확보해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식품에 대한 인증제도를 시도하는 건 부산이 처음은 아니다. 경기도는 2000년부터 도내 농특산물의 부가가치 창조를 위해 우수하며(Good), 환경친화적인(Green) 농산물에 품질을 보증(Guaranteed)하는 G마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제주 역시 JQ(Jeju Quality)마크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부산의 한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검증한 부산의 식자재들로 안심급식센터가 채워진다면 급식에 대한 믿음이 한층 커지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주체 선정이 과제 

안심급식지원센터와 B마크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안심급식지원센터에서 배제되거나 B마크를 받지 못한 업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비영리 사단법인이나 사회적 기업이 시청 또는 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운영을 하더라도 급식 유통 독점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같은 이유로 유관기관들은 두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운영주체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질서가 무너져버린 급식 유통시장을 바로잡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하며 몸을 사리는 것은 지나친 보신주의 아니겠느냐"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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