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아침, 산책을 나선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스치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분주히 움직이는 몇 몇 새들이 정겹다. 느긋한 마음 가운데 마주한 바쁜 일상이 반가운가 한다.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며 하늘을 보고 빗소리에 후두둑 후두둑 소리나는 우산을 든 내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본다. 나는 걷고 있고 우산을 들고 있다. 물 웅덩이를 피하기에 멈칫 거리며 피하고자 했음에도 젖어드는 신발이 속을 상하게 한다. 젖지 않는 신발이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마저 한 켠으로 밀려난다. 알고 있었다. 비 오는 날 나서면 신발이 젖는다는 걸, 발바닥이 남다른 신발을 신고 무얼 더 바랄까 하며 받아들였던 사실을 안다. 마주오는 차가 느릿느릿하게 줄인 채 스쳐 지나가며 평소에도 그러지 하며 내심 바람을 속삭인다.
> 비오는날 아침, 양말을 널어놓게 된 사연 https://youtu.be/-hY_XxXf2Nk
앞 부분이 유난히 더 젖은 양말을 널어놓고 작업장 벽을 따라 돌아온 길, 오히려 정문을 들어서지 않고 서성거리며 혼잣말을 한 시간이 더 길었다. 원하는 거? 없다. 바라는 거? 없다. 있다. 잘 살기를. 행복하기를. 바란다. 평온한 가운데 아내의 카톡 메시지가 떠오른다. 당신이 자서.. 쇼핑을 하지 못했어 라는 말. 처음 접하고나선 아리송했다. 뭘까? 뭘 말하는 거지 라며 물음표를 던지는데, 알림으로 보내온 현대카드사의 보안번호를 보고서야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보낸 시간을 확인하고 내가 잠든 시간을 대략 추산한다. 누웠고 편히 잠들었다. 앱을 켜놓았고 1시간을 맞춰놓았던 걸로 기억이 난다.
다를 바 없는데 비 오는 날 아침은 다르게 다가온다.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짓는 범위를 넓혔다 줄였다 하다보니 경계가 사라짐을 알겠다. 서희를 떠올리며 각자 핸드폰을 보고 있었던 그때를 생각하메 공간적 경계 또한 사라진다.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없앤다. 아니, 줄인다. 미주알고주알 잘도 떠들었던 2시간, 3시간 모두 유익했음이다. 그러지 아니했다면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겠지.
그런 거. 그걸 표현하려는데 급피로해진다. 졸리다고 해야 할까. 멍 때려진다고 해야할까. 단초든 감초든 뭔가를 이야기 했고 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 이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딱히 들어맞지 않거니와 그렇다고 '궁극에의'나 '꿈과 현실 연결하기'에 딱 들어맞는다고 보기 어려운, 그렇다고 버리기엔 아까운, 그래서 그냥 나의 이야기로 분류하고 만 지금.
지금 이 순간이란 한 걸음 만큼 지나온 시간과 한 걸음 만큼 나아간 시간, 그리고 한 걸음 내딪는 그 찰라를 '지금' 이라고 정의내리게 되면 지난 과거는 긴긴 시간을 지금과 연결되어 있고 한 걸음 나아갈 미래 또한 다르지 않게 지금과 연결되어 있으니 시간을 단절해서 볼 것이 아니라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받아들인 '이 순간'이 자연스레 그 곳과 이 곳의 차이를 떠올리며 그 차이를 굳이 어떤 말로 나누거나 나누지 않거나 별반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되니, PC앞에서 기록한 시간과 카톡메시지에 답변한 걸 보고 서희가 보낸 메시지 "뜻밖의 기분좋은 일이 일어나길~" 이란 걸로 이어진다. 퉁 친다.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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