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다음 글을 읽어봅시다. ’13.6.5일자 한국농어민신문에 실린 글로 지금부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돼지고기 품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부터 줄곧 고민해 보았습니다. 품질이라, 한돈 품질 제고방안이라, 품질을 높인다라, 품질, 품질, 도대체 어떤 품질을 높여야 할 것인가! 뭐 하나 좋은 게 있어야 높이든 말든 할텐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답답해지니 한숨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비약하지는 말아주십시오. 저도 한돈을 누구보다 좋아합니다.
돼지고기 품질 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네이버 사전에서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읽어봅시다.
< 품질의 정의 >
한돈 품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대안을 말하려다보니 우리가 처한 너무나 낙후된 시설환경을 탓해야 할지, 아니면 돈 좀 벌었다고 떵떵거리는 누구누구를 탓해야 할지, ‘출하에는 관심이 없어요’ 하는 농민을 탓해야 할지,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말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스럽더군요.
그나마 제가 인식하는 ‘품질’의 정의에 대해 가장 근접한 것은 “주어진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능력을 가진 생산품이나 서비스의 전체적인 특징과 성격”입니다. 품질은 기본적으로 만족시켜야 합니다. 누군가를. 그 누군가는 바로 소비자가 될테고 그렇다면 품질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생산품이나 서비스의 전체적인 특징과 성격”이라고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이제, 품질의 정의에 대해 알았으니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생산품이나 서비스의 전체적인 특징과 성격”을 가지려면 어떻게 할지만 알면 되겠군요. 가끔, 품질을 돼지고기 자체가 지닌 성질로만 보려는 분이 계시는데 그렇다면 이 기회에 인식을 넓히시길 권합니다. 애써 키운 돼지고기가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습니다. 바로 망할 겁니다.
돼지는 환경에 취약하고 더구나 군집생활을 하다보니 감기 걸린 돼지 1마리로 인해 50~60마리가 콜록 거립니다. 감기 걸린 돼지를 도축해 보면 우리가 좋아하는 갈비뼈에 흡착된 ‘흉막폐렴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바로 돼지고기 자체의 품질이 나쁜 경우입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감기 걸리지 않게 농민이 신경쓰면 됩니다. 시설환경부터 쾌적하게 만들어 주어 재발생율을 낮추고 약도 주고, 기본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처우를 높여주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렇지만 소비자에게 ‘만족’ 점수를 받으려면 이처럼 돼지고기 자체 품질로만 가능할까요? 아니라는데 모두 동의하실텐데요. 그렇다면 소비자가 만족하는 포인트, 즉 가격, 재구매율, 입소문... 자체품질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소비자가 만족하길 바라는 그 ‘가격’에 대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보고, 그것을 고치는 일이 바로 한돈 품질을 높이는 일이라는데 공감을 했으면 싶군요.
누구나 이익을 쫓습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강한 주장도 불가피합니다. 다만, 그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돼지 가격정산의 잘못된 출발점, 계근 모습 >
돼지 정산가격기준은 주로 돼지 생체중량을 기준으로 박피 경락가격(전주평균, 당일, 금주평균, 전3일평균 등 다양한 방식)과 지급률(농가와 유통업체 간 약정된 수치. 결코 지육률이 아님) 69~72% 선에서 각각을 곱하여 산출합니다.
1. 경락가격 기준을 박피에서 탕박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도축되는 돼지물량의 약 90% 이상이 탕박방식으로 처리됨을 볼 때 대표성에서는 힘을 얻습니다. 다만, 이것만 논해서야 되겠습니까! 가격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생체중량 x 지급률' 이라는 변수가 더 있지요.
가격은 최종산물인 것을 단순히 박피와 탕박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농가도 손해를 보려하지 않고 유통업체도 손해를 보려하지 않습니다. 이는 너무나 지극히 당연한 현상입니다. 현재의 가격정산 방식이 합리적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답해 보십시오. 과연, 박피를 탕박으로 돌려서 해결될 것이냐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고개가 모로 꺽입니다. 허, 참, 흠.
< 출하된 돼지의 위장 속 모습. 정말 일부이길 바랄뿐! >
2.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생체중량 정산에 따른 잘못된 출하현상과 사료낭비, 육질저하 등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데 있다.
생체중량으로 정산하다보니 농가는 출하 시점에 굳이 절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쩌면, 심지어 돼지의 배를 불려 출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체중량이 많이 나가야 돈이 더 된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생체중량에 따라 (1) 가뜩이나 비싼 사료가 그대로 버려지고, (2) 도축처리과정에서 이것을 처리하기 위한 쓸데없는 비용이 발생하는가 하면, (3) 배불리먹은 돼지가 우당탕쿵탕 가뜩이나 좁은 차량에서 오바이트 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지경입니다. (4) 스트레스에 민감한 돼지에게 속편히 해주지는 못할 망정 가혹한 환경에 내모니 육질이 좋을 리가 있나, 지금처럼 어려운 시국(가격은 가격대로 비싸고 육질차이는 크지않거나 없다고 여기는)에 수입육 보다 나은 것도 없는 상황에 더더욱 품질을 좋게 해도 부족한 이때, 이처럼 줄줄이 새기만 하니 과연 국내육이 '좋아요' 할 수 있을까요!
3. 지급률 부터 갈아치워야 할 구시대적 산물.
약정된 수치(지급률)에 대해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 약정된 수치로 인해 산업 전체에 폐해가 있다면 말할 여지도 있겠습니다. 69~72%, 1% 차이만 해도 엄청난 수치인데, 더구나 누적시켜 본다면 그 1% 차이로 인해 망하거나 크게 부흥할 수도 있는데 이젠 좀 솔직해지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본 탕박이니 박피이니 하는 기준가격은 어쩌면 지급률 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한 후 접근해야 합니다. 자, 여기까지는 앞서 본 기사와 거의 맥락을 같이 합니다.
4. 해결은 쉽다. 딱 하나! 도체중량으로 정산하면 된다.
이제까지 말한 생체중량이니, 탕박이니 박피니, 지급률이니 하는 모든 변수들을 무시하고, 가장 합리적이고도 모두가 수긍할 해결방식이 있으니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왜 실천하려 하지 않는지,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라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냥 도체중량으로 정산하면 되는 일입니다.
무척이나 간단하지 않습니까! 이미 공공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집계하여 각각의 신청인에게 농가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에 "그저 그렇게 하겠다"라고만 하면 되는데,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일입니다. 어떤 꼼수가 있는지.
쓸데없는 옹고집과 비합리적인, 구태의연한 태도로 말미암아 지금 이 순간도 국내산 돼지고기가 제가격을 못받고 경쟁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명백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관계자는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방치에 따른 피해를.
도체중량으로 정산하고 박피로 처리되면 박피 경락가격과 박피 지육률로 정산받으면 될 일을, 또는 탕박으로 처리되면 탕박 경락가격과 탕박 지육율로 정산받으면 될 일을, "어쪄면 너무 간단한 일이기에 하기 싫은가!" 싶기만 하군요. 그 무슨 못배운 분도 아니면서, 알만한 분들이 왜 그리 고집을 피우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경쟁 속에 살고 있습니다. 보이는 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잘 되길 바란다는 것은 되돌아올 메아리 밖에 안됩니다. 설득력도 없지요. 정말 한돈산업을 안정적이고 경쟁우위로 가져가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나친 이기주의와 관행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정작 필요한 일을 해야지 당장 눈앞에 닥친 일만 해결해서야 감기걸린 돼지 꼴 밖에 더 되겠습니까!
하나하나씩 보이는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다보면 어렵게만 보였던 다른 문제들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텐데, 떨어진 가격에 부던히 어미돼지만 때려잡다보면 "글쎄... 과연..." 이란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이젠 연초 kg당 3000원 밑에서 맴돌던 도매가격이 4000원 고지를 눈 앞에 두었으니 걱정꺼리도 없고 해결도 되었다고 안심할텐데요, “글세... 과연...”
답답하지 않으신가요? 우리 한돈산업 품질 높이는데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시겠다구요? 설마. 그렇다면 그것은 제 책임이군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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