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있으면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어. 부모님을 집에만 있게 하는 건 자식된 도리가 아니여. 뭔가 하려 하시면 그냥 하라고 하는 게 효도여."
길에서 만난 노인이 말한다.
1막. - 꺼리/ 평소 하는 일, 관심사, 뉴스, 세상사, 흐름
아침 산책길,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두릅이 맛있었다며 며칠 못 본 임피제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가격비교 서비스 업소를 잘 참여시키자며 독려하면서 그 동안에 쌓였던 회포를 서로서로 풀어 놓았다.
다소 쌀쌀한 날씨, 작업장 둘레길을 너머 뚝방길을 걷는다. 미증시는 또다시 3% 급락했다. 그럴 수 있을 거라 여겼고, 물리지 않도록 조심했건만 결국 내가 물탄 ETF는 5% 급락해서 -7%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US500에 반 정도만 남기고 죄다 팔았던 어제 16만원여 벌었고 오늘 과연 US500을 다 사는 것이 맞는지,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기댄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좋은지 미연준이 예고한 5.6.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수요를 몰리는 자본이 증시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해서 그냥 두고 볼 것인지 고민이긴 하다. US500 4175, 전 저점을 넘어섰고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에 근접했다가 2.7% 수준으로 하향하는 때 증시는 빠져나가는 자본으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고, 이를 볼 때 미정부의 대단함에 감탄을 토한다. 12월28일 고점으로부터 자본이탈이 3월8일과 3월14일 저점까지 가속화시키면서 증시자본을 미국채로 끌어당기더니 (1차 자연수요 유도) 3월8일이후 4월22일까지 미국채 수익률을 높혀 채권값을 반의 반토막 내버리면서 2차 강제수요를 유도하면서 시장참여자들에게 미국채를 사도록 종용했다. 그러한 것 때문인지 3월29일 고점으로부터 다시 미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4월20일 자본의 증시이탈이 본격화되었다. 하루 3%씩 던지더라. 내려가면 내려간 만큼 오를 것이니 사고 또 사면 된다. 패닉은 무슨, 그냥 사기만 하면 된다. 결국 빠져나간 자본은 자본일 뿐 저평가 기조 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원유수급, 곡물수급은 구리, 철, 곡물 등 원자재값 하방압력에 따라 증시로 유입될 자본이 커질수록 미증시의 상승 또한 드라마틱하게 펼쳐질 것이다. 3월14일부터 3월30일까지 며칠 만에 회복된 것처럼.
결국 미국채 수익률이 2% 수준까지 떨어질 만큼 수요자가 몰릴 것이고, 그만큼 미증시는 출렁거릴 것이며, 원유값은 100달러 수준에서 90달러 수준까지 공방을 주고받다가 급격히 60달러 선으로 내달릴 것으로 본다. 미국채 수익률이 2.5% 수준에 머물 때 채권수요가 그럭저럭 안정적일 때 자본의 투기심리는 미증시로 다시 고개를 돌릴 것으로 본다.
그리고 금리인상을 멈춘 날, 2023년6월경 미증시는 기술혁신과 자율주행, 전기에너지, 유럽의 원전건설 등 대체에너지 개발, 러시아의 급격한 국력하락, 중국의 제조업 위상 하락, 자국내 공장과 기업 부흥 방향에서 에너지로부터 자유로운 미국,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일부 국가(왠지 한국은 아닐 듯하다)에서의 대규모 투자는 기업들의 수익을 높혀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금리인상을 멈춘 날부터 경기하락이 시작되었다는 과거의 망령이 과연 통할지 지켜보는 것 또한 재미다.
2막. - 경험/ 정, 가족애, 바람, 함께함, 나눔, 교감, 정서
이런저런 미증시 하락으로 비롯된 투자심리를 정리하면서, 계속 걷는다. 그때 스쳐가는 '내가 영탁이라면...?' 하며 던졌던 물음들에 대해 댓글 추가꺼리를 찾아낸다.
그곳은 비가 와도 좋겠고, 햇살을 가리면서 햇살을 맞아도 좋겠고, 눈이 와도 좋겠는데 아무래도 눈길로 오기에는 도로상황이 좋지 못할 수 있으니 눈까지 오면 좋은 분위기였으면 좋겠지만 아무튼 비가 와도 햇살이 내리쬐도 눈이 와도 좋은 그런 모습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더하여, 최근 다녀온 탄금대를 둘러보메 3천보 정도에 머문 산정으로 아쉬웠던 바, 이를 그곳으로 대입해보면 1만보를 걸어도 좋은 그런 둘레길을 산에 내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단 번에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런 터전을 사서 하나씩 하나씩 넓혀가며 인생을 곳곳의 나무와 식물들, 기암괴석, 비와 햇살과 눈이 어우러지는 오솔길, 인공적인 구조물은 일체 없이 자연스럽게 걷기 좋은, 거미줄에 눈이 걸려 에이씨 욕이 절로 나오지만 정감이 가는, 그럼 아마 봉우리가 2개 정도에 그곳의 위치와 접근성, 개발가능 정도를 따져본다면 시청과 협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이어지더라.
https://blog.daum.net/meatmarketing/5357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고 정리되어 가는 중에 저멀리 뭔가 앉아있더군. 사람 같긴 한데 멀리서 보니 정확치 않았지. 가까워 질수록 사람이 앉아 있는 형상인데 하며 계속 다가가니 어느 노인이 고개를 숙인 채,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앉아 있더라. 뭐지? 움직임이 없어 발길이 머뭇머뭇 거렸지. 그래 그래도 내 일이 아니잖어 하는 마음으로 걷기를 이어갔다.
따사로운 햇살, 걷는 지금. 저멀리 비닐하우스 문닫는 소리에 잠깐 시선이 머물기도 하고 시커멓게 쌓여있는 분변사료너미에서 나는 냄새에 발길을 재촉하기도 하며 잠깐 이제 돌아설까 하다가 아니야 그곳 라인까지는 가자며 발길을 옮긴다.
라인을 넘어선 즉시, 뒤돌아 달린다. 달리면서 그래 달리는 것이 최고구나! 무릎이 뻐근하고 몸이 무거워도 지금 느낌은 살아있다는 쾌감이다. 한참 달리다가 이 감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없을까? 아이들은 잘 달리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진을 찍었더니 역동감이 없어서 영상으로 찍기로 했는데 자꾸 흔들거리고 바짝 당겨진 랜즈로 인해 내 얼굴만 크게 잡히더라. 몇 번 실랑이 하다가 결국 다리 밑에서 촬영한 영상이 그럴듯해서 얼릉 멈추고 카톡 가족방에 올린다. 다운로드 하기 쉽게, 사진처럼 그냥 뛰는 게 좋은 거여 라는 메시지만 담아서 보냈다.
"ㅋㅋ 2초만 뛰고 계속 뛴 것처럼 인증한거지?" 라며 "술 먹고 담날 대단허네" 라며 답장을 달았더군. 아내가.
3막. - 순간/ 이끌림, 전환, 변화, 기꺼움, 환희, 벅찬 감동, 지향점과 노긋함
뚝방길을 내려오는 길, 저멀리 아까 앉아 있던 형상 그대로 사람이 보인다. 가까워 질수록 그 노인임을 알 수 있었다. 고개를 숙인채 이어폰을 꽂고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에 다행이구나 안심을 하며,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가던 길을 간다. 그런데 아쉽다고 해야할까? 공사중이라는 표지판 옆에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이 왠지 짠하게 '인생샷' 생각이 간절해진다. 뒤로 찍는다.
한 컷.
내 등 뒤로 보이도록, 나와 함께 있었음을 입증하려는 듯 함께 사진에 담았다.
다시 한 컷.
그리고 나를 뺀 작품을 생각하며 태양 아래 공사중 표지판이 언뜻 보이도록 그의 고뇌, 노쇄함, 휴식, 그리고 파릇파릇한 4월27일 꽃과 나무와 어우러진 그 길 가운데 앉아 갈림길에서 나아가기 위해 쉬는 순간을 표현하면서 눌렀다.
다시 한 컷.
아쉽구나! 아쉬워. 뒷 모습을 남기고 음영으로 남기게 되니 과연 그에게 환하게 비쳐진 모습은 담을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다시 한 컷을 찍고 나서 생각을 되돌리니 몸이 돌아선다. "그래 가서 찍자. 뭐 급하다구. 감정에 솔직하게. 인생샷 한 번 찍어보자" 라고 다짐하며 돌아 올라선다. 살금살금 그의 머뭄을 깨지 않도록 살며시 다가가 뚝방길에 다시 올라섰다.
다시 한 컷.
소리에 깨었던지, 인기척에 깨었던지 인생샷, 그의 고개숙인 모습, 쉬는 모습, 그렇게나 바랐던 노쇄함을 표현코자 했던 모습은 결국 담지 못했다. 그저 그의 처량함이 언뜻 놀란 듯한 인상으로 담아냈다.
4막. - 인연/ 주변, 이어짐, 별반다를바없는, 삶을 대하는 태도, 행동, 실천, 그리고 그 마음가짐
사진으로 끝이 아닌 것이 어색함을 없애려 그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괜찮으세요? 어디 안 좋은가요?"
그리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차 싶어 얼릉 녹음어플을 켰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각자 살아온 삶을 뚝방길에서 처음 만나 대화를 한다. 73세 심장 관상동맥 우회술을 3년 전에 받은 노인과 48세 어지러움증에 다시 크게 건강을 생각한 직장인.
"그나마 마지막 악을 쓰는 거지. 아프다고 누워 있으면 죽는거여."
이 사이로 새는 말이 그렇게나 인생을 담고 있다. 그와 난 오늘 처음 마주했고, 그의 처량하고 노쇄함이 좋아 인생샷을 찍을 요량으로 다가왔는데 그의 머뭄을 깬 나머지 나눈 대화가 어느 새 6분을 넘어간다.
산책길에서 만난 어느 노인과의 대화
어느 날, 어머니가 이야기 했던 말. 안 하고 가만있으면 뭐 하겄어? 하시던 말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요즘 내가 구상하고 있는 카페, 숲, 오늘 추가한 1만보의 둘레길을 가꾸면서 만들어가는 삶이 어떠한가 그에게 돌려 묻는다. 그랬더니,
"칠면조도 키워. 뭣도 키워. 근데 그건 사료만 주면 끝이여."
그래서 공공근로로 경쟁에서 이기고 월 100만원을 번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오후 2시에 나가 4시간 안내하면 소일꺼리도 되고 시간도 보내고 좋아. 어머니도 노인일자리에 나가신다. 돈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거라고 하신다. 혹시 싶어 "배우자는 살아 계세요?" 묻는다. 이는 어제도 시청한 애프터 라이프 앵그리맨에서 느낀 상실감과 외로움에 있을 때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삶에 담아보려니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중에 그 상실감조차 이겨냈는지 궁금해졌기에 물었다.
"응. 아내는 요양사여. 일하러 나갔지."
다행이다. 그렇게 우린 산책길에서 만나 각자의 상념을 잠시 두고 대화로 풀어낸다. 뭐 별거 있나. 사는 게 다 그런거지. 그런데 그렇다고 가만이 있으면 안돼. 그건 죽은 것과 별반 다를 거 없어. (장인어른 귀에 들어가서 얼릉 나가려고 하시는 그 모습을 보고 싶다.)
때론,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얼마나 힘에 겨우면 그러실까 이해를 하다가도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그럼 너무 무책임하잖아 정말 무슨 의미가 있어 그냥 종일 누워 있다가 일어나 밥 먹고 다시 눕고 하는 것이 무슨 인생이야. 그래 몸이 아파. 아니, 거동이 불편해. 일어나기도 싫지. 아마 힘겨울 꺼야.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을 껄? 다 살았다 그럼 되었다 하는 거지 뭐. 오로지 자기만 생각해. 지극히 이기적이지. 그나마 가요 가요 떼를 써야 나서거나 옆사람이 이틀 이상 멀어지는 것이 두려우니 함께 나선 것일 뿐. 그래 아이가 되었어. 엄마 쭈쭈 하는 아이처럼. 옆사람에게 붙어있으려고 해.
그래서 최근 만나 몇 마디 하며 즐거이 미소짓던 모습을 담았었나 싶어 사진을 뒤적거린다. 갑자기 그의 모습이 보고 싶다. 그런데 그의 미소는 생일축하 자리에 있었고 그 자리에는 그렇게나 좋아 활짝 웃는 옆사람의 모습이 그렇게나 다정할 수가 없다. 하루 중의 몇 번이나 미소지어 옆사람에게 흥을 돋구었을까? "가면 가는 거여. 뭐 별거 있어. 나는 나대로 동생들 만나면서 잘 살꺼여. 걱정말어." 하신 장모님 말에 "에이, 그래도 제가 모실께요. 다 늙어 거동이 불편하면 어쩌시려구요. 그냥 (제가 구상하는 숲속 카페에서) 저랑 살아요." 말한다. 난 정말 괜찮다. 모질어도 거칠어도 막 해도 그건 그녀의 매력이기 때문이니까. 속정이 어디 갈 것이며 겉모습이 그 속정을 덮을 수는 없기 때문이니까.
한 방울 맺힌 눈물을 훔치며 끝을 맺는다. 산책길에서 참으로 많은 면면을 담았다. 인생과 차이라면 길다라는 시간일 뿐, 과연 오늘과 다를 게 무얼까?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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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면면'에 대해 궁금하다면,
https://blog.daum.net/meatmarketing/5271?category=200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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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음날, 왔던 뚝방길을 다시 걸으며 고목나무를 마주하니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이 아름답구나!
인고의 세월, 모진 풍파에 이리 휘고 저리 휜 거죽은 거칠고 딱딱하기만 한데 그 몸짓이 왜 그리 시선을 잡아당기는지 결국 실랑이를 하다 담아낸다. 볼품없어 보이는 거죽 위로 싱그런 나뭇잎이 부조화를 이루면서 나이듦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겠지만 충분히 아름답게 표현할 수는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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