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혼다 오딧세이를 3시간 기다려서 정기점검을 마쳤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산책을 했고 더 어두워진 때 집앞 연못가에 앉아 가족과 일상을 나눈다.
그리고, 영록이, 영탁이와 치형이를 집으로 들여보내고 둘 만의 시간을 가진다.
"여보, 보고 싶었어. 무척."
저번 주 내 다툼이 있은 후, 통화하고 싶어도 참고 견딘 시간들을 뒤로하고 만나자마자 이 말을 전했다.
그렇게 이어진 대화는 밤과 함께 속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충분했다. "내 말 좀 잘 들어줬으면 해." 란다.
"그래, 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렇게 할께."
수많은 이야기들이 명멸하듯 지나갔지만 기억이 되지 못한 채 그 기분만이 남아 지금 이렇게 뒤늦게 나마 그 흔적을 남긴다.
6.18.
07:00 일어나 예티와 해나와 함께 산책을 간다. 어젯밤 늦은 귀가와 취침 때문이었을까 나 외의 모두가 잠들어 있다.
어느 것이 가장 옳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사료를 챙겨서 집을 나선다. 어제 했었던 약속 중 하나인 8시에 1번, 저녁 8시에 1번 이렇게 2번을 먹이자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 임과 동시에,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산책을 통해 돌려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08:00 예티가 나우 라는 사료를 거들떠도 보질 않는다. 종전 사료를 먹질 않아 새로 산 것인데 충격과 함께 실망감이 크다.
08:30 골프 스윙을 한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힘을 모았다가 힘을 풀었다가 하면서 골프채를 휘두른다. 저 멀리 멀리 날아가도록 스윙을 한다.
09:10 "아빠, 어디에요? 언제와요?" 라는 치형이 전화. "20분 남았다."
곤드레 추어탕을 먹고, 시립도서관에 들렀다. 그리고 그 뒷산에 산책을 갔다.
돌아와, 와인을 마시면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게 생각처럼 되질 않아 힘드네 하는 말. 당연하지 라는 응답. 그렇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우려하면서 다시 좋아지고 다시 낮아졌다가 높아졌다가 감정이란 것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마음을 잡아세운다. 똑바로! 차렷!
6.19.
산책을 하고 스토리 관련 도서를 쭈욱 훓어보고, 세종로컬푸드매장을 들러 셀러드를 산 후 낮잠을 청한다.
"아빠, 일어나세요?"
치형이가 깨운다. 나랑 농구해야 해요 란다.
한 낮, 뜨겁고 후덥지간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태양은 가려진 대낮에 농구장에서 치형이와 난 그렇게 유투브 영상을 보고 배운 농구 슛과 드리블을 연습하고, 자유투 시합을 했다.
"2점과 10점 내기 어때?" 하는 나의 제안으로 시작한 경기,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내 공은 들어가질 않고 치형이 공만 2개 들어갔다. "다시 3점과 10점으로 내기 어때?" 또, 치형이가 3개 넣었고 나는 여전히 넣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5점과 10점으로 내기를 이어갔다. 나도 이제 들어가기 시작했지만 치형이가 빨랐다. "아빠, 그냥 10점 똑같이 해요?" 라며 경기를 계속 한다. 7대 7 동점 상황, 8대 8, 그리고 내가 먼저 2골을 넣으니 승리.
폴짝 뛰는 품세, 잘 날아가지 않는 공을 던지려고 애쓰는 모습, 튕기고 튕기고 줍고 줍는 연속된 상황 속에서 땀은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어쩌면 처음 농구공을 함께 튀긴 날, 기분 또한 최고다. "자, 그럼 아이스크림 사러 어디로 가야할까?" 물으니 집 앞에 있단다. 묻고 묻는, 기분이 좋아지는, 답하면서 자긍심이 커지는 그런 분위기 속에 우린 귀가했다.
14:00 영탁이 여자친구, 가영이가 왔다. 닭볶음탕이 맛있다. 포도주 한 잔씩 따라주고, 소파에 둘러앉아 궁금한 점이나 좋아하는 마음을 엿보려고 대화를 나눈다. 평화로운 한 때, 둘의 마음이 강한 걸 느끼게 되어 좋은 기분이 퍼진다.
그리고, 저녁.
호수공원으로 출발, 오랜만에 마주하니 새로운 것들이 많다. 커다란 그네에서, 다시 짚라인에서 논 후 산책을 이어간다.
"치형아, 매 순간 장난만 치다가, 엄마 말에 건성으로 대하다가, 그러다가 진심은 언제 보여줄꺼니?" 라고 물으면서 정색을 하니 그제서야 앞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삐죽삐죽 망설이는 모양새. 놀고 싶고 더 놀고 싶고 더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 재미를 찾고 재미를 계속 쫓는 아이.
"치형아, 그래서 재미란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니까!" 라며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마음을 돌려세워 보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어제의 팔을 옆구리에 딱 붙인 후 팔을 뒤로 하면 요추천만 자세가 되는 거야 그렇게 공부하라니까 라며 자세를 잡아주는 잔소리에 이어, 오늘은 생각의 차이에 대해 태도에 대해 잔소리를 이어간다. 그리고 돌아돌아 건너편으로 와서 보니 마주한 동상 앞에서 치형이는 해나와 예티와 함께 사진을 남긴다.
섹스폰 연주를 듣고 앉아있다가 잔디로 나와 한 참을 뛴다. 해나가 뒹굴었고 치형이도 뒹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우리 모두는 대자로 뻗었다. 영록이가 귀가하면서 사다준 막걸리 2병 중 1병을 마저 먹지 못한 걸 아쉬워 하면서. 영탁이가 전하는 요것 https://blog.daum.net/meatmarketing/5420에 대한 피드백하는 시간을 갖으면서. 어떤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건 그 속에서 자신이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래? 라는 역할에 대해 대입해봐 라는 말도 있었고, 단지 서빙이 아니라면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물건을 사와서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권유도 있었고, 다른 경험을 추가하고 싶다는 영탁이 말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정답은 아는데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네. 자꾸 비교하면서 속 상하네." 하는 서희의 말에 "비우고 비우면 좋겠다." 라면서 좋은 말, 좋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지나친 걱정이나 우려는 빼도 좋지 않을까 하는 내심을 전한다.
"영탁아, 하나의 목적을 정하는 것도 좋아 보여."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좀 더 구체화 되지 않을까 싶으네 하면서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거나 나라면 어떻게 라는, 또는 족발이라는 매개로 돌아가는 사업체가 다른 곳은 다른 아이템으로 돌아가니 그 속성의 차이가 있을 뿐 일련의 과정은 동일하니까 그걸 유심히 살펴봐도 좋겠어 하는 말. 잘 될꺼야 그럼 잘 되고 말고 응원을 보내며 열심히 살고 있는 영탁이에게 7분 50초의 피드백에 대한 하루 해가 저문다.
"배가 터질 꺼 같아" 라는 서희의 제안에 다시 집을 나선다. 그리고 우린 아무도 없는 거리, 숨겨진 곳, 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찾아 애정행각을 벌인다.
> 모아 만든 영상 : https://www.magisto.com/int/album/video/Lyp6T1hPEEN-KisPYnZLAX4?l=vsm&o=a&c=e
바야흐로 스토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요즘, 이야기를 하는 자와 이야기를 듣는 자, 그리고 기록하는 삶과 돈 버는 것에의 연결을 시도 중이다. 정진을 하면서 삶의 핵심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수입이 있는 삶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맴돈다. 생각이 이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릴레이 하듯 마음이 가는대로 책을 세종시 시립도서관을 통해 빌려서 끊임없이 읽어나가고 있다. 어떤 건 윤곽만, 어떤 건 서두만, 어떤 건 전체를 정해 읽어나가고 있다. 마음 닿는 대로 스토리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는 도대체 실재와 어떻게 차이를 둘 것인가를 다시 고민한다. 모든 것이 이야기 인데 다시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이야기를 쓰고 듣고 각색하고 다시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하라고 이야기를 만들라고 말하고 그렇게 우린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야기 라는 건 말이야 하면서 때론 내 주제에 하면서 겁을 먹고 때론 그래봐야 뭐 별거 있나 싶다가도 때론 판을 짜보고 싶은 욕망이 커지다가도 전체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할까? 뼈대만 세울까? 구상하다가도 그래서 뭘 전하고 싶은 건데 라는 마음에 기대면 다시 가라앉는다. 단지 재미를 위함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스토리로 나타낸다. 물론, 이미 진행 중에 있다.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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