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성당에 다녀왔다. 어머니는 오래된 천주교 신자이셨고, 자연스레 나도 어린 시절부터 성당과 함께했다. 성당 마당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종소리를 들으며 놀던 기억이 선명하다. 겨울이면 손이 시릴 만큼 추웠지만, 성당에서의 시간은 따뜻했다. 성당에서 복사 활동을 하며 신부님을 보좌했고, 나중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장 선생님 역할도 맡았다. 무대를 꾸며 아이들의 재능을 발휘하게 했고, 성당에서의 활동은 내 삶의 중심이자 뼈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성당에서 배운 교리와 세상에서 마주한 현실의 차이는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착해야 하고, 순수해야 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이 세상의 이기심과 대비될 때마다 괴리가 느껴졌다. 최근 미사에서 다시 한번 진리를 찾으려 노력하며, 주님의 기도를 묵상했다. “영생을 얻으리라”는 구절은 나를 깊은 사색으로 이끌었다.
이번 설날에 가족 모임을 가지며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신정, 어머니 생신, 추석 세 번으로 가족 모임을 정리하고, 제사는 미사와 식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제사를 준비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희생은 대부분 아내가 감당해 왔다. 25년간 함께해 준 아내의 공로를 부인할 수 없다. 아내의 나이와 노력,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된 모습을 감안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제사를 준비하며 느꼈던 무거운 책임감은 이제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사와 예물을 통해 신앙을 이어가고,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지향과 삶의 방향
미사의 강론은 내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편견과 판단에서 벗어나 진실을 해석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나에게도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영원한 삶”을 지향하며 천국을 바라보는 신앙은 선과 악, 존재와 무(無)의 균형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선과 악은 하나의 대척점이 아니라, 다차원적인 방향성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절대선과 절대악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은 서로를 상쇄하며 세상의 조화를 이루는 원동력이 된다. 선을 지향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모순과 균형을 이해하는 것이다.
삶은 주어진 책임감 속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지만, 책임과 의무를 받아들이며 성장해 나간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숙명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그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삶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경험을 통해 체득한 가치는 우리를 성장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이것이 내가 가족 모임의 형태를 바꾸고, 새로운 삶의 지향점을 고민하는 이유다.
이번 결정이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더 깊은 유대와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성호.
엄마는 애국자!
엄마: 물론이지. 애국도 가족부터 시작이니까, 우리 식구들이 뭔가 해낼 때 보람을 느끼잖아.
아들: 그럼 우리 가족은 몇 명이야?
엄마: 다 합치면 20명 넘을걸?
아들: 대박. 엄마, 진짜 애국자네.
엄마: 농담 같아도, 가족을 잘 챙기는 것도 애국이지.
아들: 그럼 할머니 밑으로는 몇 명이야?
엄마: 이모까지 하면 22명쯤 되지 않을까?
아들: 와, 그러면 그 안에 손자, 며느리까지 다 포함하면 더 많겠네.
엄마: 그럼. 우리 가족 대단하지 않니?
아들: 아, 팔순 때도 가족 많이 모였던 거 기억나네. 엄마는 그때 어땠어?
엄마: 좋았지. 다 같이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지내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데.
아들: 맞아. 엄마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엄마: 아니야, 다들 열심히 살아준 덕분이지.
아들: 그럼 다음에 또 다 같이 하자!
엄마: 그래.
'일기 > 우리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턴의 하루, 과메기 인연 (0) | 2025.01.03 |
---|---|
이런 영상을 보낸 아내에게 (0) | 2025.01.02 |
안드레아 신부님께 (0) | 2025.01.01 |
새해 인사, 장모님께 (0) | 2025.01.01 |
민턴의 하루, 현미가 금을 팔고 (0) | 2024.12.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