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보면 `꼼수 인상` 보인다
30년새 용량 6번 줄였다 늘렸다…가격 6배 인상됐지만 용량은 제자리
"식음료업계 원가 비중 줄어도 제품값 올려"
MK뉴스 2014.2.13
연초부터 가공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되는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한 제품이 있다. 제과업계 1위 롯데제과의 대표 제품인 `초코 빼빼로`가 그 주인공. 단일 제품으로 연매출 800억원을 웃도는 성공 배경을 놓고 롯데의 가격 인상 전략이 집약된 것으로 식품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출시 30년을 맞은 빼빼로는 그동안 용량을 여섯 차례나 `줄였다 늘렸다`를 반복하며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빼빼로가 출시된 것은 1983년으로 당시 용량은 50g, 가격은 200원이었다. 이후 IMF 위기를 맞은 1997년 용량을 40g으로 처음 줄이며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곧 300원으로 슬그머니 가격을 100원 올리더니 2년 후인 1999년에는 용량은 유지한 채 가격을 500원으로 또 올렸다.
이처럼 롯데제과는 제품 출시 후부터 `용량 줄이며 가격 유지 → 가격 인상 → 용량 줄이기`를 반복하는 가격 정책을 펼쳤다. 결국 2009년에는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어 출시 당시보다 양은 5분의 3으로 줄어들고 가격은 700원으로 3.5배나 올랐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면 실제 가격 인상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며 "용량을 줄이고 뒤이어 가격을 올리면 사실 가격을 두 번 인상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용량이 30g까지 줄어들자 `먹을 게 없다`는 소비자들 불만이 높아졌다.
이에 롯데제과의 가격 정책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초콜릿 막대과자 한 개에 약 2.1g에 불과해 용량을 20g대로 더 줄이면 그야말로 먹을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2011년 롯데제과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2011년 11월 11일)를 앞두고 처음으로 용량을 40% 늘리고 가격도 42% 큰 폭 인상했다. 인상 전략은 적중해 그해 빼빼로 매출은 8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롯데는 또다시 용량을 늘려 52g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도 1200원으로 200원 올렸다. 지난 2년 연속 매출이 감소하자 또다시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롯데 빼빼로는 이처럼 지난 30년간 여섯 차례 용량을 줄이고 늘리기를 반복하며 결국 50g대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새 가격은 6배나 껑충 올려놓았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업체가 용량 조절로 가격을 높이고 매출액도 늘어나는데 후발업체들이 따라하고 싶은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롯데제과는 월드콘과 설레임 등 자사 대표 아이스크림 용량을 늘리고, 가격도 높이는 방안을 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식음료업체들이 원가는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은 올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벌닷컴은 롯데제과 등 최근 가격을 인상한 식음료업체를 대상으로 원가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3분기 매출액 대비 원가 비율이 63.3%로 전년 같은 기간(63.7%)과 비교해 0.4%포인트 하락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기간 롯데제과는 원가 비율이 63.1%에서 62.6%로 0.5%포인트 줄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57.9%로 전년 동기(59.7%)보다 1.8%포인트나 떨어졌다. 이외 농심과 크라운제과, 해태제과도 원가 비율이 하락했으며 조사 업체 가운데 오리온과 삼립식품 두 곳만 원가 비율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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