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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나쁜 년" 해나와 예티

by 큰바위얼굴. 2022. 7. 21.

하얀 강아지가 예티다. 예티는 마이웨이 my way한다. 집콕을 한다. 더우면 현관문 바로 앞에 누워 있는 걸 발견한다. 똥과 오줌을 누가 보질 않는 상황에 한다. 빗질을 좋아하지만 거칠고 긴 손길에는 몸부림을 친다. 물을 좋아한다. 가만히 있는 건지 물을 두려워 하진 않는다.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 예티 라고 부르면 알아듣는 것 같은데 예티~ 예티 하고 크게 불러야어슬렁 거리며 나타난다.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좀 먹어라 해도 반컵조차 먹다 말곤 한다. 2번 나눠서 한 컵을 먹길 바라건만 하루 중 1/3컵 정도만 먹는다. 2.4kg이다. 걱정이 되어 더 주려고 해도 거들떠도 보질 않는다. 밉다. "나쁜 년"

 

크림색 강아지가 해나다.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소파에 실례를 종종 한다. 이제 컸다고 소파 정도는 점프해서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는 한 눈 판 잠깐 사이에 실례를 한다는 것. 더구나, 예티와 달리 엄청 똑똑하다. 코찡, 턱궤기, 앉아, 누워, 빵이야, 왼쪽으로 돌아, 오른쪽으로 돌아를 아주 빠르게 알아서 한다. 거의 본능적이다. 이젠 달인의 경지다. 이는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2.8kg. 걱정이 되어 밥량을 조절 중이다. 관절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렇다고 소파에 실례를 하다니. 밉다. "나쁜 년"

 

 

나는 집에 도착하여 현관문을 열 때 마다 기대를 한다. 애들이 있겠지. 꼬리를 흔들겠지. 그러면 무심한 척 하라고 했는데 어찌할까. 그러다보니 혜나는 지리기도 하던데. 어찌어찌 할까 망설이는 사이 현관문이 열려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꼬리가 끊어질세라 휙휙 휘젖는 해나와 꼬부랑 꼬리라도 흔들어대는 예티의 허리돌림이 가히 감탄을 자아낸다. 그래 그래. 애들의 반가움을 맘껏 즐긴다. 요때가 아니면 금방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흥분이 가라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졸졸 따라다니지만 과한 애정표현은 하지 않는다. 뭐, 나라고 꼬리가 끊어져라 계속 흔들어대는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정말 금방 시들해지니 아쉽다는 말. 그래서 똥싼 년과 밥먹지 않는 년 모두 내 딸이려니 아낀다.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아, 그러니까 내게 그런 눈빛을 보이라니까." 아내가 핀잔을 준다. 내 맘도 몰라주고. 밉다. "나쁜 년"

 

마라도 가는 배 위에서(20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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