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방길 오르막에 주저앉았다. 철푸덕. 처음으로.
그래서 살포시 웃음이 나온다.
4번째 완주를 향해 달린다.
뒤로 보니 꽤나 멀리 왔다.
흐린 날씨, 두어 빗방울을 맞았음에도 비가 오면 그냥 맞자며 나선 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산책을 마치고 오기까지 비는 오지 않았고 상쾌한 기분은 커졌다.
"여보, 기다렸던 소식, 상쾌한 아침이네~" 하고 관사를 나설 때 보낸 아침 카톡메시지 만큼이나 이 기분이 매 한가지로 이어진다. 몇 번 망설이다가 '기다렸던' 소식이라고 적었고 '상쾌한' 아침이라고 보냈다.
처음엔, "좋은 소식, 좋은 아침이네~" 하려고 했음을 볼 때 용건을 정확히 보내는 것이 맞구나 싶다. 무심코 본능적으로 망설였고 그 망설임에 따라 표현을 바꾸어 보낸 일에 잘 했다며 흐뭇한 아침을 맞이 한다. 팀장이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프라푸치노를 주길 래 가벼운 커피 타임을 가지니 이 또한 사는 맛이 아닌가 한다.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명단을 보메 박배근 기생충학 교수. 계셨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못내 부끄러운 추억이 떠오른다. 넷스케이프로 인터넷을 시작할 때 PC화면이 참으로 야했음을 상기하니 얼굴이 뜨겁고 참으로 대단한 교수였음을 인정하게 된다. 참으로, 부끄러운 과거. 김동환 내과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견진성사의 대부님이기도 한 분에게 참으로 마음씀씀이가 모질다 자책했음을 돌이켜보면서 박배근 기생충학 교수님, 유시윤 해부학 교수님, 동기인 이종수 교수. 셋 뿐인 아는 얼굴에 반가움이 물씬 베어나온다.
조금만 망설이다가 찾아뵐 결심이 서면 연락을 드릴까 한다. 마음으로.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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