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양/어떻게살것인가

지루 무료 허전은 전쟁 전의 고요함과 같다.

by 큰바위얼굴. 2021. 9. 14.

1.

산책을 나선다.

어제 느꼈던 지루, 무료, 허전함을 달랜다.

그 속내를 들여다 본다.

 

https://youtu.be/_hYVrTZKpKw

 

2.

그리고, 카톡 메시지에 답을 한다.

살짝 내비친다. 속내를.

 

3.

이어서, 정리한다. 할 말을.

 

게임은 재밌다.

조작하는데서 오는 즐거움, 생각만큼 따라줄 때, 생각했던 일이 일어났을 때, 준비했던 노력이 빛을 발할 때 최고조에 달한다. 마치 전쟁을 준비하면서 갖는 노력이 승패에 상관없이 즐거움을 준다.

짜여진 건 똑같다. 변수는 많지 않고 움직임 또한 제한된다. 몇 가지 길이 제시될 뿐 PC화면을 벗어났다가 오거나 화장실조차 갔다오기가 버겁도록 잡혀있다. 하는 중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 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지금 또한 같다는 말로 돌려주고 싶다.

 

짜여진 듯 길은 마치 정해진 것처럼 움직인다.

몇 가지 길이 제시되어 있고 그 길은 대학-직장-결혼-... 이 마치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못하면 패배자라거나 포기자가 되기 싶상이다. 내가 아니어도 그렇게 대우 받는 경우가 많다.

 

밥상에 올라온 반찬은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정해진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마주하는 반찬은 거의 정해져 있다.

식당에서 정한 반찬이나 손수 장만하여 시장을 봐와 마련한 집의 반찬이나 사실 정해진 메뉴라는 건 매한가지다.

이리저리 궁리해봐도 거의 같다.

 

짜여졌다라는 건 일상이란 말과 같다.

일상을 벗어나려는 건 사실 다른 환경 혹은 가혹하거나 당혹스런 환경, 생각지 못한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고 싶다는 발로다. 사실 그 또한 익숙해질 수록 일상이 된다. 이미 일상인 사람들과 환경 속에서 나 만이 낯선 것일 뿐 이미 일상이요 짜여진 듯한 생활이 이어진다. 어느 곳이나 어느 것이나 거의 같다.

 

일상을 논한다는 건 왜 사냐는 것을 논하는 것과 같다.

일상의 지루함이나 무료함, 허전함은 일상이 원인이 아니다.

일상을 탓한다는 건 자기 마음을 감춘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지루하거나 무료하거나 허전한 건 각기 다른 이유가 있거나 욕심낼 무엇을 내려놓았거나 지쳐 휴식을 취하는데 막상 상실감을 느끼는 듯한 상황. 시원한 바람이 불고 짹짹 지저귀는 새들, 흘러가는 구름, 푸르른 작물들. 상쾌함은 곧 무료함으로 다가온다. 게임에서 전쟁 전에 준비하는 노력 중에 우린 흔히 긴장을 한다. 꿍꿍이가 클 수록 더 크게 긴장한다.

 

아니어도 좋다.

져도 좋다.

선택지가 있어서 마음은 편하다.

재도전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다름이 등장한다.

게임 속 전쟁 전의 고요함에서 긴장을 하는데 반해 우리는 일상 중에 긴장감 보다는 무료함과 지루함, 허전함을 달랜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전쟁에서 이길 준비를 하는데 반해 일상 중에 우리는 뭐 없나? 하면서 두리번 거린다.

선택하지 않았다.

어떤 게임을 할 것인지 어떤 전장을 꾸려나갈 것인지.

 

그저 달래고 달랜다.

일상을 탓하고 자신의 못난 과거를 되돌아보며 후회한다.

돌이킬 수 없다 라는 건 게임과 같다.

단지 다시 할 수 있다 라는 여유 혹은 여지가 되돌아갈 수 없음을 달래고 거기에 힘을 얻을 뿐.

되돌이킬 수 없다.

 

아니, 일상을 탓할 수 없듯이 짜여진 판을 욕할 수 없듯이 되돌이킬 수 없다.

이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상이나 짜여짐이나 되돌이킴은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린 게임을 다시 하듯이 다시 하면 된다.

이때 우린 게임에서 초딩을 만나든 중딩을 만나든 성인을 만나든 상관없이 게임에 임하듯이 나이 불문, 성 불문, 실력 불문이다. 그저 만났고 게임을 한다. 인연과 우연이 겹쳤고 그 중에 내겐 나와 함께할 파트너를 세웠다라는 차이만 있을 뿐. 이는 모두가 거의 동일한 조건이다.

 

게임을 한다.

그냥 한다.

 

게임에 졌다.

되새긴다. 왜 졌을까? 진 이유는? 누굴 탓할까? 되돌이켜 봄은 나아감을 전제로 한다. 혹은 그만 둘 미련을 끊기 위해 한다.

 

선택을 후회한다.

후회하니까 값지다. 되새겨 다시 하지 않을 단단함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은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듯이 지금 하고 있는 일상을 후회하면서도 이어간다. 후회할 게 뻔하다. 아니,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지금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경험치가 쌓여 실력이 되듯이 지나온 흔적은 모두 차곡차곡 쌓아놓은 창고 안의 곡식과 같다.

지금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할 것이 없거나 후회할 이유가 사라졌다. 즐겁다. 행복하다.

 

게임을 한다.

만들어 놓은 게임을 한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소중하다. 재미와 즐거움이 바로 자극일망정 지극한 선이다.

라면을 먹고 자라 라면을 부정한다? 

게임의 재미를 알면서 게임을 부정한다?

왜 잃어버린, 상대적인 피해가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일상은 이와 다를까?

갇힌, 짜여진, 부속처럼, 마치 그런 것처럼,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대학가면... 직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후회는 없다. 게임을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삶을 후회할 수도 되돌아볼 수도 있다.

그저 그러하다.

 

일상을 산다.

PC화면에서 벗어나 화장실에서 치고박고 명령이라도 하듯이, 갑작스레 하늘에서 번개가 치듯이, 대가없는 실행은 불가능하다는 기본개념을 부수어도 좋다. 짜여진 판에서 놀아나는 것. 그걸 부정한다.

라면과 게임을 부정하듯이.

 

일상은 무료하고 지루하고 허전하다.

일상이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하려면 무료하고 지루하고 허전한 걸 버린다? 지운다? 반대로 한다? 부정한다?

딱 맞는 용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재미를 찾아야 할까? 찾는 노력이 필요한가?

무료한 노력을 했는가? 지루한 이유가 있는가? 허전하려고 했나?

 

돌이켜보든 돌아가든 나아가든 나아가려고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일상을 무료하게 보든 재밌게 보든 상관하지 않는다.

 

 

 

4.

그리고, 카톡 메시지에 달린 응답글을 다시 펼쳐본다.

 

 

지루할 틈이 없다.

허전할 틈이 없다.

무료할 틈이 없다.

 

 

그리고, 책상에 발을 올리고 1/4 정도 몸을 편히 눕힌다. 좋구나~

 

사람은 저마다 빛나는 방법이 다르다. 남이 잘한다고 해서 나 자신을 책망할 필요는 없다.

난 나만의 방식으로 재능을 빛내면 된다. 하고자 한다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