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물가와 체감물가 사이 '너무 큰 괴리감'
파이넨셜뉴스 2015.10.4
"0%대 저물가? 도대체 어느 나라 통계입니까" 뿔난 주부들가장 큰 이유는 '가중치'통계청 품목마다 가중치 다른데 2012년 기준이라 괴리감 큰 듯또 하나는 '주관적 느낌'집집마다 소비품목 모두 달라 자주 사는 상품 가격에 더 민감
"0%대 저물가? 도대체 어느 나라 통계입니까!" 뿔난 주부들
가장 큰 이유는 '가중치'
통계청 품목마다 가중치 다른데 2012년 기준이라 괴리감 큰 듯
또 하나는 '주관적 느낌'
집집마다 소비품목 모두 달라 자주 사는 상품 가격에 더 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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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소비자물가 10개월째 0%대…전셋값만 나 홀로 급등'이라는 본지 기사에 대해 독자들이 인터넷에 단 댓글들이다.
실제 이날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 0.8%를 기록하며 '1%' 아래로 떨어진 이후 9월까지 0.4~0.8% 사이를 오갔다. '0%대 저물가' 행진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저물가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오히려 높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소위 통계물가와 '장바구니물가'의 차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품목은 481개다. 목돈을 지출해야 하는 전·월세를 비롯해 매달 내는 도시가스, 수시로 구입하는 쇠고기·돼지고기, 10년에 한번 살까 말까 한 자동차, TV, 냉장고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481개 품목은 2010년 기준으로 결정됐다. 또 소비자물가에는 '가중치'라는 개념이 있다. 가중치는 각 가정의 가계부, 즉 매달 어느 항목에 얼마를 지출하는지 살펴보는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산출한다. 많이 지출하는 품목에는 그만큼 가중치를 줘 물가변동 시 더 많은 영향을 미치도록 한 것이다. 481개 품목의 가중치 합은 총 1000이다. 부문별로는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가 173으로 가장 많고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139), 음식·숙박(121.6), 교통(111.4)순이다.
이 가중치는 당초 '0'과 '5'가 들어가는 해마다 변경했지만 생활패턴이 빠르게 변하면서 5년 사이 한 차례 더 변경하고 있다. 현재 가중치는 2012년 것으로 올해를 기준으로 내년에 추가로 바꿀 예정이다.
그렇다면 통계와 실제 느끼는 물가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바로 물가통계 품목과 가중치 그리고 주관적 느낌 때문이다.
통계청의 9월 조사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담배는 국산이 83.7%, 수입은 67.9%나 급등했다. 또 양파는 84.7%, 마늘은 30.2%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철료(15.2%)와 학교급식비(10.2%)도 상승했다. 전세는 3.9% 뛰었다.
국산 담배(4.8), 수입 담배(2.9), 양파(0.8), 마늘(1.4), 전철료(3.5), 학교급식비(5.4), 전세(62) 등의 품목이 가중치 1000 중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내가 피우는 국산 담배의 값이 2배 가까이 올랐는데 물가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000 중 4.8가량인 것이다.
또 통상 가구당 한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물가통계에는 경(1.4)·소형(2.7)·중형(4)·대형(5.2) 승용차를 비롯해 다목적승용차(1.4), 수입 승용차(3.3) 가격이 모두 영향을 주고 가중치도 다 다르다. 내가 타고 있는 소형차 가격이 올랐는데 수입 승용차 값이 개별소비세 등의 영향으로 더 많이 하락했다면 물가는 내려가는 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는) 본인이 자주 사는 상품 가격 흐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게다가) 가격이 오르는 것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값이) 하락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급등한 담배나 양파, 급식비, 전세 등에 대해선 예민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하락한 휘발유(-16.6%), 도시가스(-17%), 국제항공료(-12%), 배추(-16.4%), 풋고추(-30.4%) 등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물가를 상당히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는 "체감물가는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개인의 의견이기 때문에 대표성이 없다. 체감물가를 고스란히 (통계에 과도하게) 반영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로 널뛰는 등 경제지표, 물가에 연동되는 각종 예산지출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다만 (소비자물가) 구성품목 선택에서 현실적 감각이 떨어진다, 아니다를 갖고 평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통계를 놓고 소비자가 현실과 괴리를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품목별 가중치 변화가 자신의 소비지출 패턴 변화와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일례로 전·월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2000년 당시 가중치가 93.5, 37.9였던 전세, 월세는 현재 62, 30.8로 가중치가 오히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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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물가와 체감물가 왜 다를까
동아일보 2015.10.9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2% 이하에 머물렀다. 7월, 8월, 9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5%, 1.2%, 2.0% 상승하였고 특히 8월의 1.2%는 12년 3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이렇게 낮은 물가상승률은 전혀 와 닿지 않는다.
사실 실제 물가와 체감 물가의 괴리 현상은 반복되어 왔다. “옛날에는 자장면 한 그릇에 1000원이었는데…, 1만 원만 들고 나가면 하루 종일 써도 남았는데… 물가가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며 물가 자료를 믿지 않는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소비자 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주로 사용하는 품목들의 평균 가격이다. 많이 사용하는 품목에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가격이 안 오른 제품들은 평소와 차이가 없으므로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에 가격이 많이 오른 제품들은 기억에 남게 되어 실제보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소비의 고급화와 소비지출의 증가를 물가 상승으로 오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었을 때 외식비에 비해 사회인이 되어 쓰는 외식비가 훨씬 비싸진다. 더 좋은 분위기에서 양질의 식사를 하게 되어 외식비가 더 비싸졌을 수도 있는데, 그러한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물가 상승 폭을 크게 생각할 수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선정에 한계
이미 물가가 많이 오른 상태일 경우 올해 덜 올랐다고 물가가 싸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00원이던 기름값이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올라 작년에 2000원이 되었지만 올해는 2020원으로 변화해 기름값 상승률이 1%에 불과해도 현재 기름값이 싸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즉, 물가상승률이 의미하는 바가 물가 수준 자체가 아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이번 달의 물가상승률 1%는 지난 1년간 물가가 1%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많은 소비자는 그 정확한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 물가 수준 자체가 비싸다는 이유로 물가자료를 믿지 않으려 한다. 앞의 예에서 기름값 상승률 1%는 단지 작년에 비해 1% 올랐다는 것으로 현재 기름값이 비싼지 싼지에 관한 정보를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2020원이라는 비싼 기름값을 생각하며 1% 상승률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욱이 소비자들의 소득과 부는 유한하기 때문에 물가가 싸다고 느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체감 물가와 실제 물가의 괴리현상을 소비자들 탓만으로 돌릴 수 있는지 하는 생각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지난 20년 동안 소비자 물가지수가 얼마나 올랐을까? 확인해 보니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소비자 물가지수는 2.1배가량 올랐다. 20년 전을 회상해보았지만 물가가 2.1배보다는 확실히 더 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소비자 물가가 다양한 이유로 물가상승률을 과대평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결국 제대로 평가한다면 2.1배도 오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체감 물가와 확실히 차이가 난다. 결국 다른 문제점들도 있을 수 있다.
우선 품목 선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정부가 물가 잡기에 혈안이 되어 가격 상승이 예상되거나 가격 상승을 제한하기 어려운 품목들을 제외하거나 가중치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사실 소비자 물가지수 개편 시 이러한 논란이 있어 왔다. 예를 들어 작년에 물가지수를 개편할 때 금반지를 제외했는데 금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경제 통계에 대한 인식이 선진화되면서 최근에는 그러한 사례가 거의 없을 것이나 과거에는 상당히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사실 불과 몇 년 전에도 어떤 정치인이 담배 가격 인상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며 담배를 소비자 물가에서 제외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품목들의 가격을 안정시킬 방안을 생각하지 않고, 가격이 안정적인 품목들만 가지고 숫자 놀음을 하겠다는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다.
정부가 주요 품목의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 수도 있다. 실제로 교통 요금 등의 공공요금, 주요 농산물, 공산품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을 제한하여 소비자의 생활비를 낮춘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물가수준이나 다른 품목들의 가격과 괴리가 생길 수 있고, 상대가격의 왜곡으로 소비자 선택이 왜곡되고 경제의 효율성이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 물가지수의 품목 선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문제점은 더욱 크다.
정확한 물가지표 구성에 힘써야
소비자 물가지수는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물가지표이다. 소비자인 모든 국민에게 중요하고 현재 통화정책의 근간인 물가 안정 목표제의 주요 대상이다. 단기적 시각을 가지고 성과주의적 목적 아래 낮은 물가상승률을 과시하기보다는 경제의 정확한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물가 지표를 구성하여 경제 행위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경제 상태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위한 주요 지표로써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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