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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공무원만 모르는 국정공백

by 큰바위얼굴. 2017. 1. 10.

공무원만 모르는 국정공백           


파이넨셜뉴스 2017.1.10



언론에서 자꾸 '국정공백'이라고 쓰니까 공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실제로는 공백 없어요."

사석에서 만난 한 기획재정부 과장급 인사는 '국정공백'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통령 비선실세 국정농단 이야기가 불거진 이후 일선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았다는 보도가 쏟아진 탓에 오히려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현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이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와중에도, 2017년도 예산안을 만들고 경제정책방향을 세워야 했던 실무자 입장에선 국정공백은 섭섭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국정공백은 없다"는 발언은 적어도 '국민의 눈'으로 볼 때엔 사실이 아니다. 당장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불거진 이슈들을 한번 천천히 살펴보자. 예상과 달리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가 당선이 된 이후, 우리 정부에는 차기 트럼프 정부와 소통을 할 채널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근 한달을 허송한 후, 9일에서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부랴부랴 뉴욕으로 떠나 트럼프 측 인사를 면담할 일정을 잡았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도 마찬가지다.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협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일본 언론에서 터져나온 이후 지난 6일 일본 측은 공식적으로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도 예외가 아니다. 철새 탓만 하던 농림축산식품부는 AI가 발생하자 살아 있는 토종닭의 시장 유통을 금지했다가 지난해 12월 15일 AI 위기경보를 최고수준으로 올린 당일 생닭 유통을 다시 푸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와중에 국위를 선양해도 부족할 외교관이 낯뜨거운 행위로 나라 전체를 욕보인 일도 있었다.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 참사관이 현지 여학생에게 강제로 신체접촉을 시도한 장면이 현지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국민이라면 "이게 나라냐"고 물어볼 만한 상황이다. 그래서 공직에 있는 이라면 지금은 국정공백을 부정할 게 아니라 공백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이 물음에 "나라가 맞다"고 답할 수 있는 쪽은 공무원 조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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