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벗어나 한껏 기대를 품고 청주공항에서 만났다.
나와 아내, 아이들, 해나, 예티, 어머니, 정아와 하임이 이렇게 10명(아기 강아지 2 포함)
화물로 보내지 말자며 각자 짐가방을 지게되니 참으로 많다. 사람도 짐도.
그리고 다채롭다. 노인부터 아이, 강아지까지. 이런 여행길은 참으로 드물 것이며 나 또한 처음이다.
우리들의 여행 계획은 이렇게 짰다. 대략적인 방향만 정했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주도' 하면 가봐야 할 곳을 정했다. 마라도, 우도, 성산일출봉, 산방산 일대(용머리해변), 애월읍(애월카페거리), 카멜리아 힐... 주로 산과 바다를 엿볼 수 있는 산책이 동반된 코스다. 이는 어머니의 연세와 하임이의 나이를 고려했고 이제까지 우리 가족여행이 주로 활동이나 체험이 가득찬 액티비티에 맞췄다면 이번은 많이 다른 색으로 구상했다.
"여보, 어머니도 함께 가면 어때?" 라는 서희의 의견이 커지고 커지더니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닌 듯 참으로 힘겹고 신나는 여행길이 될 줄이야. 기꺼이 "좋아. 함께 가자" 했던 정아는 여행 내내 13kg 짐을 들고 다녀야 하는 고된 노동으로까지 생각되었다. 안스럽다. 짐, 짐, 짐. 여행길은 이처럼 짐을 지고 비우고 채우고 나누는 삶과 같아 보인다. 그 마음이 그 위한 마음이 어디 가랴. "하임이가 과연 기억할까?"
"글쎄. 아닐껄" 하는 정아의 대답에 "그래도 DNA에는 콕 하고 기록되어 앞날에 이 경험이 도움이 될 꺼라고 봐" 라며 응원을 보낸다.
그런데, 갈팡질팡 하길 여러번 숙박대전으로 할인을 챙기랴, 이 앱 저 앱 설치하고 가격비교하랴, 각각의 숙소에 연락해서 확인하랴, 막판 고심 끝에 그래 같이 가자며 결정된 아기 강아지 2마리로 인해 조정된 계획까지 포함한다면 이미 제주도를 몇 바퀴는 돌 만큼 지우고 새로 썼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곳!
육지에서 보기 어려운 것!
제주도 만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
"성게비빔밥은 꼭 먹어봐야 해" 라는 서희의 의견에 따라 첫 방문지는 애월카페거리에 있는 식당. 짜다. 한 번 정도만 먹어볼 만하다는 게 나의 평. 기대 대비 비싸다.
그래도 2공기를 후딱 먹고나서 하임이를 품에 앉고 밖에 나와 바람을 느끼며, 하임이 아빠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울리지 않아." 라는 답변. 5분 정도되었을까? 깨갱 대는 아기 강아지를 위해 차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나던 중 하임이가 깼다.
길을 가던 중 도로변에 있는 공원에 내려 잠시 바닷 바람을 맞으며 제주도 해변을 구경한다.
카페,
'애월더선셋'.
첫 날의 풍치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 배도 부르겠다. 숙소에 그냥 들어가기 밋밋하니 식후 커피 한 잔 하러 들른 곳.
오솔길을 따라 해변으로 향하는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간직한다. 치형이는 칠칠하게도 해변 모래사장에서 맨 발로 놀고 내가 갖다준 슬리퍼를 신고 올라왔다. 나중에 그러더라. "어! 운동화를 놓고 온 거 같아요."
해나는 갈색 브라운 빛의 아기다.
영탁이는 폼을 잴 줄 아는 10대 후반이다.
치형이는 까불과 장난기가 얼굴과 몸에 가득한 10대 초반이다.
영록이는 웹툰과 드라마, 혹은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상시 손으로 하는 20대 초반이다.
예티는 새침떼기 아기다.
경자는 정아를 낳았고 정아는 하임이를 낳았다.
어느 사이 세월은 흘러 젊음 보다는 노을이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고 그만큼 한 자리에 앉아 대화하기가 편해졌다.
호기심 가득한 해나는 바다 건너를 주시한다.
한 참을 뛰어놀더니 다른 아이와 인사를 나눈다.
하임아,
우리 둘은 짝궁이다.
지는 해 만큼 어울린다. 어때요? 좋지유? 하며 사진으로 말한다.
누구에게 보내는 러브메시지일까?
당찬 발걸음, 보기 좋다.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고 놀더니 쉰다.
노는 걸 좋아하는 걸 보니 딱 우리집과 어울린다. "잘 왔다."
숙소.
'바다스케치'.
첫날 비좁은 공항의자의 피로감과 허겁지겁 먹은 저녁식사, 그리고 여유로운 카페에서의 휴식에서 이동하여 숙소로 향한다. 낡은, 20년이 더 지난, 그렇지만 깔끔하게 관리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네이버에서 소개된 사진을 보면 산방산 아래 홀로 있을 법하게 나와있는데 마을이 있고 그 중에 펜션이 있어서 놀랐다.
잠시 쉬는 중 애교를 부린다. 피곤할테지.
> 돌아온 당일날 저녁 메모
일상을 떠났다. 그런데 일상이 반복된다. 보고 먹고 마시고 자고. 과연 다를까 싶은. 어쩌면 상황만 낯설 뿐. 그렇게 떠난 제주 여행은 힘들었다. "집이 최고다.", "렌트카가 가장 힘들었다.", "첫날집은 낡았는데 깨끗하고 정감이 가더라.", 셋째날집은 최신인 듯 했으나 복층이어서, 냉장고가 방에 없어서, 옷을 갈아입어야 수영할 수 있어서 청소가 안 되어 있어서 온통 불평투성이 인 가운데 야외욕조에 우여곡절 끝에 뜨거운 물을 받아 뜨거운 스파를 일곱이서 즐기며 웃고 쉬고 떠든 이야기들이 밤새 울리더라.
애월 카페거리에서 성게미역국과 옥돔구이, 성게덮밥을 먹고 짠 맛을 씻어내기라도 하는 양 잠시 도로가 쉼터에서 바다를 마주하며 한 때를 보냈다. 노을이 예쁜 카페를 찾아가 고운 모래사장과 산책길. 하임이는 엄마품을 떠나지 않고 울더라. 쉬고 걷는 반복에 쉬이 지치는 어머니. 틈틈히 시간을 쓴다. 예티와 해나와 함께.
바다스케치펜션은 산방산 아래 마을에 있다. 20여년 되었다. 식물이 집을 감쌌고 복도에는 떨어뜨린 물고임에 더해 내 머리에도 맞춘다. 2개를 해서 다행이었다. 방이 2개니 화장실이 2개, 좋구나!
반려견 동반 숙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첫날밤 정아생일을 축하하며 보낸 소주 12병은 취급일이 아니라는 하나로마트나 편의점을 거치고거쳐 다다음날 결국 공병으로 팔았다.
마라도가는여객선을 통해 10시50분에 맞춰 숙소인근 산책을 뒤로 잠든 사람들을 깨우고 서둘렀다. 새우깡이 필요없다. 갈매기가 없어서. 선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인생샷을 찍는다.
탁트인 멋스러워 보여 좋았어요 라고 마라도의 경관에 첫인상에 감탄을 표했다는 영탁이는 성산일출봉에 이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의 두번째라고 했다. 걷고 습지를 돌아돌아 마을로 접어드니 폐교한 초등학교가 있고 해물짬뽕과 짜장, 탕수육을 시켜 먹었다. 참으로 오묘한 맛에 짜장대장 치형이는 결국 포기하고 만다. 오후 1시20분 배를 타고 돌아와서 쉬었다.
숙소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온앤온리에 들러 산방산절에 들러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카멜리아 힐에서 산책을 했다. 만발이 지난 동죽나무 숲을 지나 발길을 옮겼다. 색달식당에 들러 갈치조림을 맛있게 먹고, 마트에 들러 막걸리와 안주꺼리를 샀다.
광치기해변을 갔다. 공병을 팔고나서.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승마체험하는 치형이를 기다렸다.
고등어쌈밥집에서 고등어조림과 간장게장을 먹었다. 성산일출봉을 갔다. 무료 코스를 돌며 시원한 바람에 날려보낸다. 절경에 감탄을 토한다. 성산일출봉을 마주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영탁이가 꼽은 소감에 고개를 끄덕인다.
표선해수욕장에서 해나의 발만 젖은 모습에 한참을 웃었고 삼거리에 있는 포장전문횟집에서 회를 먹었다. 부족해서 우린 장을 보았고 사온 매운탕 꺼리에 추가해서 야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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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自`2022.05.06 23:22
치형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 안다는 듯이.
장난치고 돌보고 애쓴 건 승마체험과 바꾸었다.
잘했는데 까먹는다.
얌체인데 실속이 약하다.
애다.
어른스럽다.
투정부린다.
받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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