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중앙일보 2015.2.23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가 분과별로 외국 사례 등을 살펴보며 속도를 내고 있다. 짧은 특위 일정을 감안할 때 쟁점 사항들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최소화해야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것 같다. 대표적인 쟁점 사항인 연금충당부채 개념부터 살펴보자. 부과 방식(매년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매년 조달하는 방식)으로 우리 공무원연금제도를 이해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연금충당부채(미래에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총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현재 확보하지 못한 부족액)를 연금개혁 당위성 확보를 위해 실제 부채인 양 호도한다는 주장이 있어서다. 2013년 말 484조원(퇴직수당까지 합칠 경우에는 513조원)으로 추정되는 공무원연금 충당부채가 매년 공무원이 납부할 보험료(월급의 7%)와 정부가 부담하는 기여금(7%) 수입을 고려하면 충당부채가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해서 보험료 수입이 있을 텐데, 부채로 잡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려면 매년 들어오는 공무원연금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야 한다. 단순히 수입이 지출보다 많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부채로 간주되지 않으려면 매년 갚아나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충당부채가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공무원연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충당부채가 늘어나는 구조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서다. 매년 적자보전금이란 명목으로 세금 투입이 증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502/23/htm_20150223093610101012.jpg)
현재 107만 명의 현직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로 퇴직자 37만 명의 연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해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20년 뒤에는 118만 명의 공무원이 89만 명의 퇴직공무원(유족연금 포함)을 책임져야 한다. 25년 뒤인 2040년에는 96만 명을 부양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부양비(현직 공무원 수 대비 연금수급자 비율)가 81.4%에 달해 대략 현직 공무원 한 사람이 퇴직공무원 한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다. 이것도 총인구는 감소하는데 공무원은 줄이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공무원을 줄인다면 부양비가 100%를 넘는다.
2015년 3조원인 연간 적자보전액이 7년 뒤 8조2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새누리당 개혁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2016년부터 2080년까지 연간 적자보전액이 12조9000억원에 달하는 이유다. 외국 사례를 보면 지금 14%인 보험료를 두 배인 28%로 올려도 연금 충당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정안정 측면에서 새누리당 안보다 후퇴한 인사혁신처 안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가 본받을 선진국은 이미 조치를 취했다. 미국 연방공무원은 30년에 걸쳐 연금충당부채를 갚고 있다. 지출액 상당 부분이 현재 퇴직자가 아닌 미래세대 부담을 덜기 위해 쓰여진다.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도입한 명목확정기여형(NDC) 제도도 충당부채 억제에 주된 목적이 있다. 일본과 독일·오스트리아 등이 도입한 자동안정장치 역시 충당부채 통제가 종착점이다. 우리 개혁안은 이런 선진국의 근처에도 못 가는 약한 개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공무원연금 지출이 적다는 주장도 과장됐다.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우리에 비해 경제활동인구 대비 공무원 비중이 높다. 대상자가 많다 보니 지출액이 많은 건 당연하다. 수급자 비율이 높은 것도 감안해야 한다. 상당수 OECD 회원국은 20~30년 뒤의 우리 상황, 즉 부양비가 80~90%에 달한다. 똑같은 제도를 운영해도 현재 우리의 지출액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지게 된다. 일본은 과거 은급 공무원세대(연금 전액을 세금으로 지급)의 영향도 크다.
정부 역할이 적다는 주장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한 적이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 나라에 돈이 없다 보니 공무원연금을 명퇴자금으로 전용했다. 정부가 썼다는 약 20조원 중 10조원은 적자보전액으로 이미 갚았다. 2020년 이후 몇 년간 적자보전하면 전용액을 모두 갚게 된다. 일본도 공무원연금기금 일부를 JR(일본 철도)공제연금 재정 불안정 해결을 위해 전용한 바 있다. 우리가 잘한 건 아니었으나, 일본은 한발 더 나가 공무원이 아닌 다른 직종을 위해 공무원연금 기금을 전용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공무원연금은 올해 10월부터 일반 국민과 동일한 연금제도를 적용받는다. 일본 사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향후 경제활동인구 1000만 명이 감소해 핵심근로연령(25∼49세) 비중이 세계 최하위로 전락할 나라가 우리다. 노인인구 급증으로 2030년 건강보험의 연간 적자는 47조원으로 전망된다. ‘핵심경제인구 절벽’에 대처할 다운사이징 체제로 빨리 진입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시기나 질투가 아닌, 우리에게 다가온 다운사이징 체제에 제일 먼저 적응해야 할 제도가 공무원연금이라서 개혁을 강조하는 것이다. 2060년부터 가입자보다 수급자가 많아지는 국민연금의 추가적인 개혁을 위해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시급하고 제대로 된 개혁이 필요하다. 국가의 존망을 흔들 수 있는 환경변화를 제대로, 빨리, 그리고 널리 알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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