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내가 친구 아들 결혼식 참석을 위해 외유를 떠난다. 그래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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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 기상
아침 밥을 챙겨주라는 말에 순서가 바뀌었다. 뭐 먹을래? 글쎄 뭐 있는데? 난 모르지. 그냥 내가 만들어준 거 먹어. 아냐 아냐. 만두 튀겨줘. 그래서 후라이펜이 식용유를 넉넉히 둘러 달구고 있는데 찌란다. 만두를. 아니 그냥 구워주께 해도 찐만두란다. 그래서 찜기를 꺼내 만두를 가득 담아 찐다. 물은 잔잔하게 조금만 넣고 시간은 5분. 그러고나서 젓가락으로 콕 찍어보니 덜 익어 지켜보며 익혔더니 8분 정도가 딱. 쫄깃쫄깃. 아빠 만두 비빔밥 알어? 라며 왕교자 4개를 넣고 비빈단다. 어이구, 이것아. 밥 양을 봐라. 하고 왕교자를 6개 더 넣어주니 아니 그럼 아빠는? 이란다. 참으로 성호스럽다. 흐뭇했다.
나는 떡 두 덩이를 쪄서 먹었다. 그리고 밥 다먹은 해나와 예티랑 산책을 나왔다. 09:50
라스트 워. 아내는 부산행을 떠났고, 난 안마기에서 전쟁을 치뤘다. 765서버랑. 우리 서버 762 보다 아직 덜 영근 지역이어서 격전지 두 번만에 방어막을 씌웠다. 그 와중에 아내의 손가락은 바쁘다.
다시 산책길에 나선다. 한 손에는 와이퍼를 들고. 해나와 예티랑. 생애 처음으로 운전석 와이퍼를 갈아끼우는데 성공!
성취의 기쁨이 채가시기 전에 마주한 점심식사 시간. 아, 지금이 12:58. 기다릴 수 없구나! 이놈의 바지는 내품에 돌아오기 싫은가보다 하고.
학원 갔다온 치형이 전화에 산책하는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뭐 볼 게 있나 찾는 치형이, 과거 내 모습을 마주한다.
치형이가 끓인 너구리. 물이 많아 싱거워서 다시 끓여도 좋다며. 정말 그랬다. 3줄, 5줄 싼 김밥을 잘라서 영록, 서희를 위해 도시락에 넣는다. 한참 썰다가 높이를 맞추게 되어 그건 나와 치형이가 먹고 예쁘게 키를 맞췄다.
때마침 돌아온 영록. 볶아먹으라고 했더니 하는 말. 난 할 줄 몰라요. 얄밉다. 그래서 1시간 동안 설겆이 했다며 이리 오라고 후라이펜 보다 큰 보울을 꺼내 달구며 물기를 제거하고 잡채를 넣어 섞으라고 알려줬다. 김밥, 다먹지 마라.
그리고, 잠을 잤다. 해나, 예티, 치형이 모두.
전화 소리에 돌아왔다. 18:30
전화가 끊기자마자 들어온 메시지에 바로 응답했다. 아마 자고 있었는 줄 몰랐겠지.
이제까지의 '오늘의 여정'을 작성하니 18:54. 치형이 방에 불이 켜져있어 설마. 역시나. 오늘 할 숙제, 독서 등 해놓으셔. 기분좋게. 인사하고 준비한다.
예티와 해나는 평소 18시반에 2번째 식사를 하는데. 그래도 산책 갔다가 시원하게 싸고와서 먹자며. 어야 어야 하니 신난다 신나. 한편, 치형이는 엄마 언제 오냐며 묻길래 조만간 마중 갈테니 함께 갈 수 있게 하던가.
너도 같이 가려면 서둘러. 아니. 그래? 좋아할텐데. 애기따부터 찍은 고추, 나오지않게 숨겼다.
가자. 가서. 온 세상을 너희의 똥과 오줌으로 덮어주자. 특히 예티, 너에게 기대가 커. 너무도 다른 두 녀석. 예쁜 건 똑같다.
이제 밖이다. 똥 봉지를 들고 있다. 두 바퀴째. 한 바퀴에서 해나가 집에 가자며 줄을 물었어도, 장모님과 통화하느라 해나 볼을 떼찌 해즀다.
> 장모와 사위의 통화
https://meatmarketing.tistory.com/m/8128
손이 무척 시렵다. 그래도 흐뭇한 건 장모의 사랑이 넘치니까. 아내 없는 빈자리, 저녁 챙겨먹으라는.
세상을 덮으랐더니 똥을 쪼금만 쌌다.
밥 다 먹은 해나와 예티가 설겆이를 마친 나를 바라본다. 왜?
그래서 답했다. 사과는 나갈 때 줄께.
마중을 나갔다. 오송역으로.
아내가 보낸 사진 중 일부. 부산.
늦은 밤. 22:00.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는다. 동태탕, 김밥, 사과, 홍어....
동태탕은 금요일 저녁 주말부부 남편이 돌아온 반가움에 아내가 만든 것
김밥은 아내가 부산 가며 남편과 아들이 챙겨 먹길 바란 마음.
사과는 해나와 예티를 주려고 깍은 것
그렇게 울고 속상한, 그럼에도 정이 깊은 밤이 지났다. 13:46.
부자 간, 부모와 자식 간 대화
https://youtu.be/YetEkEPmlMA?si=OWPKbfwHLxKSBryq
입 다물어 쫌 이라며 등 돌리고 잔다. 서희가.
발을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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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06:50.
스트레칭을 한 후, 한가득 안고 해나와 예티랑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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