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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경제부총리가 이렇게 한가한 자리인가

by 큰바위얼굴. 2018. 9. 7.

김동연 부총리는 '굿캅'인가

오피니언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 2018.09.07 03:17

 

힘이 없다는 건 핑계가 못 된다, 사표를 손에 쥐고 대통령을 설득해보라

경제부총리가 이렇게 한가한 자리인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하는 '20년 집권 플랜'은 실로 무서운 얘기다. 대선 세 번을 더 이기겠다니 얼마나 오만한 자신감인가. 그것은 권력 주변부를 향한 공포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딴 데 줄 댈 생각일랑 말라는 것이다. 공직(公職) 사회는 얼어붙었다. 행여나 찍힐까 떨고 있다. 비판이 봉쇄되고 이견에 족쇄가 채워진다. '정치 10단' 이 대표는 여기까지 수(手)를 내다봤을 것이다. 권력에 약한 관료들에게 충성 서약을 압박하는 것이다.

 

권력의 압박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느낄 사람이 김동연 경제부총리다. 그는 소득 주도 정책을 놓고 정부 내에서 고립돼 있다. 경제 관료 출신의 그는 소득 주도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이대로면 경제가 거덜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정권은 무(無)오류의 환상에 빠져 있다. 내부 비판을 받아들일 만큼 관용적인 정권도 아니다. 김 부총리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잘못 각을 세웠다간 20년을 고생할 수 있다. 괴롭고 답답할 것이다.

 

그는 '소극적 저항'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큰 틀에서 순응하되 최소한의 목소리는 내는 것이다. 그는 소득 주도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최저임금 대책을 만들고, 달라는 대로 예산도 주었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잽을 날리고 있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을 꺼내고 주 52시간 보완론을 말한다. 소득 주도의 부작용도 일부 시인한다. 모든 장관들이 용비어천가를 부르는데 혼자 결 다른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돋보인다. 사람들에게서 박수도 받는다.

 

그러나 그의 '저항'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워낙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껏 국정 물줄기를 바꾸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소득 주도는 과속을 치닫는데, 경제부총리는 평론가처럼 뒷북 코멘트만 날리고 있다. 나중을 위해 기록은 남기겠다는 뜻 같기도 하다.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 이 정도 하는 것만도 대단하긴 하다. 그러나 그는 경제 운영을 총괄하는 경제팀장이다. 말로 토 다는 것만으로 면책을 바랄 수는 없다.

 

경제 곳곳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서민 경기가 주저앉고 주력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견디다 못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외환 위기 때 못지않은 위기 국면이다. 누군가가 비상벨을 누르고 "큰일 났다"고 외쳐야 한다. 그 '누군가'는 경제부총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목소리는 너무 작다. 경제부총리가 이렇게 한가한 자리인가.

 

소득 주도는 청와대 탓이라고 치자. 세금 낭비를 못 막은 책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년 예산을 9.7%나 늘리기로 했다. 온 나라를 세금 중독증에 걸리게 할 초대형 적자 예산이다. 지금 경제난이 돈 퍼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 정부 들어 54조원이 일자리 사업에 쓰였다. 그러나 실적은 참담했다. 일자리는 늘리지도 못하고 천문학적 세금만 증발했다. 그런데 내년에 또 23조원을 쓰겠다고 한다.

 

낭비 예산을 짠 책임자가 김 부총리다.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증액을 요구한 여당에 밀렸을 것이다. 힘없는 김 부총리로선 역부족이었다고 치자. 그래도 버티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세금 씀씀이를 놓고 논쟁이라도 벌였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 저항도 없이 재정 금고를 활짝 열어 주었다. 김 부총리 스스로 세금 퍼주기의 공범이 됐다.

 

여론은 김 부총리에게 동정적이다. 소득 주도를 밀어붙이는 청와대가 워낙 무모하기 때문이다. 시중엔 '굿캅·배드캅' 비유가 나돌고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경제 망치는 '나쁜 경찰'이다. 미운 소리 골라 하는 그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김 부총리는 '굿캅'이다. 폭주 청와대를 말리는 '착한 경찰' 이미지가 붙었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굿캅·배드캅'은 뒤로는 한통속이다. 김 부총리도 혹시 겉의 이미지만 '굿캅'인 것은 아닌가.

 

'20년 집권론'이 신경 쓰일 그에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마크롱은 올랑드 좌파 정부의 경제장관이었다. 그가 추진한 친(親)시장 개혁 정책이 사회당 내부에서 견제받자 그는 사표를 던졌다. 정권을 박차고 나간 뒤 새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까지 됐다. 정권에 대한 의리보다 가치와 신념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 마크롱을 프랑스 국민도 지지해주었다.

 

김 부총리가 힘이 없다는 것은 핑곗거리가 안 된다. 자리를 걸면 힘이 생긴다. 사표를 주머니에 넣고 대통령을 설득해보라. 필요하면 청와대와 맞붙고 여당과도 싸워야 한다.

 

자기 확신에 빠진 이 정권이 스스로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이 정신 차릴 것 같지도 않다. 김 부총리에게 기대가 쏠리는 것은 그가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나라 경제는 내리막을 치닫는데 경제부총리가 이렇게 조용해도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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