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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어떻게살것인가

내게 이로운 착각

by 큰바위얼굴. 2022. 11. 14.

내게 이로운 착각. (음성 듣기) https://youtu.be/3dyOj_zqRyw

조급한 마음에 발길을 서두르지. 조금 더 재촉을 하고, 잠깐이라도 멈칫거리면 목줄을 채는 것에 더 힘을 쏟지. 이건 나갈 때 보단 귀가할 때 더 강해. 조급한 마음, 시간의 촉박함, 내가 정한 것.

5시 40분엔 턴을 하겠다.

징검다리 뒷 모습 (청둥오리 기준으로)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때에 정한 곳에 적당한 때를 정해서 가고 오고, 다음 시간 다음 때를 준비하는 거지. 거기에서 착각이 생겨. 어느 때는 그만큼이나 갔는데 그래서 그 만큼 터닝 포인트를 점점 늘렸을 때를 얘기하는 거지. 돌아갈 시간은 같았고 터닝 포인트는 점점 늘어났다 이거야. 오늘처럼 다리밑 의자에서 쉬었다 가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잠시 쉬어도 좋잖아 라는 생각이 물씬 풍기는 벤치에 앉아서 해나와 예티까지 의자에 올려서 잠시 쉬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 그 휴식.

그럼 반대급부 였을까?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지. 빨리 가는 게 유리하고 좀 더 편하다는 듯이 다음을 위해서 지금을 좀 더 재촉하는 거지. 시간은 어차피 흘러가는데 그 정한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다음을 위해 준비하지.

으음, 지금 또 마찬가지야.

적당한 목표. 발걸음을 조금 빨리 하고 있지. 마음이 그렇다는 거고. 만약 다급했다면, 뛰었을 테고. 더 다급했다면, 전속력으로 달렸을 거야. 못 미더움, 실수에 대한 불안감, 탐탁치 않게 여기는 주변의 시선, 나는 바르게 살고 있다 라는 존재감을 나타내는 거. 그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발걸음을 재촉하는 많은 이유들 중의 하나이고, 그 이유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빠르게 살아가려고 하지.

여기에서 내게 이로운 착각이라는 게 나타나는 거 같아.

(낙엽이 쓸리는, 목줄에 낙엽이 쓸리는 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아. 아이고 그렇지. 예티가 자꾸 뒤돌아보게 하길래 보니 뒷발이 아닌 앞발에 나뭇가지가 붙어있었네.)

이롭다는 걸 어떻게 볼 것이냐?

내가 기대했던 건, 가령 지금 가서 도착하면 6시 정도면 적당하다고 볼까? 근데 만약 5시 58분이었어. 이때는 굉장히 기분이 푸근해지면서 여유가 있겠지. 근데 만약 6시 10 분이야. 그럼 뭔가를 생략해야 된다고 생각할 거야. 그 기분이 썩 좋진 않을걸. 산책길을 다니고 그 산책이 매우 유익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음에 사진을 찍자고 마음 먹는데, 그래 잠깐! 아니, 그래 다음에 하자.)

횡단보도를, 횡단보도에 초점을 두고 찍자. 그건 좀 필요해. 관심이라는 건 주었을 때 의미가 있잖아. 그냥 무덤덤하게 방금 스쳐 지나온 횡단보도처럼 어떤 의미를 내 스스로 가질 때, 그 의미에 화답이라도 하라는 듯이 마음을 일으키고 마음이 기꺼이 당장 찍을까? 다음에 찍을까? 이러다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다음으로 미루지, 기꺼이.

굳이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늦게 어플을 켰고 사진은 정말 어떤 취지에서, 이 거리를 남긴다 https://meatmarketing.tistory.com/5766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금 밖에 없을까? 지금이 어쩌면 전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찍고 찍어서 남기고 있어. 하나 하나에 의미를 두고.

(엘레베이터 안에서)

거기엔 어떤 의도나 품은 생각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 단지 조그마한 위안? 이 시간에 나왔다라는 것의 뿌듯함? 이 즐거운 기분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사실은 잘 모르겠어. 그럼에도 기분이 무척 좋다는 게 사실이라는 거지.

"예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목줄을 놓고 뛸 때 니가 으르렁거렸지. 응? 하나씩 줄을 놓고 뛰었더니 너의 목줄을 놓았을 때 으르렁 거렸잖아.

(발바닥을 닦아 주며)

"안 춥지? 전엔 좀 추웠어.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면서 말야."

"해나? 거기서부터 뛰어오려고? 헐. 거기서 부터 뛰어오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응? 너의 덩치에 예티는 날아가겠는데."

뛰지 마. 그만. 이건 - 발바닥을 닦고 저만치 안방 입구로부터 현관까지 예티에게 달려 들려는 - 해나가 먼저 하는 거네.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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