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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임대주택&부동산

집값 과열

by 큰바위얼굴. 2018. 9. 17.

 

집값 과열 잡는 데 '작은 칼' 갈며 '큰 칼' 만지작

중앙일보 2018.09.17 00:51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무기로 '큰 칼'과 '작은 칼'이 있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아파트.

집값 과열을 잡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무기로 '큰 칼'과 '작은 칼'이 있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아파트.

 

‘칼’ 다루는 정부 솜씨가 훨씬 좋아졌다. 지난해 8·2대책은 생선을 널찍하게 내려쳐서 매운탕용으로 큼직큼직하게 잘라내는 식이었다. 이번 91·3대책은 잘게 써는 수준을 넘어 뼈에 있는 살까지 발라낸다. 그물로 치면 8·2대책 그물코가 성글었으나 이번 그물코는 촘촘해졌다.

집값 과열 원인에 과잉 유동성

대출 규제 '작은 칼'로 대처

경기 위축 우려에 금리 '큰 칼' 주저

작은 칼 날 갈며 큰 칼 만지작

"상반된 목표의 퍼즐 맞추기"

 

최근 주택시장 과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유동성’이다. 정부도 대책 발표 때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현재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이 1100조원 정도다. 역대 최고다. 2014년 말 795조원에서 38%인 300조 넘게 불었다.

현 정부는 유동성을 요리하는 데 노무현 정부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유동성은 요즘보다 더 강렬한 집값 과열을 경험한 2000년대 초·중반 노무현 정부의 고민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전 서울 집값은 2001년 12.9%, 2002년 22.48% 오르며 2년간 38.28% 급등했다. 2년간 44.88% 폭등한 1989~90년을 연상시켰다.

2000년 5.25%이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년 새 1.25%나 내렸다. 2000년 272조원이던 단기 부동자금이 2002년 334조원으로 22.8% 급증했다. 2000년 54조2000억원이던 주택담보대출이 2002년 132조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노무현 정부는 대출 규제를 통해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고삐를 죄었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5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췄다. 그해 10·29대책에서 다시 40%로 조정했다.

 

2005년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인당 1건으로 제한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했다. 2006년엔 투기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의 DTI를 40%로 제한했다. DTI 40%는 2007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3억원 초과로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는 유동성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를 ‘작은 칼’에 비유했다. 현 정부는 이 칼을 더욱 갈았다. 9·13대책에선 주택담보대출 규제 범위를 넓혀 전세대출·임대사업자 대출에 이르기까지 주택과 관련 있는 웬만한 대출은 제한한다. LTV·DTI 비율을 통한 기준을 넘어 유주택자·고가 주택 등은 아예 대출을 금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지난 8·2대책에서 가장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지역으로 투기지역을 설정했다. LTV·DTI 규제는 물론, 세대당 1건이라는 건수 제한도 적용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엔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서 유주택자의 대출을 원천 봉쇄했다. 집값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한 푼도 없다는 뜻의 ‘LTV=0’다. 1주택자만 예외적으로 2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노무현 정부가 ‘작은 칼’을 언급했으면 ‘큰 칼’도 있었다. 큰 칼은 통화 조절을 의미했다. 금리다.

 

 

노무현 정부는 큰 칼을 고려했다. 저금리를 과잉 유동성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인용한 2006년 주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집값 버블의 크기가 17%이고 이 중 3분의 2인 11.6%가 금리 요인으로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는 초기에 큰 칼을 쓸 수 없었다. 경기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당시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은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부동산 과열이 같이 왔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거시적인 방법으로 유동성을 줄여서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은 부동산 투기 억제의 효과는 별로 없고 그 대신 경기를 죽이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큰 칼 대신 작은 칼을 계속 다듬은 이유다.

그러다 유동성 과잉 우려가 높아진 2005년 금리 인상에 나섰다. 대신 경기 부진 때문에 속도를 조절했다. 2005년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 2년 가까이 6번 올렸다. 기준금리가 2.25%에서 5%로 1.5%포인트 올라갔다. 더딘 금리 인상은 집값 질주에 묻혀버렸다.

일본 최고의 검객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미야모토 무사시(1584~1645년) 자화상. 양손으로 길고 짧은 두 자루의 칼을 쓰는 이도류(二刀流)를 창안했다.

일본 최고의 검객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미야모토 무사시(1584~1645년) 자화상. 양손으로 길고 짧은 두 자루의 칼을 쓰는 이도류(二刀流)를 창안했다.

 

현 정부가 작은 칼을 갈면서 한편으로 큰 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13대책이 발표된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 인상을)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다. 올리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 양쪽의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이 총리는 아닐 오후 “어느 쪽이라는 말은 안 했다”고 해명했다.

이튿날인 14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최근 주택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수급 불균형, 특정 지역 개발 계획에 따른 기대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통화정책을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겨냥해 할 순 없다”며 금리 인상설 진화를 거들었다.

큰 칼을 뽑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대표적인 시장 왜곡의 결과물인 부동산이라는 공룡 앞에 정부는 ‘저금리를 통한 성장 촉진’과 ‘부동산 가격 억제’라는 상반된 목표의 정책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고 토로한 적 있다. 현 정부도 이런 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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