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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장모님이 보낸 아침 편지

by 큰바위얼굴. 2022. 1. 11.

 

김서방~
아침은 잡수도출근을했은지요~
새벽ㄴ.ㅈ게 김서방이보낸 편지을읽고 얼마나울었은지~
하염없이눈물이나더군~
김서방이 늘 깊은정이있은줄은알었지만 요즘 부쩍그감사의마음을느끼게돼더군요~
너무가까이하면 자끄보고싶어질까봐 두러움이황상들더군요~


김서방 ~
내가차갑고못때지만 속정이많고 마음이여려 울음이많다네 다만강한척 여태살아오지않았나~
김서방이 아무래도 내마음이알것같네 ~
만약내옆에 공주가 옆에없었으면 버티지못했을것에~
딸이래도 딸이엄마같은느낌이많고 내가어려웅때마다 딸한태많이스트레스을풀고 지금따지살았은것같아  현재도 딸은엄마가 무엇이든 잘하던못하던 무조건순종해주은 우리딸이얼마나고맙고 미안할때가한두번이아니었네~
혼자가만히갱각해보면 난 참 행복하구나하는샹각이든단다 ~
어째김서방같은 사위을볼수있었을까하는생각 나은 늘한다네~


김서방~
황상도맙고 감사하고 사랑한다네~
나을 너무가까이하지않으먄좋겠네 그럴수록 김서방을 너무힘들게할것같은마음이드네~
갑자기달려가고싶은마음 여려번있었다네~
아무튼 김서방의깊은마음 나은늘깊음마음 간직하고살겠네 앞을 어떤일이닽치면 제일먼저달려오는 딸 ~
위기상태에 아버지입원했을때 딸이보여준그모습 아버지나 나나 깊은가슴에 새겨둔다네~


김서방~
고맙고 사랑한데이 올해도 집집이건강하고 행복이깃들길 이엄마은늘 기도해줄께요~♡♡♡ 

 

 

...........

 

우선, 너무 궁금해져서 찾는다. '김서방'이 도대체 몇 번일까?

한글HWP에 붙여넣고 찾기를 조회한다.

 

모두 10번을 찾았다. 참으로 많이도 부르셨다.. ^^

삐뚤빼뚤 카카오톡 열고 일일이 한 자 한 자 쓰셨을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니 눈물이 차 오른다.

먹먹해진 마음을 전한다.

 

>>>

 

장모님, 장모님.

나의 장모님,

어찌 그 마음을 그 정을 모를 수가 있나요.

그러니 저러니 해도 그 마음이 다 담긴 음식을 내내 먹고 있는 제게 어찌 이리도 여린 모습을 보여주시는지.

굳건하시고 자신감 뿜뿜 내뿜는 당찬 모습, 여장부 하면 장모님이지요.

물론 그 속 마음이 항시 여리시기에 그러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해 봅니다만.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것이 있고 내 세우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이 당연하듯이, 저는 그저 제 마음을 보여주고 싶고 놓치지 않으려는 것일 뿐. 어쩌면 딱히 누군가를 위한다기 보다는 제 마음이 시키기에 하는 저의 위안이 아닐까 합니다.

 

법륜스님이 말했죠.

장례식장에서, 누군가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마주했을 때 우는 건 결국 자기자신을 위해 우는 것이라고.

그 말에 깊이 반성하고 되새김을 하다보니 그런 마음이 들더군요.

하루가 달리 쇠약해져가는 아버님, 내일 눈을 감더라도 오늘 마주한 지금 조금 더 밝게 즐겁게 보내시는 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사실, 목욕탕 하면 죄송스런 마음 또한 들어 용기를 냈지요.

 

목욕탕에 얽힌 속사정을 이야기 해보면, 

군대에 있을 때 동기 휴가 때 같이 맞추어 동기네 집에 방문했습니다.

동기네 할아버지를 모시고 동네 목욕탕을 가게 되었고, 욕탕에 몸을 담그고 씻겨 드리고 조심조심 귀가했었죠.

그런데 며칠 후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볼 면목이 없고 어떤 일에 대한 후폭풍에 감당하기 힘들었었죠. 그 그림자가 짙게 내려앉아 쉽게 놓아주질 않더군요.

내내 가슴앓이 하다가 대면대면 하게 보낸 어느 날, 가까스로 이야기를 꺼내니 동기가 그러더군요.

"그래도 네 덕분에 목욕하시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고."

 

그 말에 얼마나 울었던지.

 

그 말을 꺼낼 때까지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던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다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했죠.

조심하자. 주의하자. 물어보자. 그리고 하자.

 

그래서 현기증을 느끼시는 아버님께 '절대' 권하지 않았어요. 지금 돌아가시면 안 되니까요.

그저 편히, 편한 장소를 찾았고 직접 먼저 누워보니 따뜻한 마루에 비록 홀딱 벗고 있어도 춥지 않고 좋더라구요.

그래서 그리로 모셨고 꾸부정히 앉은 자세로 누워있다가 그 또한 허리가 아파서 다시 위로 편히 눕게 하고 수건 2장을 개어 머리에 받쳐주니 편안한 숨 소리를 들려주시더군요. (되었다. 이러면 되었어)

 

그렇게 편안히 쉴 만큼 전 기다렸죠.

아버님 스스로 일어나실 때까지 지켜보면서.

 

그리고 세신사가 불러 가니 첫 말이 "아이구, 때가 안 불었네." 였죠.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에요. 빠른 죽음 보다는 지금의 편안함에 두 눈 뜨고 마주한 세신이. 그 선택이 맞다고 지금도 여기고 있죠. 급할 건 없고 중한 건 목욕이 아니고 편안함이고 경험인 거지 하며 속으로 다시 새기죠.

 

뭐든 하다보면

뭐든 만들다보면

그런 삶을 살다보면 쉽게 지나치지 않게 되고 나서게 되고 주장을 하고 있는 때를 마주할 때가 참 많죠.

목욕 또한 그런 일이고, 가족회의 또한 그러하며, 행사참석 불참 없음 또한 그러한 것처럼 제가 고집 피우는 건 딱 그 정도이면서 굉장히 강하죠. 많이 힘들더라도 그건 너가 극복할 일이고 때는 기다려주지 않으니 함께 하는 게 맞다 하니 잘도 따라다니는 영록이처럼. 

 

장모님,

전 장모님께서 편안하게, 조급하지 말고 편안하게 대하시면 좋겠어요.

그 조급함이 자꾸 전달되고 전달되어 모두 느끼게 되면 사실 불안해 지거든요.

그냥 오늘 저녁이 마지막이어도 영감 편하게 보낼 수 있어 하는 마음으로 지내셨으면 해요.

전 제 아내에게 그렇게 자꾸 말해요. 그래야 '좋은' 인이 배기 잖아요. 악역은 제가, 혜택은 아내가. 헤헤.

 

장모님,

아침 편지글에 훈훈함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우리 즐겁게 살아봐요.

그리고 보고싶으면 보는 거예요. 보다가 지겨워지면 그 때 좀 멀리하더라도 굳이 지금부터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마음을 감추지 마시고, 우리 밀당해요.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움이 넘치는.

지금처럼.

 

저는 행복합니다.

장모님을 만났으니까.

 

 

사위 김서방 올림.

 

10번을 못 채운 듯 해 보입니다. '장모님'.

 

 

  • 스스로 `自`2022.01.11 13:27

    망설이다가 카톡으로 왔으니 답변을 기다리실꺼란 생각에 얼릉 두어번 더 읽어보니 링크를 걸어 보낸다.
    어후, 또 눈물이 고이네.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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