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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연금ETF&주식

달러의 덫

by 큰바위얼굴. 2020. 7. 23.
‘달러의 덫’에 걸린 세계경제…더 요원해진 경기 회복
중앙일보 2020.07.21 19:4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녹다운된 세계 경제가 또 다른 복병에 발목이 잡혔다. ‘달러의 덫’이다. 국제 무역과 금융의 지나친 미국 달러 의존증이 세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내놓은 곳은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기타 고피나트 등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배적 통화와 환율 유연성의 제한’이라는 보고서에서 “국제 무역과 금융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역할이 세계 경제에서 코로나19의 충격을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 불안이 번지며 미국 달러 몸값은 고공 행진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신흥국에서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달러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반대로 신흥국 통화가치는 뚝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21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24.43%,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16.44%, 러시아 루블화의 경우 13.1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화가치는 3.46%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로 환산한 수출 가격이 낮아진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해외 수요가 늘면서 수출 증가에 따른 경제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수입 측면으로 따져도 평가절하는 긍정적 요인이다. 자국 통화로 환산한 수입품 가격이 비싸지는 탓에 상대적으로 싼 국산을 선호하게 돼 국내 경기 회복을 견인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통화가치의 변동,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찾아가며 경기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적인 경제학의 논리 구조다.

하지만 미국 달러가 국제통화의 척도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런 이론도 무용하게 됐다. 최근 무역 거래에서는 달러로 가격을 매기는 경우가 많아지며 ‘환율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실제로 원자재 시장을 제외한 세계 수출의 23%가량이 미국 달러화로 매긴 가격으로 이뤄진다. 환율이 주요한 변수가 더는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수출 가격을 미국 달러 등으로 매긴 경우 자국(수출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외국 구매자 입장에서 재화나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주지 못한다”며 “미국 달러 강세에 따른 각국 통화 약세가 경제 위기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완충장치 역할이 줄어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미국 달러에 매여 있는 탓에 오히려 수입품의 가격만 올라,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같은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만 커진다. 미국 달러로 표시된 빚을 낸 신흥국 기업의 경우 달러값이 오르면 빚 부담이 커지고 부실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재확산세는 ‘미국 달러가 지배하는 세계’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관광산업이다. 상대적으로 환율 변화에 민감한 해외 관광객 유입이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봉쇄 조치로 막히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늘어나고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 미국 달러화 가치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달러가 다시 한번 강세를 보이면 세계 경제 활동을 후퇴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무역과 금융을 지배하는 ‘달러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과 갈등의 수위를 높여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 국제화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무역 결제 통화로의 사용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원조나 투자 등도 위안화로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이란 지위를 이용해 ‘페트로 달러(석유 달러) 체제’에도 도전장을 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이달 초 중국에 원유 300만 배럴을 팔며 대금을 위안화로 받는 등 국제 원유 시장의 달러 지배 체제에 균열을 가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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