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형이가 읽었다며 준 책이다.
한 번은 놓고갔다고 심통을 부리더니 그게 아니라니 바로 돌아서서 다시 가져다준다.
이제 알겠다. 뭘 말하고 싶은지. 싶어했는지.
치형아,
아빠는 너가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봐.
실수도 하고 장난도 치지만 이어 사과도 할 줄 아니까.
옳지못한 일을 당했다면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고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다시 알리는 일이 필요해. 지고 다치고 아픈 건 순간일 수 있지만 주경이가 힘들었던 건 본의아닌 상황에서 말하지 못하고 끌려간게 아닐까!
편지를 썼고 사과를 하고 어땠어?
좋아졌지. 친구는 그때 사귀게 돼. 내가 좋아하는 친구 보다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 현수가 주경이에게 그랬지.
현수가 기억하는 주경이는 어땠을까?
단지 어릴 때 좋아했기 때문일까?
명인이와 정아가 짝인 것처럼 친한 것과 같이 혜수가 그 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처럼 현수가 주경이를 만나 알게 한 것처럼 우영이가 주경이에게 장화를 구했던 것처럼 그때 주경이가 결심하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어떤 상황에 놓이면 내가 할 건 말하기, 잘 듣고 다시 말하기, 그리고 전달하기. 이 과정에서 맞아서 아픈 것 보다는 말하지 못해서 오래도록 마음이 불편해지는 게 더 아픈거잖아.
치형아,
현수처럼 어떤 친구를 기억했다가 그 친구를 그대로 대해줄 수 있다면 참으로 멋질 것 같아. 너에게도 그런 추억 속 친구들이 있잖아. 곰곰히 생각해봐. 혹시 기억에 있는데 놓히고 있다면 그 친구는 아마 계속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우영이처럼 밝게 다가가 어울리는 친구는 어때?
주경이처럼 실수는 했지만 편지를 쓰고 미안함을 사과하고 반성한 친구, 비록 자기가 나서진 못했지만 어머니나 할며니, 그리고 정아. 우영이 모두 주경이에게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잖아.
막상 닥쳤을 때 슬퍼하고 아파하기 보다는 말하기와 전달하기를 하렴. 그럼 너를 소중히 여기는 친구는 너를 위로하고 함께 곁에 머물 것이니. 이 아빠처럼 말이야.
혹시라도 아빠에게 장난 만 치다가 나이드는 건 아니겠지?
-
스스로 `自`2022.01.25 22:00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닥친다.
그러면 숨기기 급급하다.
그럴 필요가 없다.
나누면 나눌수록 작아지다가 사라지기조차 하니까.
첫채 영록이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물었고,
둘째 영탁이도 따돌림 때문에 속이 상했었고,
세째 치형이도 함부로 대한 놈 때문에 속상해했었다.
몰랐고
늦었고
뒤늦게 알게 된 때에는 아픔이 더 커져 전달하기조차 잘 되지 않거나 속에 담아버린 지나간 돌이 되버린 것.
알게 하고
전달 하고
못된 놈에 대해 함께 욕하고
속상함을 풀었다면,
지금과 달랐을까?
지금과 달랐겠지?
어쩌면..
아마도..
다르지 않아도 아픔은 칼에 베인마냥 오래 남는다.
선재가 그러했고 나 또한 그러하니 말이다.
착하거나 바르다는 말이 아니라
막상 닥치면 그때그날 영록이가 친구를 초대한 날 저녁,
자기아픔을 하나씩 힘주어 뒤바꾸려는 노력을 한 때.
다음날 쓰린 속에 미루고 미뤄 다시 꺼낼 그 때.
조금만 덜 아프게 하소서.
하고 빌었다.
그리고 온전히 그 마음으로 대하면 어느 인연이라고 맺어지지않을까.. 마는.. 통하지아니한 관심은 집착이 되어 거북해질 수 있으니, 선재야 그것밖에 없다면 조금만 더 나눠주고 덜어내고 다가가는 건 어떨까?
바라고바라다보면 그건 기도가 된다.
현실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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