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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발전연구/유통시각

마블링만 많으면 우수?…쇠고기 등급제 수술대 오른다

by 큰바위얼굴. 2016. 6. 15.

마블링만 많으면 우수?…쇠고기 등급제 수술대 오른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라이프] 축산물품질평가원, 소비패턴에 맞춰 보완 추진

 

세계일보 2016.6.15

 

 

최근 쇠고기 근내 지방(마블링)과 관련한 심포지엄에서 스티븐 스미스 미국 텍사스 A&M대 교수는 “쇠고기의 주요 지방산인 올레산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을 높여 오히려 심장을 건강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로빈 워너 호주 멜버른대 교수도 “쇠고기는 인체 유용성이 입증된 오메가-3 지방산의 좋은 공급원이 될 수 있다”며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고 섬세한 마블링이 있는 쇠고기는 지속 가능한 쇠고기 생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블링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작년 말 한우고기 구매 경험 소비자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쇠고기 마블링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육색(살빛)과 지방색도 쇠고기 구매 시 고려하는 주요 요인으로 생각한다.

이에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웰빙 중시의 소비패턴에 맞춰 쇠고기 등급제(소 도체 등급판정 기준)를 보완 중이다. 새 기준은 이르면 2018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축평원은 새로운 등급판정에 마블링 외에 다른 평가항목 비중을 강화한다. 특히 마블링의 ‘섬세함’ 정도를 새로운 평가요소에 추가할 방침이다. 5등급(1++, 1+, 1, 2, 3)으로 된 등급명칭도 바꾼다. ‘진한육’, ‘고소육’, ‘대중육’, ‘담백육’, ‘순한육’처럼 비서열식 명칭을 도입하거나 쇠고기의 특징을 나타내는 형태로 고친다. 친환경인증, 성분 등 다양한 식육정보도 제공한다.

 

14일 축평원에 따르면 현행 쇠고기 육질 등급은 마블링으로 예비등급을 판정한 뒤 육색, 지방색, 조직감(수분·탄력성·결·광택 등의 상태), 성숙도(등뼈·허리뼈·엉덩이뼈·갈비뼈의 상태)에 하자가 없으면 등급을 확정한다. 즉 마블링 함량이 많을 경우 다른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도 결격 수준이 아니면 우수 등급을 받는다. 새 등급제는 마블링 함량이 많아도 다른 항목의 판정결과가 우수해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조직감의 경우 근육 결이 곱고 매끄러우며, 탄력이 좋은 쇠고기가 근육의 결이 거칠고 탄력이 떨어지는 쇠고기에 비해 우수한 판정을 받는다. 축평원은 육색은 선홍색이고 지방색은 유백색(불투명한 흰색)이며, 조직감이 좋으면 우수등급 평가를 받도록 하기로 했다. 다만 항목별 등급결과 중 가장 낮은 등급을 최종등급으로 판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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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블링의 단순 함량에서 벗어나 입자크기와 분포 등 ‘섬세함’을 평가요소에 추가 도입한다. 축평원은 등심 단면적을 사진 촬영해 면적이 0.01㎠ 이상인 마블링은 ‘성긴 지방’으로 간주한다. 일본 재래종 소 와규(和牛·화우)의 경우 마블링이 섬세한 것과 섬세하지 않은 소 도체의 경락단가가 198엔 차이가 난다. 축평원은 굵고 뭉친 마블링은 등급을 하향하고, 마블링 입자 크기가 작고 골고루 분포돼 있으면 상향한다. 섬세한 정도는 ‘섬세·보통·뭉침’의 3단계 또는 ‘상 2·상 1·중·하 1·하 2’의 5단계로 구분한다. 축평원은 섬세화 항목 평가 도입으로 최상위 등급(1++)의 마블링 함량(등심 단위 면적당)이 평균 18.8%에서 16.5%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와규 최상위등급의 마블링 함량은 22.5∼31.7%로 한우보다 훨씬 많다. 사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시행 초에는 한우 거세우(38만 마리) 기준 연간 14억원, 정착 단계에서는 최대 756억원의 사료비가 줄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축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블링이 높을수록 미각적으로 섬세한 지방과 조잡하게 뭉친 지방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굵은 지방 생산을 억제하면 한우 고유의 맛과 건강 성분으로 알려진 올레인산 함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마블링 섬세함의 기준이 세분화하면 소비자와 농가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마블링 이외의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고 농가소득을 낮출 수 있다”며 “마블링 평가 방법 개선보다는 명칭개선과 한우에 대한 정보제공 강화로 소비자에게 한우를 올바르게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평원은 등급별 특징을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등급명칭 변경을 추진한다. 현행 등급명칭은 마블링 평가를 중심으로 서열식으로 5등급으로 표시돼 있다. 소비자들은 맛과 영양 등을 포함한 여러 요소를 고려해 등급서열이 매겨졌다고 생각한다. 1++등급은 고급육, 3등급은 저급육이란 인식이 퍼져 있다. 축평원은 서열식 명칭을 유지하되 지방에 관한 정보전달을 강화하거나, 비서열식 명칭을 도입해 쇠고기 소비와 관련한 위화감을 해소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일본은 쇠고기 등급 명칭이 최상위 5에서 4, 3, 2, 1등급으로 돼 있다. 유럽연합(EU)은 S, E, U, R, O, P다. 축평원은 마블링함량을 고려한 명칭(M5, M4, M3, M2, M1)과 저지방육에 한정한 명칭(1++, 1+, 1, G(good), LF(low fat))를 검토 중이다. 비서열식 등급명칭으로는 등급별 특성을 고려한 명칭(진한육, 고소육, 대중육, 담백육, 순한육)과 등급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명칭(K, O, R, E, A)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전문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선정할 방침이다.

이 밖에 원산지나 무항생제, 성분 등 정보를 등급정보와 연계해 제공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정보를 확인한 뒤 부위와 등급을 선택할 수 있다. 축평원은 등급기준을 보완한 뒤 올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객관적 검증과 시범적용을 거쳐 2018년 최종안을 확정,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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