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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굳이

by 큰바위얼굴. 2020. 11. 17.
아깝다. 내가 아깝다. 굳이. 내 가치는 남이 매기는 게 아니다.괜찮다는 건, 만족하다는 건 본인 스스로가 잘 안다. 답은 아깝다는 것이니 굳이. 기다린다는 것 조차 아깝다.

건강해서 다행이다 라는 말이 듣기 좋다. 기본 건강은 회복했다. 이제 몇 가지 안 남았다. 알코올성 지방간이 크게 차지한다. 지금처럼 맑게 죽음과 이별에 몸서리치면서 사는 것이 좋은지, 과거처럼 알코올에 미화된 마음이 그래도 낫다는 것인지 선택할 때다. 사실 1잔이 그립다. 첫 한 모금을 넘길 때의 짜릿함. 딱 그게 당긴다. 허, 아직 멀었다. 미련인지 좋은 건 분명한데 그걸 또 찾는다. 몸을 막 대한다. 정신 차리라. 성호야.

감사하다. 지금 이 순간이 뜻깊다. 감사하다. 아내가 곁에 있어 행복하고 왕래하는 살아계신 어머니, 장모, 장인이 계셔서 다행이고 좋다. 아이들이 커가는 건 축복이고 살아있어 숨을 들이키고 내쉬는 이 순간이 충만하다.

그래서 돌고돌아 도착한 이곳은 대소원초중학교 운동장이다. 이게 바로 내 현주소요 필생인 것이여. 다 부질없어. 굳이 나설 이유 없어. 가치는 매겨질 때 나타나기 마련이고 올랐으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듯이 다 그렇듯이 만사가 이치대로 돌아가듯이 지금 내 모습에 쏙 들어간 뱃살에 튼튼해진 심장에 만족한다.

하나에 더 보다는 지금 하나에 만족하는 거, 딱 그거면 족하다. 사는게 달라야지, 똑같아서야. 다른 걸 다르게 산다는 걸 굳이. 알릴 필요도 알아달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긴 것은 기다. 노력해보고 아니면 말되 노력도 안 하고 바뀌길 바라는 건 욕심이란다. 법륜스님이. 지금.

불편한 바지. 뛰고싶은데 잡아당긴다. 퍽퍽하다. 사는 게 그렇다. 아니면 만족할까? 수긍할까? 어차피 불편한 건 매 있기 마련이니 굳이. 돌고돌아 가는 중에 그저 무시하거나 거래치 않으면 족하다. 내 삶은 종속된 관계가 아니라 내 의지로 선택한 것이니 굳이. 그렇게. 굳이. 굳이. 굳이.산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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