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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부쩍 말수가 줄어드신 아버님

by 큰바위얼굴. 2021. 12. 22.

아버님께,

 

부쩍 말수가 줄어드신 아버님,

소식을 듣습니다. 하루종일 누워 계신다고. 이제는 밥도 떠 먹여줘야 드신다고.

 

이제 가야 할 때인가 보다 하며 받아들이자고 속삭이는 듯 합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 못다 한 정(), 어찌 이리 가시려고 하십니까 라는 감정이 쏟구쳐 올라옵니다.

그러면서 여보, 다 해 드려야 해. 당신이 하고싶은 거, 바라는 거, 남김 없이 드려야 해. 너무 늦은 후회는 가슴이 아프더라.” 하며 우린 서로를 위로 합니다.

 

포항 횟집에서 물건 사러 나왔다가 더 바라시는 것이 없으신지요?” 라는 저의 물음에 “...” 하신 답변이 문득 떠오릅니다.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정다감 했던 우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어제는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나라면 어찌 할까? 나라고 다를까? 나는... 내가 바라는 건 도대체 뭘까?

그래도 아버님이니까 그나마 이렇게 건강하게 나이들어 가시는 것이겠지 합니다. 아쉬울 것도, 남은 것도, 후회도 없으신가요?

 

이제 되었다 하신 것인지요?

너무 일찍 이승을 떠난 아버지, 그래서 이렇게 애뜻한가 봅니다.

 

아버님,

조금 만 더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려놓은 마음을 조금 만 추스르고 욕심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내 아내와, 내 딸과, 내 아들과...

 

저의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사위 올림.

 

 

부쩍 말수가 줄어드신 아버님.hwp
2.90MB

 

 

 

 

 

  • 스스로 `自`2022.01.03 12:41

    편지를 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대구에서 들었다.
    장인어른께 가디건을 받을 때 느낀 점이 달라짐에 오히려 좋은 건가 하는 마음. 그래도 아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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