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제 요구에도 ELS 광풍…`국민재테크` 상품이 시한폭탄?
MK 2015.11.24
올들어서만 18조 급증…내달 중순께 100조 넘을듯
유로50지수 25조·H지수 24조 발행 `쏠림현상` 심각
◆ 파생결합상품 100조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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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이 저금리 시대에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등장했지만 머지않아 키코처럼 `시한폭탄`으로 되돌아올지 모른다는 경고 목소리가 높다. ELS는 기초자산인 국내외 주가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50~60% 미만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많게는 연 7~8%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매력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판매수수료와 헤지운용 수수료 명목으로 거의 매년 신규 발행액의 약 1%를 챙길수 있어 가장 큰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ELS에 뭉칫돈이 몰리기 시작하자 증권사들은 좀 더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초자산을 늘리면서 상품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상품 구조가 서서히 원금보장형 상품에서 원금 비보장형 상품으로 옮겨가더니 기초자산도 1~2개에서 3~4개까지 늘린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초자산이 여러 개 포함되면 상품을 만드는 증권사로선 여러 가지 파생상품 결합거래를 일으키면서 그만큼 수익을 만들 여지가 커진다.
반면 투자자들은 복잡한 상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동전 앞뒤 맞추기처럼 운에 맡기는, 그야말로 `깜깜이 투자`를 할 공산이 크다.
더 큰 문제는 ELS 기초자산의 쏠림 현상이다.
24일 매일경제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지난 20일 기준 미상환 공모 지수형 ELS 발행잔액 37조5787억원을 분석한 결과 유럽 통합지수인 `유로스톡스50(Eurostoxx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가 25조8342억원(68.7%),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가 24조3386억원(64.8%)으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보통 지수형 ELS는 기초자산을 2개 내지 3개로 발행되는데, 발행되는 ELS 3개 중 2개꼴로 유로스톡스지수나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 같은 쏠림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금융위기처럼 예기치 못한 큰 충격이 오면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도 최악에는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현재로선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게 H지수다. 유로스톡스50이나 코스피200, S&P500은 현재 지수대와 원금손실 가능구간(녹인·Knock-In) 간 괴리율이 30~40%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H지수는 지난 23일 종가 기준 1만229로 미상환 발행물량의 최초 녹인 가격(9092)과 괴리율이 약 11%에 불과하다. 앞으로 11%만 더 떨어지면 예전에 발행된 일부 상품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다는 얘기다. 특히 올 4월 H지수가 1만4000선을 상회했던 구간에서 발행된 5조3429억원 규모 ELS의 손실 위험이 가장 염려되는 상황이다.
H지수 쏠림이 더욱 염려되는 것은 주요 헤지(위험 회피) 수단인 홍콩 선물시장에 비해 국내 ELS 발행잔액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공모와 사모를 합한 H지수 기초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약 36조원으로 최근 1년간 홍콩항셍 선물시장의 평균 미결제약정금액 22조원보다 63%나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증권사들이 헤지 수단으로 H지수 선물을 사고 싶어도 시장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지를 못하면 급락 사태 때 증권사들도 고객 못지않게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증권사나 은행, 심지어는 보험사들도 ELS를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며 앞다퉈 팔고 있지만 실제 고객들 평균 수익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종목형 ELS는 올해 평균 상환 수익률이 -7.4%에 그쳤다. 종목형 ELS는 투자자가 연간 노릴수 있는 수익률이 최대 10~15% 수준이지만 손실률은 하방으로 50% 이상으로 열려 있다.
그나마 지수형 ELS는 올해 평균 5.6% 상환 수익률을 기록해 당장은 수익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H지수 쇼크` 등이 현실화하면 1년 후에도 이런 수익률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전문가들은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신흥시장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일부 지수형 ELS는 손실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지수 ELS가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증권사들이 기초지수를 분산시키거나 발행잔액 한도를 조절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ELS 등 파생결합증권으로 조달한 자산에 대해서는 고유계정과 별도로 특별계정을 만들어 별도 회계처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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