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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10년 단골 잃는 건 1초 … 과일 먹는 기분까지 맛있게 판다

by 큰바위얼굴. 2013. 8. 20.

 

 

10년 단골 잃는 건 1초 … 과일 먹는 기분까지 맛있게 판다

[중앙일보] 입력 2013.08.19 00:15 / 수정 2013.08.19 00:15

위기의 골목상권, 강소상인에게 배우자 ⑫
서울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 이준용 사장님, 연 매출 10억 비결 뭡니까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 이준용·이연형씨 부부가 과일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이씨 부부는 365일 쉬지 않는 영업전략과 ‘직접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팔지 않는다’는 장사 철학으로 연 매출 10억원의 과일가게를 키웠다. [강정현 기자]

16일 오전 10시 서울 일원동 영희초등학교 앞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 젊은 여성이 가게로 들어오자 안주인인 이연형(49)씨가 반갑게 그를 맞는다.

 “집에 귀한 손님을 모시려 하는데 어떤 과일이 좋을까요?”

 “여름에는 수박 같은 제철 과일이 최고죠.”

 “복숭아는 어떨까요?”

 “복숭아는 손님하고 먹기에는 별로 안 좋아요. 예쁘게 깎기도 어렵고, 잘 물러져서요. 차라리 쉽게 먹을 수 있는 청포도가 좋을 것 같은데요.”

 이 여성은 이씨 말대로 수박 한 통과 청포도 두 상자를 장바구니에 넣고 가게를 나섰다. 이날 가게를 찾은 김상희(34)씨는 “무엇보다 과일이 맛있고 모르는 과일에 대해 물으면 사장님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며 “자동차를 타고 10분은 와야 하지만 과일 먹을 일이 있으면 꼭 여기서 산다”고 말했다.

 행복을 파는 과일가게는 면적이 30㎡ 남짓한 소박한 가게다. 색다른 과일을 판매하거나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가게의 하루 매출액은 300만~400만원 정도다. 연 매출액은 10억원에 이른다. 이준용(51) 사장은 이런 매출을 올리는 비결에 대해 “최고의 맛과 품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내가 과일을 직접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가게 과일이 아주 싼 것은 아니지만 대신 맛과 신선도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손님이 오시면 과일 고르는 방법과 과일의 효능에 대해 설명해주곤 하는데, 손님들이 이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엄격한 품질 관리와 고객 서비스가 장사 비결이라는 것이다.

트럭 뒷좌석에 마련된 이불. 새벽부터 경매에 나가 자정까지 가게 문을 열기 때문에 짬이 날 때 트럭 안에서 쪽잠을 자는 게 일상이 됐다(위 사진). 공공 기관의 창업자금 지원을 받아 재기한 이씨 부부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이 지정한 ‘소상공인 창업도우미’로도 활동 중이다. [강정현 기자]
 2007년만 해도 이 사장은 직장을 잃고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세 명의 자녀를 돌봐주던 장모마저 뇌출혈로 자리에 눕게 됐다. 그러다가 2008년 강남구에서 지원하는 소액 창업자금 5000만원과 어렵사리 모은 2500만원을 보태 과일가게를 냈다. 이 사장은 “대형 마트에서 청과팀장을 했고, 가락동 시장에서는 과일경매 보조 일을 하는 등 20년 넘게 과일과 함께 살아왔다”며 “좋은 과일 고르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 때문에 과일가게를 창업하는 일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가게를 열 때부터 치밀하게 주변 상권을 분석했다. 고객의 관점에서 입지를 관찰했고 시간대별 유동인구와 동선, 경쟁 과일가게의 유무 등을 파악했다. 현재 자리 잡은 곳은 대형 아파트 단지와 거리가 제법 됐다. 하지만 주변에 빌라나 주택이 많았고 학교·경찰서·병원 같은 관공서가 가까운 점이 맘에 들었다. 특히 당시에는 주변에 수영장과 스포츠센터가 건설 중이던 상황이라 앞으로 이곳을 찾는 회원이 과일을 사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게 터를 고를 때는 점포 출입문 위치와 가게 내부 이동 동선까지 꼼꼼히 따졌다. 이 사장은 “입지가 더 맘에 드는 곳이 있었지만, 출입구 턱이 높아 손님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며 “관공서와 스포츠센터 등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당시 판단이 운 좋게 맞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물론 처음부터 잘 풀린 건 아니었다. 가게를 열자마자 이 사장은 주택가와 관공서를 돌며 만나는 사람마다 전단을 손에 쥐여주었다. 전단을 보고 전화로 주문이 들어오면 사과 두세 개라도 번개처럼 배달을 했다. 같은 곳에서 다시 주문이 올 때는 더 신경을 썼다. 간혹 맛이나 품질에 불만이 있는 고객이 나타나면 군말 없이 상품을 바꿔주고 “미안하다”며 다른 과일을 덤으로 줬다.

 365일 휴일 없는 영업전략도 병행했다. 이 사장 부부는 일요일·공휴일 할 것 없이 매일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자정까지 가게 불을 밝혔다. 부인 이씨는 “이젠 밤 11시를 넘어서 과일을 사가는 단골 손님도 꽤 된다”며 “영업시간은 손님과 약속이기 때문에 일찍 문을 닫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게의 주문량은 늘어났고,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고객이 200명이 될 정도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 사장은 좋은 품질의 과일을 구매하기 위해 가락시장에서 경매시간에 맞춰 하루에 두 번 과일을 떼온다. 오전 3시에는 토마토·포도처럼 빨리 상하는 것을 들여오고, 오전 10시 경매에서는 사과·배 같은 단단한 과일을 갖고 온다. 자정까지 가게 문을 여는 데다, 이처럼 새벽 경매에까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짬이 날 때 트럭 안에서 쪽잠을 자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이 사장은 “과일 장사의 90%는 얼마나 좋은 과일을 구매하느냐에서 결정된다”며 “맛있고 신선한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사려면 새벽부터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착한 마케팅’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이씨 부부는 날마다 첫 손님이 치른 과일 값을 따로 떼어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하고 있다. 이씨 부부는 이 돈을 ‘첫 열매’라고 부른다. 이런 선행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일부러 첫 열매가 되기 위해 일찍 가게를 찾는 사람도 생겼다. ‘착한 사람은 더 도와줘야 한다’며 멀리 청담동 등에서 과일을 사러 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 사장은 “우리가 남의 도움을 받아 재기한 만큼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 가게 상호를 쓰고 싶다는 연락이 왔는데, 첫 열매를 기부한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허락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업형 수퍼마켓(SSM) 때문에 매출이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7~8개월 새 가게 주변에 SSM 세 곳이 연달아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장 부부는 오히려 자신을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락시장을 오가며 좀 더 좋은 과일을 떼어오기 위해 애를 썼고, 하루에 한 품목은 ‘노마진 세일’을 내세워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려 애썼다. 이 사장은 “SSM과 달리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과 상품을 조정할 수 있는 자영업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며 “한때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원상 회복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SSM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영업자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당당히 맞설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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