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생산을 늘리지 않는 이유
파이넨션뉴스 2014.12.10
해태제과에서 생산하는 '허니버터칩'은 2014년 히트상품이다. 기존 짭짤한 감자칩이 아닌 버터와 벌꿀을 바른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인기 비결이다. 달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재빨리 알고 한 발 앞서 내놓은 제품이다. 10년 만의 히트상품이라고 한다.
특히 허니버터칩은 제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 퍼지면서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극해 대박이 났다. 판매된 지 두달 만에 매출 200억원을 올렸다. 연간 8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감자칩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00억원으로 보고 있는데, 이 정도면 정말 대박이다. 무엇보다 제과업계 절대강자인 오리온과 농심이 감자칩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구도에서 이 같은 판매실적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하다.
대형마트에서는 아예 진열도 하기 전 고객이 줄을 서서 수량을 제한해 받아가는 실정이다.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도 수요를 맞출 수 없다. 먹어보고는 싶은데 구할 수 없으니 온라인상에서 몇 배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태제과로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물량을 늘리라는 압력(?)이 거세다. 그런데 해태제과는 고심 끝에 일단은 그냥 가기로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과거 '빨간라면'의 아성을 위협했던 '하얀국물 라면'이 한때의 지나가던 회오리바람이었던 것처럼 자칫 반짝 인기로 그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적지 않은 금액의 설비투자를 해서 본격 생산되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1년은 하루가 다르게 입맛이 변하는 소비자를 믿을 수 없는 시간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미투 제품(잘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이 앞으로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제과업체는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고 다른 경쟁사들도 조만간 허니버터칩과 맛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사실 식품업계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신제품이 나와도 경쟁사들이 금방 만들 수 있다. 식품업체들은 연구개발(R&D) 투자보다는 마케팅에 더 신경을 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식품업종의 R&D 투자비중은 전 업종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표 식품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가 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식품업체들만 비난하기도 힘들다. 애써서 신제품을 개발해 놓으면 금방 베껴서 미투제품이 나온다. 어떤 경우에는 맛보다도 마케팅이 판세를 뒤집기도 한다. 이러니 누가 적지 않은 돈을 써서 신제품을 개발하겠는가. 그냥 성공이 검증된 타사 제품이 나오면 금방 베껴서 만드는 편이 더 쉬운데.
제약업계는 신약을 개발하면 20년간 특허권을 인정해준다. 식품을 신약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또 특허권을 주어 경쟁사의 제품 출시를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순진한 발상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식품업체끼리라도 경쟁사의 신제품 판매시한을 보장해주는 자율협약을 맺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처럼 파이를 늘리지 못하고 베끼기 경쟁이 지속된다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다. 초코파이, 신라면처럼 글로벌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시장을 지켜주고 서로 밀어주는 식품업계의 통 큰 경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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