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평 집 이틀만에 뚝딱…뉴욕은 반값주택 혁명중
박용범 기자
매일경제 2021.02.15 17:09 수정 2021.02.15 20:20
미국 최초 3D 프린팅 주택업체
`SQ4D`의 분양현장 가보니
사람은 3명이면 충분
벽체만 세우던 수준 넘어
단열·배관공사까지 가능
인부 감염될 가능성 적고
격리시설 신축에도 용이
자동화, 주택건설의 미래
공사비 70%이상 줄어
소모전력 생활가전 수준
2층집도 보급나설 계획
◆ MK 인더스트리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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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약 75마일(약 120㎞) 떨어진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마을 캘버턴(Calverton).
지난 13일(현지시간) 차를 타고 약 2시간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인구가 7000명인 한적한 이 마을을 찾은 이유는 지난 1월 3차원(3D) 프린팅으로 건설한 견본주택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롱아일랜드 소재 3D 프린팅 건축 전문 기업인 SQ4D라는 회사가 만든 주택이다. 건축 디자인은 맨해튼에 있는 엔지니어링 회사 H2M이 맡았다. 코로나19 상황인데도 방문 예약이 끊이지 않아 어렵사리 현장 방문 기회를 얻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안내자는 예약이 꽉 차 5분밖에 시간을 내줄 수 없다며 재촉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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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4D가 뉴욕주 롱아일랜드 캘버턴 지역에 완성한 3D 프린팅 견본주택 내 외부 모습(사진 1·2)과 공사 현장(사진 3). [사진 = 캘버턴(뉴욕주) 박용범 특파원 / SQ4D 동영상 캡처]
기자가 방문하기 전에도 한 노부부가 와서 견본주택을 둘러봤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일반 주택과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벽면 일부가 시멘트를 적층(겹쳐 쌓음)한 것에서 3D 프린팅을 이용해 건축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주택 일부 벽면은 이런 질감을 살려 뒀고, 내부 일부 벽면은 다시 마감해 말끔하게 처리돼 있었다.
단층 구조인 이 주택 면적은 1700스퀘어피트(약 157.9㎡, 47.7평). 3베드룸에 차량 2대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까지 별도로 포함돼 4·5인 가구가 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 집을 짓는 데 순수하게 걸린 시간은 48시간. 8~9일 동안 작업을 진행했지만 준비 작업, 야간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 3D 프린팅으로 건축에 들어간 시간은 48시간뿐이었다. 건물을 짓는 데 주로 쓰인 자재는 시멘트다. SQ4D는 주택 수명이 최소 50년 이상이라고 밝혔다.
SQ4D 측은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전통적인 공법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있고, 건축 비용은 7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 과정에서 별도 단열 소재를 넣기 때문에 난방 시 효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인부 수십 명이 필요한 기존 건축과 달리 3D 프린팅 주택 건축 시 필요한 인부는 3명에 불과하다.
SQ4D 측은 자동로봇 건축 시스템(ARCS) 3D 프린터는 6~8시간 내 현장에서 설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ARCS를 통해 공장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주택 기초와 내·외부 벽체 등을 만든다고 밝혔다. 이 프린터는 헤어드라이어에 쓰이는 수준의 전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이다.
SQ4D는 미국 최초로 3D 프린팅 주택을 허가받고 첫 분양에 나섰다.
SQ4D는 지난 9일 캘버턴 견본주택에서 5.4마일(8.7㎞) 떨어진 뉴욕주 리버헤드에 1호 3D 프린팅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 아직 건축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48시간 내에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상 이미지를 우선 올렸다.
이 매물은 미국인이 부동산 거래 시 항상 참고하는 '질로'에 올라와 있다. 질로 매물 설명에는 '세계 최초 3D 프린팅 집을 팝니다. 역사의 한 부분을 소유하세요!'라고 돼 있었다.
매매 희망가는 29만9999달러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주변에서 같은 면적의 주택 평균 가격은 47만8380달러다. 3D 프린터로 집을 지어 가격을 37% 낮춘 셈이다.
새집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이라고 현지 부동산 업계는 평가했다. 실제 건축비는 매매 희망가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질로는 이 집을 렌트할 경우 예상 월 렌트비를 1768달러로 추산했다.
2018년 ICON이라는 회사가 텍사스주 오스틴에 노숙인 쉼터 목적으로 3D 프린팅 건물을 건설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판매용이 아니었고, 방 1개 크기의 매우 작은 구조물이었다. 3D 프린팅 주택이 주거용으로 허가받은 것은 이 주택이 미국에서 첫 번째다. 뉴욕주 당국의 까다로운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3D 프린팅으로 만든 주택이 정식으로 부동산 시장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SQ4D는 2014년 설립된 3D 프린터 생산 기업 'S스퀘어드3D프린터스'가 모회사다. 이 회사는 2017년 주택·상업용 건물 3D 프린팅 사업 부문으로 'S스퀘어드4D커머셜'을 만들었고 이를 줄인 SQ4D를 사명으로 쓰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뉴욕주 당국에서 전례가 없다며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3D 프린터가 쓰는 자재에 대한 승인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캘버턴에 있는 81년 된 시멘트 기업 서퍽시멘트(Suffolk Cement Products)와 파트너십을 맺고 문제를 해결했다. 견본주택도 이 시멘트 회사 바로 옆에 만들었다. SQ4D는 이번 1호 주택 외에 다양한 주택을 프린트해 판매할 예정이다. 단층집을 우선 건설했지만, 앞으로는 2층 주택 등 보다 복잡한 구조물도 설계해 나갈 계획이다. 커크 앤더슨 SQ4D 이사는 "3D 프린팅 주택 건설은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며 사람들이 자동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이 미래"라고 강조했다.
3D 프린팅 주택은 코로나19 시대에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공사장 내 감염 등으로 건축 일정이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최소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훨씬 적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거주 시설, 격리 시설 등을 보다 신속하게 건설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재난 발생 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신속하게 주택을 건축할 수 있다. 시범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3D 프린팅 주택이 건설되면 주택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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